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7.9조 예산안 통과…재정 건전성 경고음 속 정치권 숙제는

2025년도 정부 예산안이 총 727조9000억 원 규모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역대 최대 수준의 예산안이 여야 극적 합의 끝에 처리됐지만, 적자 국채 발행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한층 깊어지고 있다. 2일 저녁 국회 본회의장에서 예산안은 재석 의원 256명 중 249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정치적 부담을 안은 채 단기 타협을 이룬 모습이다. 정부 관계자는 “고물가와 저성장에 대응하며 민생을 최우선에 둔 예산 편성이었다”고 밝히면서도 “국가채무 1200조 원을 넘겨 역사상 최대치”라고 언급, 위기 인식을 분명히 했다.

올해 예산 편성의 가장 큰 특징은 필수 민생 사업의 확대와 대규모 사회복지 지출 증가다. 경기 침체, 고령화 등에 따른 복지 수요 급증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매년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지출 구조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도 제기된다. 내년도 보건·복지 예산만 228조 원을 넘어 전체의 31%를 차지했다. 교육 분야 역시 무상교육, 무상급식, 고교 학점제 개편 등 현 정부가 강조한 정책이 대폭 반영됐다. 반면,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산업 육성 예산은 상대적으로 늘리지 못한 실정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래 성장동력 확충과 민간 활력 제고에 한계가 있다”며 “정책의 선택과 집중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세수 부족 속에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도 적자 국채 70조 원 가까이 찍히는 상황에서 내년 국가채무비율은 51%를 넘어설 전망이다. 2021년 44%이던 국가채무비율이 5년 만에 7%p 가까이 뛰어오른 셈이다. 정부는 법정 국가채무비율(60%)을 준수하겠다고 못을 박았지만, 부동산경기 부진, 인구 감소에 따른 세수 감소 등 구조적 요인으로 중장기 건전성 악화는 우려스럽다. 전문가들 역시 우리나라 신용등급, 미래세대 부담을 지적하며 구조개혁의 시급함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정치권은 이번 예산 통과 과정에서 극심한 정쟁과 포퓰리즘 논란 속에 재정 편성의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연초부터 진행된 소위 ‘쪽지예산’(지역구 예산), 선심성 증액 등은 여야를 막론하고 반복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일부 사업 예산에 삭감, 지방 이전 조정 등 수정안을 반영했으나, 전반적 규모 축소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여야 지도부는 “국민의 엄중한 민생 요구를 고려한 결정”이라며 공동 책임론을 내세우고 있으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무리한 지출 확대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

정부 일각에선 재정 총량중심 관리, 지방교부금 등 비효율 예산 투명성 강화 등 제도 보완 필요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재정당국 관계자는 “재정 지출 구조조정 없이는 국가채무 누증을 막을 수 없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재정준칙 도입, 복지사업 우선순위 재조정, 비효율적 나눠주기성 사업 점검은 향후 국회와 정부 모두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 S&P 등도 한국의 빠른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경계하며 신용도 관리에 각별한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제도 개혁, 노동시장 유연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미래세대의 부담 전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속가능한 재정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원칙론을 강조하지만, 실효적 구조개혁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한 신뢰 확보는 쉽지 않다. 예산안 통과 후 국내외 신용평가, 금융시장, 그리고 국민의 체감 민생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정부·국회는 이제 단기적 정치 타협을 넘어서 중장기 재정 건전성 기조, 정책집행의 효율성 강화라는 근본적 과제와 직면해 있다. 현재의 적자 재정 기조가 지속될 경우 중기적 성장잠재력 약화, 세대 간 불평등 심화, 대외 신용도 저하 등 악순환이 우려된다. 집행부가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명확한 정책 목표, 투명한 재정 관리, 선택과 집중의 우선순위 설정만이 최근의 재정 위기론을 극복하는 해법이 될 것이다.

— 박지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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