민관 원팀 ‘수출·수주 외교지원단’ 출범, 성과를 좌우할 세 가지 조건
정부가 민관합동 ‘수출·수주 외교지원단’을 출범시켰다. 요지는 부처·공공금융·유관기관·기업을 ‘원팀’으로 묶어 글로벌 수주전과 수출확대를 외교의 최우선 과제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중심 회복세를 전 산업으로 확산하고, 에너지·인프라·방산·디지털 전환 등 대형 프로젝트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시도다. 관건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누가 컨트롤타워인가, 어떤 금융·규제 패키지를 들고 나가나, 정치 주기에 흔들리지 않는 실행력을 어떻게 담보하나.
첫째, 왜 지금 ‘원팀’인가. 공급망 재편, 미·중 전략 경쟁, 중동·우크라이나 리스크가 겹치며 글로벌 발주 방식이 바뀌었다. 가격 경쟁만으로는 부족하고, 외교·정상외교의 신뢰도, 패키지 금융력, 표준·안보·ESG 요건 충족 여부가 당락을 좌우한다. 한국은 반도체·배터리·조선 등 강점을 보유했지만, 발주국의 ‘국가 패키지’ 요구에 대응하는 공공-민간 결합 설계력이 상대적으로 분절적이었다. 원팀 구상은 이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다.
둘째, 지원단의 실질 과제는 구조화다. 컨트롤타워는 의사결정 속도와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산업부·외교부·기재부가 축이 되고, KOTRA·수은·무보·무역보험·표준원·조달청이 기능별 분담을 맡되, 프로젝트 단계별로 리드 기관을 하나로 지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탐색-제안-입찰-금융구조화-계약-이행-사후관리의 7단계 트랙을 표준화하고, 각 단계에서 가용한 지원수단을 ‘원스톱 바우처’로 묶어 제공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셋째, 금융 패키지의 두께가 승패를 가른다. 수출입은행(대출·보증)과 무역보험공사(보험·보증)의 한도를 유연하게 결합하고, EDCF 등 차관과 민자(PPP)·상업금융을 블렌딩하는 구조화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대형 인프라·에너지 프로젝트는 20~30년 만기의 장기·저고정금리와 리스크 분담이 핵심이다. 리스크가 높은 초기 구간에는 공공이 보다 앞단에서 흡수하고, 수익이 가시화되면 민간자본이 후순위로 진입하는 ‘단계형 위험분담’ 모델을 적극 설계할 필요가 있다.
비교의 좌표도 분명하다. 일본은 JBIC·NEXI를 축으로 총리관저 주도의 ‘지방정부-상사-제조’ 연합을 고도화했고, 미국은 EXIM·DFC를 연계해 전략산업·동맹국 인프라에 집중한다. EU는 ‘글로벌 게이트웨이’로 제도·표준·개발금융을 패키징하고, 중국은 BRI의 내실화를 통해 특정 지역의 지분을 지키려 한다. 한국의 강점은 납기·품질·가격의 균형과 디지털·그린·방산의 결합력이다. 약점은 장기자금의 절대규모와 원천기술·규제 표준 선점에서의 협상력이다. 원팀은 이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현장 리스크 관리가 네 번째 관건이다. 지정학 리스크, 환율 변동, 원자재 가격, 제재·컴플라이언스, 인권·환경 이슈는 입찰-이행의 전 과정에 걸쳐 상시 발생한다. ‘국가 위험맵’을 분기 단위로 갱신하고, 고위험 시장에는 ‘사전적 리스크 프라이싱’을 의무화해야 한다. 제재·부패방지·인권실사(DD)·환경영향·세이프가드 체크리스트를 공공금융의 조건으로 표준화하면 기업의 규정 준수 비용을 낮추면서 사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다섯째, 정치적 중립성과 지속성이다. 정부 교체와 무관하게 유지될 상설 구조가 필요하다. 국무조정실-산업부-외교부가 공동 간사를 맡는 상시위원회, 사안별 태스크포스,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국가 이익 심의’ 절차를 제도화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성과지표(KPI)는 수주액뿐 아니라 금융 레버리지, 국산 장비·서비스 비중, 중소·중견사 참여율, 기술 내재화, 고용·임금 효과, 사후 A/S·운영 안정성까지 다층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여섯째, 중소·중견의 동반 진출 설계다. 대기업 중심의 원청 수주에 그치면 파급효과가 줄어든다. 패키지 소싱 목록을 사전 공개하고, 부품·소프트웨어·공정관리·유지보수 분야에 국내 공급망을 매칭하는 ‘프로젝트형 공동브랜드’를 운영해야 한다. 수출바우처·표준계약서·분쟁조정과 현지 인허가 컨설팅을 세트로 제공하면 낙수 효과가 실질화된다. 수출보험은 협력사 전용 라인, 납품대금 팩토링을 연동해 현금흐름을 안정시켜야 한다.
