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극한대립의 본질: ‘내란세력’ 공방과 대한민국 정치 지형의 위기

여야의 대립 양상은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이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내란세력으로 몰며 야당을 탄압한다면 민주당이야말로 헌정 파괴의 주역”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5·18 혐오’ 논란 등을 통해 보수진영 일각을 내란세력으로 규정하고, 집권여당 내 주요 인사들을 정치적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정국 흐름에 대한 대응이다. 이 같은 ‘내란세력’ 프레임 공방은 단순 정치적 레토릭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 정치 시스템의 본질과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근본적 신뢰의 위기를 내포한다.

최근 정국은 첫째, 검찰과 사법부를 통한 정치권 관련 수사와 기소 활동이 잇따르고, 둘째, 5·18 운동의 정신 계승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이 극점으로 충돌하며, 셋째,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강경한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전략적 정체성 강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오세훈 시장의 발언은 해당 맥락을 온전히 반영한다. 오 시장은 민주당이 “야당 탄압” 프레임을 고수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법적·헌정적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여야가 서로를 헌정파괴 세력으로 규정하는 무한 대치 국면의 일면이다.

이 사안은 정치권의 의도적 프레임 씌우기, 즉 상대 세력을 ‘내란’, ‘반헌정질서’ 등 극단적 언어로 공격함으로써 중도층 설득이 아니라 기존 지지층 결집과 상대 진영의 고립에 초점을 맞춘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민주당은 5·18 정신을 부정하거나 폄하하는 일부 보수세력의 언행을 크게 부각시키며, 여권 전체를 내란과 반민주적 세력으로 묶어내려 한다. 이에 맞선 국민의힘과 오세훈 시장 등은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정치보복’ 논란과 맞물려 민주당의 헌정 파괴, 즉 의회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위협을 역으로 부각시킨다.

한편, 이러한 극단적 대치 구도의 근저에는 사법 리스크와 권력기관의 역할이 있다. 야당은 대통령실 및 정부 여당이 검찰·경찰을 통해 정치적 반대세력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여당은 민주당이 국회 다수와 ‘내란 프레임’ 등 강경한 언사로 실질적 야권 탄압 프레임 조작-전개한다고 본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법치와 절차적 정당성이며, 정당한 정치적 비판과 단죄, 견제는 그동안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된 주제다. 그러나 현 국면에서 헌정질서 파괴 혹은 내란세력 운운하는 언어의 잦은 사용은 정치적 상호 불신만을 확대할 뿐, 실질적 사회통합과 생산적 협치는 전면적으로 실종되고 있다.

실제로, 다양한 여론조사와 시민단체, 법조계 등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현재 서로를 국가파괴 세력으로 규정하는 극단 프레임은 양극단 지지층을 강화시키는 효과 이외에, 정치 불신과 피로감, 중도층의 이반을 가속시킨다는 비판이 많다. 또한 언론과 지식인 사회 역시 정파적 진영논리에 갇힌 채 본질적 대안 제시보다는 소모적 논쟁에 치중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정의 붕괴, 이탈리아의 극단 정치 양상 등 역사적 사례가 시사하듯, 민주주의는 비판과 경쟁을 견디지만 완전한 상호 불신의 정치 프레임은 체제와 제도 자체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정치적 극한대립 프레임이 국가적 위기관리, 사회적 신뢰 회복, 삶의 질 개선 등 본질적 정책 논쟁을 완전히 압도하는 현 상황은 결코 생산적이지 않다. 여야 모두 정치적 수사가 아닌 건전한 논쟁과 협의를 통해 사회적 다양성과 평화로운 갈등 관리라는 민주주의 본연의 가치로 복귀해야 한다. 이는 독자적 진영논리 확대보다 보다 넓은 국가적 의제 설정과 사회적 활력 회복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현 정치권의 언어는 헌정 파괴나 내란 프레임이 아닌, 미래 비전과 실용적 해법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재정립돼야 한다. 한국 민주주의가 이 난맥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통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지, 모든 정치 주체가 각성해야 할 시기다.

— 김도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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