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극화의 격랑 속 대한민국: 계엄 1년, 상호불신이 부른 정치적 사생결단

‘윤 어게인’이라는 구호로 상징화된 야당의 투쟁, 그리고 ‘믿고 지르는’ 여당의 과감한 드라이브.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은 계엄 1년을 기점으로 극단적 대립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일련의 정치적 움직임은 국가 내외적 변수, 특히 지정학적 불확실성 심화와 맞물려 내적 힘의 논리가 더욱 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정세의 흐름과 맞물린 국내 정치의 이분법적 양상은 더 이상 진영간 단순 충돌을 넘어, 국가 체제의 본질적 방향을 좌우하는 힘의 줄다리기로 번지고 있다. 야당은 권위주의적 정치의 부활을 경계하며 ‘윤 어게인’ 기치 아래 장외세를 결집 중이다. 반면 여당은 계엄령이라는 초유의 통치수단을 발판 삼아 집권 안정화, 기존 질서 유지에 총력을 기울인다. 외부의 시선에서 보면, 이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의 취약점을 드러내는 동시에, 동북아 동맹체제와의 관계, 북한과의 긴장, 글로벌 가치표준 존중 여부에 관한 시험장이나 다름없다.

국내 혼란의 연원은 단순한 집권세력 vs. 반대세력 구도가 아니다. 미국, 중국 등 강대국 간 세력균형 변화, 우크라이나전-이스라엘-가자 사태 등 글로벌 분쟁의 장기화, 그리고 그로 인한 공급밸류체인 변화 등이 정부 정책의 매우 급진적 또는 보수적 선택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계엄 1년간 한국 사회 각계 각층에서 불거진 불안, 불신, 속도전에 대한 피로감이 점차 전 국민적 불확실성으로 번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치적 양극화가 사회적 갈등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적 시각에서 볼 때, 이미 3년 전 한미동맹의 재강화, 대중외교의 유연성 실종, 일본과의 화해 시도 등 일련의 대외정책 궤적이 국내 정치의 경직성을 배가시킨 기폭제임을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주요 연구기관(예: 동아시아연구원, 국제정치학회 등)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한중-한일 트라이앵글의 상호의존성 약화는 새로운 불확실성을 끌어오며, 이것이 국내 여야 모두의 ‘사생결단 모드’를 촉진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국회 표결, 그리고 사회 각계의 시위 양상에서 우리는 신뢰와 타협보다는 감정적 동원이 전면화되는 경향을 뚜렷이 본다. 2024년 총선 이후, 여야는 각각 지지층 결집만이 생존이라는 위험한 강박 아래 대립 노선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야당이 추진하는 계엄해제, 권한쟁취 시도는 국제무대에서 민주주의의 사수, 독재와의 투쟁이라는 프레임으로 번역된다. 여당은 역대 최장기 계엄 체제 유지라는 스스로의 결연함을 ‘공안국가적 리더십’으로 포장한다. 역설적으로, 이런 체제는 국민의 실질적 생명과 안전, 경제적 활력, 대외 신용도 모두를 위협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특히, IMF 등 국제금융기구와의 관계, 글로벌 투자커뮤니티의 한국 리스크 평가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계엄 장기화와 사회 대립은 국제 신용등급을 잠재적으로 하락시킬 뿐 아니라, 외국인 직접투자와 첨단산업(반도체·AI 등) 공급망 재편에도 직접적 타격을 준다. 나아가 국가방위의 실질적 준비태세, 북한 또는 기타 동북아 변동 시 실질 대응능력이 정치적 내부 대립 탓에 약화될 소지도 나타난다. 국제사회는 이 점에서 한국을 80-90년대 신흥시장 전환기 국가들과 동일선상에서 주시하고 있으며, 중국·일본과 같은 주변국 역시 한국의 정세 불안정성을 자국 외교안보에 직접 반영하는 중이다.

정치엘리트와 시민사회 간 괴리도 날이 갈수록 벌어진다. 여당, 야당 모두 대중동원과 이념선동에 의지하는 빈도가 증가하자, 정책적 전문성 결여, 사회적 공감대 부재라는 비판이 확산된다. 최종적으로는 정치에 대한 냉소와 불신, 그리고 대중민주주의의 본래 취지인 다양성·포용성 상실이라는 비관적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한국은 냉전 말기, 외환위기, 남북 화해기 등 결정적 분기점에서 내부 혼란을 단합과 혁신의 계기로 전환한 역사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힘의 논리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사회적 신뢰 회복이라는 두 가지 시급한 과제를 모두 해소하긴 어렵다. 새로운 대화의 틀, 국내외 정책과제의 균형적 통합, 그리고 무엇보다 상호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적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한국 민주주의는 다시금 극한 공전을 끝내고, 외부의 거대한 변동을 헤쳐 나갈 온전한 내부 결속과 지혜를 요구받는다. — 오지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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