일곱째, 3대 전략 축을 분명히 하자. 그린(재생·수소·원전·송배전), 디지털(통신·클라우드·AI 인프라·사이버보안), 방산(지상·해양·무인·MRO)이 그것이다. 각 축마다 ‘국가 제안서(국영문)’ 템플릿을 만들어 국산 표준·기술 규격을 내장하고, 현지 파트너·금융·교육·운영까지 포함한 턴키 모델을 준비해야 한다. 원전·방산은 수명주기가 길고 정치적 민감도가 높아, 정책일관성·기술안전·종합안전보증이 수주력 그 자체다.
여덟째, 외교와 경제의 일관된 메시지다. 정상·장관 순방은 수주 확률을 올리지만, 과도한 성과 홍보는 역효과를 부른다. 입찰 전에는 저자세의 실무·기술 교섭, 계약 직전에는 고위급의 신뢰 담보, 계약 후에는 조용한 이행 관리가 정석이다. 주재국 대사관과 KOTRA 무역관, 금융기관 파견관을 하나의 ‘현지 단일창구’로 묶고, 귀국 후에는 산업부가 이행상황을 집계·보고하는 폐루프를 만들어야 한다.
아홉째, 제도 개선 체크리스트를 구체화하자. 공공금융 한도와 심사 속도, 국산 기자재 인정기준, 해외법인 세무·환급, 기술수출·통제 규정, 표준계약 위험분담, 외환헤지·원자재 헤지 지원, 컨소시엄 분쟁조정, 공정거래 준수, 데이터 국외이전·사이버 보안 규정 정합성 등 각 요소에 마감기한을 둔 로드맵을 제시하고 분기별로 이행률을 공개해야 한다. ‘보도자료형 성과’보다 ‘칸막이를 깬 제도’가 현장 체감도를 좌우한다.
열째, 데이터에 기반한 성과관리다. 프로젝트별 리드·파이프라인·입찰·수주·이행·클레임 현황을 통합한 ‘원팀 세일즈 대시보드’를 구축해, 예산·인력·외교 일정을 데이터로 최적화해야 한다. 실패·포기 사례도 데이터베이스에 포함해 학습효과를 제도화하면, 불확실성이 큰 수주 시장에서 국가의 학습곡선을 가파르게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원팀의 성공조건은 균형감각이다. 과감한 지원과 엄격한 기준, 속도와 안전, 단기성과와 장기지속 가능성 사이의 균형이다. 국제 표준과 규범을 존중하는 ‘투명한 패키지’, 민간의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는 ‘개방형 설계’, 국익을 지키되 파트너의 명예를 존중하는 ‘품격 있는 외교’가 동시에 요구된다. 출범은 출발일 뿐이다. 컨트롤타워의 명확한 권한, 두터운 금융, 몰입형 현장 실행이 뒷받침될 때 ‘원팀 코리아’는 수주전의 규칙을 바꾸는 이름이 될 수 있다.
과제는 명료하다. 하나, 프로젝트 단계별 표준 패키지를 즉시 가동할 것. 둘, 공공금융의 리스크 분담과 속도를 현실화할 것. 셋, 정치적 주기와 무관한 상설 집행 구조를 만들 것. 이 세 가지가 충족되면, 원팀은 일시적 캠페인이 아니라 한국 수출의 ‘새 운영체계’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요란한 구호가 아니라, 조용하지만 빠른 실행이다.
— 김도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