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선거 향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과제와 현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한 선거 관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선관위는 투표 절차의 공정성, 선거인 명부 관리, 선거운동의 자유와 투명성 보장을 핵심 목표로 제시하며 실시간 행정 및 기술적 대응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그간 지속적으로 불거져 온 투·개표 논란, 전자개표기 신뢰성 의혹, 국내외 우편투표 관리 미흡 논쟁 등 구조적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중도 보수적 시각에서 볼 때, 선관위의 메시지는 국가 기관으로서 책임과 절차적 정의를 준수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예산 부족과 인력 위축, 신분보장 및 독립성 훼손 논란 등은 공정선거의 실질적 담보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활용 감시 체계 강화, 온라인 여론조작 방지 툴 도입 등 현대적 대응이 강조되지만, IT 전문 인력 확보와 관련 제도 정비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선언적 의미에 그칠 위험이 크다.

여론조사를 포함한 최근 언론 보도에서는 선거관리의 투명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10년 전과 비교해 20%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쪽에서는 “기계화와 자동화로 투명해졌다”는 평가가 존재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전산 시스템 오작동과 해킹 취약성 문제, 특정 정파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불신도 여전하다. 실제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비례대표제 운영, 조기투표 시스템 논란, 재외국민 투표용지 분실 등은 선관위의 제도 운영 역량과 대응 체계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을 노출시킨 바 있다.

이와 같은 현실적 문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면, 선관위는 투·개표 절차의 전면적 리뷰와 감시 강화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선거 감시기구의 이중-삼중 점검, 외부 감사 기구 도입, 선거정보 실시간 공개 등 국민 신뢰 제고 장치를 도입하는 추세다. 이를 감안한다면 우리 선관위 역시 정보 공개의 투명성, 내부고발 시스템 보장, 예산·인사 독립 확보에 매진해야 한다.

또한 이번 보도자료가 강조하는 데지털 전환과 온라인 여론 조작 방지 노력은 시대적 흐름에 부합한다. 그러나 변수가 많은 현장성과 실질적 대응력 보강 없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최근 국내외에서 확인된 온라인 허위정보 확산, 인공지능을 통한 여론 조작, SNS 기반 선거운동의 사전·사후 관리 부실은 분명한 리스크다. 선관위가 우호적인 내부 기류만을 반영하는 ‘자기평가’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 전문가·감사 기구와의 긴밀 협업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선관위의 신뢰성과 책임성은 기관 스스로의 진단과 개혁 의지, 실질적 시스템 개선에 달려 있다. 국민적 의혹 해소를 통해 더 강한 공정선거 문화와 제도적 신뢰 회복이 병행되어야만 한다. 자족적 성과 발표에 앞서, 외부와의 견제와 협력을 통한 투명한 선거관리 체계 확립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 박희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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