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난개발이 불러온 재난, 동남·남아시아 대홍수의 실상과 한국에 주는 경고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전통적으로 인류의 문명이 번창해온 공간이다. 하지만 2024년, 이 지역은 기록적인 홍수로 신음했다. 1천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재앙. 본질적인 원인은 두 가지—기후변화와 난개발이다. 표면적으로 자연재해라지만, 그 이면엔 인간의 탐욕과 무책임이 깔려 있다.
먼저, 기후변화.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은 공식보고서에서 아시아 대홍수의 주 요인으로 ‘이상 기후’를 지목한다. 실제로 인도,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지의 올해 몬순 강수량은 100년만의 극치를 보였다. 전통적인 기후 패턴이 무너지자 흙과 돌, 그리고 수백만의 인간이 한꺼번에 사지로 떠밀렸다. 과연 우리나라는 이 대열에서 자유로운가? 이미 한반도 역시 기상 이변, 집중호우, 태풍의 강해짐으로 수차례 경고를 받았다.
다음은 난개발이다. 앞다퉈 짓는 공장, 거침없이 확장되는 도시, 그리고 무분별한 산림 파괴. 동남·남아시아의 경제성장은 현지 정권의 치적이자 대외 과시물이지만, 필연적으로 재난을 키우는 구조다. 자연의 물길을 막은 도로와 댐, 하천을 점령한 슬럼가와 고층 건물. 인재(人災)로 전락한 홍수 현장엔 허술한 관리와 부정부패의 그림자도 짙다.
이같은 구조적 재난은 해당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 산업 네트워크, 이주노동과 식량 유통까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베트남 남부와 인도 칸치 지역의 홍수 피해는 우리 중견기업의 생산라인·부품 수급에도 직격탄이다. 이미 2022년에도 베트남 현지 공장 가동 중단, 해외 식량가격 폭등을 경험한 바 있다. 기후·사회문제가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현실,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권력 지형 또한 주목해야 한다. 동남·남아시아 주요국의 지도자들은 대형 프로젝트와 토건 중심 성장으로 리더십을 설계해 왔다. 그러나 여론은 점차 변하고 있다. 그들은 자연재해 대응 패러다임 전환, 환경정책 강화 요구에 직면한다. 책임 정치, 지속가능한 개발을 택하지 않으면 현 정권 불신과 사회 분열이 불가피하다. 이는 한국 정치권에도 시사점이 크다. 지금껏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 도시재생 사업이 표심과 경제 성장의 도구였지만, 환경적 지속 가능성이 배제된 개발 정책은 이제 심판대에 오르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국회, 기업의 역할도 분명해진다. 첫째, 기후적 재난의 글로벌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개발협력, 재난 대응 매뉴얼, 인도적 지원 등 다층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둘째, 국내 정책 역시 자연과 경제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재난 위험지도 정비, 댐·하천관리 첨단화, 건설·도시계획의 환경영향 평가 정상화 등이 결합될 때만 사회적 안전망이 보장된다.
중도 보수의 입장에선 시장과 기술혁신의 힘을 높게 평가하지만, 자연을 이기는 인간의 오만은 치명적이다. 시장은 때때로 단기 이익 논리에 휘둘리지만, 국가의 리더십은 장기적 위험과 공동체의 안녕을 보장해야 한다. 권력의 무책임, 개발이익 독점, 환경 파괴—이 세 축이 결합되면 사회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결국 대홍수의 교훈은 경고로만 남아선 안된다. 현장에 적용되는 정책 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 아시아의 재앙을 타산지석 삼아, 한국 사회는 근본적 개발 패러다임 전환에 나서야 한다.
기후재난은 결코 약한 고리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략과 정책, 그리고 권력의 지형이 다시 그려질 시점에서, 정치권과 시민 모두 현실 직시와 냉철한 선택이 요구된다. 재난은 정치적 구호를 넘어 실체적 변화를 요구한다. 물길을 바꾸려는 인간의 오만이 또 다른 재앙을 부를지, 아니면 반성적 리더십이 새로운 전환의 시작이 될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윤태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