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얼굴, 글로벌 정체성: 배우 이원종과 도시 브랜딩의 새로운 동학
오늘날 세계 각국 도시는 ‘누가 그 지역을 대표하는가’라는 질문에 새로운 전략을 모색한다. 한국 은평구의 공식 홍보대사로 발탁된 배우 이원종은 단순한 연예인의 역할을 넘어 지역과 주민, 나아가 국가 이미지 형성에 개입하는 인물로서 상징적인 자리에 선다. 이원종의 위촉 배경에는 한국 지방 정부들이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맞아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대내외 경쟁력을 재정의하는 과정이 깊이 내재한다. 중앙-지방 간 힘의 배분이 점점 현장을 중시하는 조류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우리 동네 배우’라는 친근한 수사 아래 실제로는 지역경제, 사회통합, 국제적 도시 브랜딩이 교차하는 복합적 전략이 세워지는 것이다.
은평구는 서울의 북서쪽 관문으로 역사·자연생태·신도시 개발이라는 삼중 구조 위에 놓여 있다. 최근 몇 년간 신도시 팽창과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혼재하며, 지역 정체성 재정립이 의제로 부상했다. 이원종은 30여년 배우 경력을 통해 대중적 신뢰와 인간미를 쌓아왔으며, ‘지역 토박이’라는 상징성이 관료 중심의 기존 홍보 단계를 넘어선 시민소통 채널 역할로 기대를 모은다. 전문가들은 한류 스타나 글로벌 톱클래스 홍보대사가 아닌 ‘주민에 뿌리 내린 인물’에 대한 지속적 수요를 지적한다. 이는 로컬리티(locality) 기반 자치 모델 확산 및 민·관 거버넌스 중심 전환과 맞닿아 있다.
최근 싱가포르, 일본 구마모토현, 프랑스 리옹 등은 로컬 출신 문화인·예술인을 통한 도시 브랜드 강화에 힘썼다. 이 전략은 고유 지역 이미지를 확보함과 동시에 국제 네트워크 구축의 플랫폼이 된다. K-콘텐츠 위상이 고조된 후 한국 지자체들도 도시-문화-주민이 일체가 되는 브랜딩을 적극적으로 실험하며, 은평구의 이번 선택 역시 이 같은 변화 흐름에 따른 것으로 읽힌다. 연예인의 사회적 영향력이 국가 단위 선전 도구에서 벗어나, 풀뿌리 자치의 교량과 도시 외교의 실질 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은평구의 사례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도시 외교’의 확장성에 있다. 도시별 특산물·관광산업·문화 발신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역 홍보대사는 유기적 커뮤니케이터이자 글로벌 네트워커로서 기능한다. 한국은 지역 균형발전 전략과 동시에 도시간 경쟁 구조를 안고 있다. 최근 부산의 2030 월드엑스포, 인천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그리고 의정부·대구 등지의 한류 자원 활용은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한국 지방 정부의 문화·외교예산 투자 비중은 연평균 14% 이상 성장했다. 이는 곧 지역이, 국가 단위 외교정책의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라 협상력 있는 행위자로 부상하는 단초다.
한편 유명인의 지역 홍보대사 위촉에 대한 경계 논의도 있다. 정책성과와 이미지 마케팅의 괴리, 주민참여 없는 일방적 위촉, ‘관광유치’ 수치에만 집착하는 단기적 접근 등은 일본, 영국, 미국 등지에서도 유사한 논란을 불러왔다. 따라서 은평구 역시 연예인 브랜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지역문화 공동체-주민협의체-예술인단체 등 다양한 스테이크홀더와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이는 ‘대표성'(representation)의 문제를 넘어서, 지역과 세계 사이에서 도시가 스스로의 목소리를 갖추는 길이기도 하다.
국가 간 힘의 경쟁이 도시 단위로 확장되는 21세기, 로컬이 곧 글로벌이 되는 역설적 구조는 자명해졌다. 지역의 정체성, 주민의 자긍심, 그리고 네트워크 확장이 맞물릴 때 비로소 도시와 브랜드, 인물의 조합이 균형을 이룬다. 이원종의 은평구 홍보대사 위촉은, 한국 지방 정부·문화산업·도시외교의 교착점에서 로컬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이다. 로컬에서 출발해 세계로 향하는 미래 도시의 힘, 이제 각 지역이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할 시대다.
— 오지훈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