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상승과 자동차 산업: 위기인가, 혁신의 기회인가?
원·달러 환율이 1.1원 상승하며 1471.0원으로 출발했다. 표면적으로는 경제 기사임에도, 산업·모빌리티 관점에서 보면 이 변화는 단순한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환율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미래 기술 혁신과 경쟁력, 특히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핵심 변수다.
최근의 환율 상승세는 미국의 고강도 긴축 기조와 중국의 경기 둔화, 글로벌 교역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원화 약세는 수출 주도산업이 대부분인 한국 경제엔 일견 긍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자동차 산업과 같은 첨단 제조업에선 양날의 검이다. 완성차, 부품, 배터리, 반도체 등 자동차 밸류체인은 달러화 결제 비중이 매우 높고, 탄소중립이라는 친환경 정책 목표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전기차(EV)·수소차 분야의 기술개발 및 부품 조달 구조의 변화다. 환율 상승으로 인해 해외에서 배터리 셀, 인버터, 모터류 등 핵심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 국내 전기차 업체들은 비용 상승 압력에 직면한다. 실제로 현대차의 아이오닉 5, 기아 EV6, 제네시스 GV60 등 주력 전기차 모델은 1대당 배터리 가격이 차량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대부분 해외 공급망에 의존한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이 북미와 유럽에 현지 공장을 확장하는 것은 단순한 해외시장 진출을 넘어 환리스크 대응 차원의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환율 상승 국면에서 수출 대기업들은 일정 부분 채산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자동차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그룹, 구동 모듈 수출이 활발한 한온시스템 등은 원화 약세로 수출채산성이 오르며 단기적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 실제로 2024년 4분기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및 부품 수출 실적 데이터에 따르면 환율 10원 변동 시 영업이익에서 평균 450억~600억 원의 증감이 관찰된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환율 상승기의 마진 방어 효과는 부품, 원재료, 경상비 등 수입부문에서의 비용 인상에 의해 상쇄될 확률이 크다.
더 중요한 것은 친환경차, 신기술 자동차 부문에 미치는 첨단 기술 투자 압박의 가중이다. 글로벌 탄소 배출 규제가 강해지고, 유럽과 북미 시장이 2030년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이라는 목표를 앞다투어 내세우면서 주요 업체들은 친환경 R&D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현대차, 기아 등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매년 10조 원 안팎을 전기차·자율주행·연료전지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국내외 환율 환경이 악화돼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특히 미래차 핵심 부품의 국내 개발(국산화)이 아직 미진한 상황에서 고환율은 외화 조달 부담을 오히려 과도하게 키운다. 실제로 배터리, 구동 모터 등 고부가가치 부품 국산화율은 전기차 전체 대비 45~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주행 데이터 분석과 차량 전자제어시스템의 글로벌화도 환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외산 센서와 반도체 탑재가 확대되며, 테슬라·폭스바겐 등 글로벌 업체와의 기술 경쟁에서 빅데이터 및 자율주행 플랫폼의 수입 비용 역시 늘어나는 구조다. 각종 OTA(Over-the-air)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 서비스의 달러 결제 시스템 확대 또한 신기술 분야의 수익성 저하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환율 불확실성을 기술력 제고와 국내 밸류체인 재편으로 극복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질적 전환을 촉진한다. 대표적으로 LG전자, 현대모비스, 만도 등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제어, 국산 전력반도체(Power IC), 리사이클 소재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 역시 북미, 유럽 현지화 전략을 적극 추진하며 내부 수익구조의 달러-원 분산을 꾀하고 있다. 최근 포스코퓨처엠, L&F 등 소재기업들은 고환율 환경에서도 국내 생산 비중 확대와 RE100(재생에너지 100%) 목표 연동 투자를 병행하며 ESG 경영 강화에 나서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도 고환율 시대 친환경·기술혁신 드라이브를 이끌 촉진제가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기적 환율 이득이나 손실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장기적으로 친환경 및 신기술 중심 글로벌 경쟁구조 속에서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구축할 수 있느냐다. 정부의 그린뉴딜 및 K-배터리 발전전략, 공급망 다각화 등 정책적 지원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국산화·신기술 개발 투자가 맞물릴 때 고환율의 파고를 넘어 진정한 기술주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지금 위기와 기회의 기로에 서 있다. 혁신은 수치 너머의 데이터와 기술, 전략에서 출발한다.
— 안시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