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전쟁 속, ‘리더스 서밋’이 드러낸 구조적 허상과 미완의 혁신
한국 경제 생태계가 혁신의 기로에 섰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이 야심 차게 주최한 ‘제2회 리더스 서밋’—여기서 스타트업 투자 전략을 공유한다는 미명 아래, 우리 벤처·스타트업 투자구조의 적나라한 허상이 또 한 번 적출됐다. 행사는 겉으론 화려했다. 벤처캐피탈, 액셀러레이터, 대기업이 앞다투어 참여해 ‘미래지향적 성장동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질문은 냉정하다: 이런 판을 짠 투자자와 기관들은 정말 혁신의 동반자인가, 아니면 구조적 이익의 카르텔인가? 추적해보자.
대한민국 스타트업 투자판의 문제는 결코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언론 보도와 기재부, 중기부 자료를 종합하면, 매년 7~8조원 규모의 벤처투자금이 풀리고 있다. 오히려 그 돈이 어디로, 어떻게 흐르냐가 문제다. 현장 비판적 목소리에 따르면, 투자 의사결정은 소수 VC와 대기업 지분 관계사에 집중된다. 실제로 2024년 상반기 국내 투자 유치 100대 스타트업을 분석하면, 상위 10%가 전체 자금의 60%를 가져갔다. 실리콘밸리의 ‘승자독식’ 현상이 아니라, 국내에서는 대기업 자회사·사모펀드·관계사 ‘네트워크’에 쏠림 구조가 고착됐다. 이 과정에서 소수 투자자-운영사-스타트업이 묶여 비공개 정보공유, 인맥 관행, 특혜 조달 루트가 체계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실제 리더스 서밋 세션에서도 패널 대부분이 이미 업계 내 네트워크에 깊이 뿌리내린 인물들이었다. 신생 혁신기업이 진입장벽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경과원은 “기술의 사회적 영향력”과 “글로벌 진출전략”을 운운했다. 하지만 부장급, 임원급 투자자가 모여 ‘돈 돌리기 노하우’를 던지는 구도가 반복되고 있다—청년 창업가, 여성 창업자, 지방 혁신기업 등 다양한 층의 진입 어려움은 여전하다. 벤처투자 연합체, 정책금융 운용사의 심사 프로세스 역시 결국 과거의 성공경험, ‘스펙’ 쌓기, 네트워크 의존을 떨치지 못한다. 이런 구조를 깰 제도적 대안은 아직도 미완의 과제다. 정부와 지자체, 공공펀드가 흘려 보내는 자금이 구조적으로 일부 권력과 자본에 유리하게 재설계되는 순간, ‘혁신’은 명분만 남고 실상은 변하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건 투명성이다. 리더스 서밋을 비롯한 수많은 투자포럼은 폐쇄적이고 반복적인 자기성찰 부족의 무대다. 투자 포트폴리오 공개, 투자 심사 기준 고도화, 이해상충 방지장치 강화와 같은 기초 인프라가 부실하다. 만약 경과원이 이번 행사에서 정말 변화를 꿈꿨다면, 표면적 화두 이상으로 심층적 ‘투명한 공론장’ 제시부터 했어야 한다. 스타트업 현장 관계자들의 비공식 의견에 따르면, 창업 생태계 내 ‘기회의 불균형’은 지난해보다 더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에서는 이미 ‘블라인드 심사’, ‘탈권위 심사단’, ‘청년·여성 우대 심사’ 등 다층적 평가체계를 도입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믿을 만한 사람, 손발 맞는 투자자’가 승자를 결정한다. 스타트업 투자는 창업가의 주체성과 시장 다양성을 위협하지 않는 방식으로 완전히 재편돼야 한다.
지금 경제계와 정책 현장은 무오류, 무책임, 무변화의 블랙박스를 짜고 있다. 일본식 구조고착, IMF 이후 벌어진 ‘소수 카르텔’ 재생산, 혁신의 탈을 쓴 부패—이 모든 병폐가 스타트업 판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경과원이 던진 ‘리더스 서밋’이라는 화두가 진정한 전환점이 되려면, 상징적 이벤트가 아니라 철저한 구조투명화, 권력-자본 유착 차단, 신생 혁신플레이어의 ‘진입 사다리’ 구축부터 답해야 한다. 혁신은 결국 구조개혁에 달려 있다. 본질을 외면한 ‘행사의 성찬’은 곧 체계화된 기득권의 파티를 넘어설 수 없다.
— 강서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