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극단화’ 현상, 동아시아 정세 속의 교훈과 위험요소

2025년 한국 정치권은 “극단”이라는 단어로 집약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1년이 계엄령 수준의 긴장감을 반영하며 끝나가는 시점, 정당 간의 골은 더 깊어졌고, 타협의 여지는 극도로 희박해졌다. 주간경향의 심층보도에 따르면 야당은 본질적으로 ‘윤석열 리스크’를 중심으로 결집하며 투쟁 전략을 강화했고, 여당은 정부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일명 ‘믿고 지르는’ 정책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했다. 이 변화는 단순히 국내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중·일 정치 및 외교 지형에서 관찰되는 팬데믹 이후의 권위주의, 포퓰리즘, 정치적 탈중도화의 거대한 흐름과 맞물린다.

민주진영과 보수진영, 양 측의 정치적 언어와 행동양식은 극한대립으로 기울고 있다. 공동의 과제였던 사회적 소통과 신뢰구축의 역할은 점차 희미해졌으며, 각 당은 내부결속을 위해 더욱 선명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야당은 검찰권 남용을 경계하면서 ‘기득권 체제 청산’을 전면에 내세우나, 여당은 안보, 경제, 산업 고도화 등 대민 홍보전략을 중심으로 진영규합을 추진한다. 정책결정 과정은 점점 더 ‘정치적 도박’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질되었다. 한발 양보하지 않는 정책 대결은 사회 전반에 불신과 피로를 누적시키고, 법안 발의 혹은 심의의 숙의 시스템마저 위협한다.

외교적 관점에서도 극단화된 국내 정치 양상은 주목할 만하다. 미·중 전략경쟁이 강화되는 가운데, 일본은 최근 새로운 방위안보 전략과 중장기 경제 개혁안을 연달아 제시하며 국제무대에서 실리 중심의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대내적으로 체제 안정, 대외적으로는 전방위적 확장 정책을 이어간다. 양국 정치 역시 내부 결속과 대외 신뢰의 이중적 프레임에서 움직이나, 주요 정책결정은 집권세력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다. 한국도 유사한 양극단 구조에 빠져들며 유연한 외교 전략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미중 패권경쟁 속 지역 외교·경제 이슈를 선제적으로 다루기엔 국내정치의 극단화가 위험 신호로 작용한다.

산업 정책을 둘러싼 극단적 정치 경쟁 역시 구조적 취약성을 노출한다. 반도체, AI, 첨단 산업 육성책 집행도 정쟁의 연장선상에서 소모되는 현실이다. 일본의 경제안보법 및 차세대 반도체 연합 구축, 중국의 산업정책 내수 강화와 비교할 때, 한국은 특정 정파의 급진적 접근이나 견제만이 부각되며 산업정책이 장기 아젠다로 자리잡기 어렵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정치적 실험장’이 된 산업 각 분야는 정책 불확실성에 더욱 민감해졌다. 기업들의 투자 심리 역시 여야 권력 교체 가능성에 따라 널뛰듯 출렁인다. 국제 경쟁이 치열해지는 동아시아 산업판에서 이러한 단기적 대응과 내홍은 치명적일 수 있다.

현 정치권의 극단성은 문화·사회 전반으로도 확산 중이다. 여야 모두 논란이 잦은 사회 이슈에는 단호한 프레임 씌우기로 대응한다. 중국의 인터넷 통제·사회신뢰 구축, 일본의 문화정책 및 사회포용 프로그램 강화 실태와 비교할 때, 한국은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자원 연계에 있어 여전히 ‘합의 생산’보다는 ‘진영 알리바이’가 우선시된다. 이런 사회적 구획화는 중장기적으로 광범위한 분열과 갈등의 확대를 부를 수 있다.

동아시아 변화 속에서 한국 정치의 극단화는 엄연한 경고 신호다. 대외적으로 유연성·선제성이 필요한 역사적 분기점, 내부적으로 시스템 신뢰 재구축의 과제를 앞둔 상황에서 극단 대립의 비용은 장기적인 국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부처 간 협업, 정부-야당 사이의 실질적 타협 모델, 미중일 주변 환경 변화에 대한 예리한 대응 설계 없이는, 한국정치는 미래 과제를 관리·리드하는 데 실패할 위험이 크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극단의 정치’를 넘어, 실질적 안정성과 신뢰를 구축하는 구조적 변화이다. 동아시아 정세 변동기에 ‘합리적 보수’, ‘실용적 진보’라는 전통적 분류마저 해체되고 있는 지금, 균형있는 거버넌스와 사회계약 재정립이 절실하다. 한국 정치가 대립으로 소진되는 구도를 끊고, 생산적 담론과 미래 전략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 천유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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