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재판부, 사법 시스템의 시험대: 정치적 격랑 속 ‘속도전’의 명과 암
지난 3일深夜, 비상계엄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로 한국 사회가 받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정치권은 또 다른 거대한 논쟁의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여당 단독으로 ‘내란 등 중대범죄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킨 것은 단순한 입법 행위를 넘어, 한국 사법 시스템의 근간과 헌법적 가치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의 서막을 올린 사건으로 분석된다.
법안의 핵심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내란·외환죄 등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를 전담하는 재판부를 신설하는 것이다. 여당은 비상계엄 사태와 같은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재판을 통해 사법적 공백을 최소화하고, 국가 안보를 확고히 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일반 형사재판부에서 처리할 경우 장기간 소요될 수 있는 재판을 집중 심리를 통해 효율적으로 진행, 사법 정의를 조속히 실현하겠다는 논리다. 표면적으로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한 사법 시스템의 대응 능력 강화라는 합리성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된다. 이들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특정 사건을 겨냥한 ‘표적 입법’이라는 점이다. 비상계엄 사태 관련자 처벌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기존 사법 체계를 흔드는 입법은 정치적 목적이 사법 절차에 개입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다. 둘째, 재판부 구성과 운영의 독립성 문제다. 법관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법원장이 특정 재판부를 신설하고 판사를 지명하는 과정에서, 행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정치적 재판’을 위한 ‘맞춤형 재판부’가 될 수 있다는 의구심으로 이어진다. 셋째,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에 대한 도전이라는 시각이다. 입법부가 특정 사건 처리를 위해 사법부의 조직과 운영에 직접 개입하는 형태는, 사법부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고 권력분립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이러한 국내의 정치적·법리적 논쟁은 이미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관계에도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한국의 정치적 안정을 주요 변수로 간주하는 중국과 일본의 시선은 복합적이다. 이들 국가는 한국의 민주적 제도와 법치주의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역내 안정성의 중요한 척도로 삼는다. 비상계엄 사태와 그 후속 조치로 나타나는 급진적인 사법 시스템 개편 움직임은, 한국 내부의 정치적 갈등이 예측 불가능한 수준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외교적 신뢰도 하락, 장기적으로는 경제 협력 및 안보 공조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과 도쿄의 정책 결정자들은 한국의 리더십과 사회적 통합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대(對)한반도 전략을 재검토할 수 있다. 특히, 정치적 격변이 사법 시스템의 근간까지 흔드는 모습은 외부 세력에게 한국 사회의 취약성을 노출하는 것과 다름없다. 안정적인 법치 시스템에 기반한 예측 가능성은 외국인 투자와 국제 교류의 핵심 전제조건이다. 현 상황은 한국이 쌓아온 ‘민주주의 선진국’ 이미지를 퇴색시키고, ‘코리아 리스크’를 다시금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결국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문제는 단순히 국내 정치 세력 간의 힘겨루기를 넘어,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와 사법 시스템의 미래, 나아가 국제 사회에서의 국가 신뢰도까지 걸린 중차대한 시험대가 되었다. 법안이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어떤 정치적·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지는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이 ‘속도전’의 끝에 남는 것이 신속한 정의 구현일지, 혹은 돌이킬 수 없는 사법 불신과 정치적 후유증일지, 그 결과를 온 국민과 국제 사회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 천유빈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