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전장 된 안보 심포지엄, 한반도 넘어선 ‘동맹의 시험대’

지난 12월 3일, 인천 송도에 위치한 조지메이슨대 안보정책연구소에서 열린 제6차 국제안보 심포지엄은 단순한 학술 행사의 외피를 넘어,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거대한 지정학적 단층선 위에서 한국의 전략적 좌표를 재설정하려는 치열한 담론의 각축장이었다. ‘강대국 경쟁 시대의 인도-태평양과 한반도 안보’라는 주제는 현재 한국이 직면한 외교안보 딜레마의 핵심을 정확히 관통한다. 이는 더 이상 한반도라는 좁은 틀에 갇힌 문제가 아님을, 그리고 선택의 시간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이번 심포지엄의 구조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면, 기획 의도는 더욱 명확해진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같은 전직 고위 당국자들이 전면에 나선 것은 ‘트랙 1.5(반관반민)’ 대화의 전형적 형태를 띤다. 현직의 공식적 발언이 갖는 외교적 부담을 덜어내고, 보다 날것의 전략적 구상과 때로는 강경한 메시지를 필터 없이 전달하는 통로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이 강조한 ‘한미 동맹의 현대화’와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한 대응이라는 표면적 명분을 갖지만, 그 이면에는 동맹의 역할과 작전 범위를 인도-태평양 전역으로 확장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전통적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해석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동맹의 법적·구조적 성격 변화를 추동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경제 안보’가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는 사실이다. 반도체, 배터리, 핵심 광물 공급망 등 첨단 기술과 산업 인프라가 이제는 미사일 방어체계만큼이나 중요한 안보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미중 경쟁의 전선이 군사 영역을 넘어 기술과 경제 분야로 전면 확대되었음을 의미하며, 한국은 이 새로운 전쟁터의 최전선에 서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이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대한 참여 요구는 한국에게 ‘안보 동맹’과 ‘경제 파트너’ 사이의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하는 구조적 압박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오간 논의들은 이러한 압박의 강도를 가늠하고, 한국의 정책 결정자들에게 특정 방향으로의 ‘전향’을 촉구하는 여론 형성 과정의 일환으로 분석될 수 있다.

법조·범죄 분석의 관점에서 이 현상을 본다면, 이는 국제 규범과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회색지대(Gray Zone)’의 확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명문화된 조약이나 국제법이 아닌, ‘전략적 구상’이나 ‘가치 연대’와 같은 유연하지만 강제력 있는 프레임워크가 국가의 행동을 제약하는 새로운 규범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안보 심포지엄은 바로 이러한 비공식적 규범이 생산, 유통, 강화되는 핵심적인 공간이다. 이곳에서 형성된 담론은 언론을 통해 증폭되고, 결국 입법과 정책 결정 과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정 위협을 과장하거나 새로운 안보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기존 법체계나 정책의 변경 필요성을 역설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고도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현장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조지메이슨대의 이번 심포지엄은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온 한국의 외교적 공간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축소판이다. 한반도 방위라는 전통적 의제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의 안보 질서 재편에 동참하라는 요구는, 한국에게 동맹의 가치와 국익의 실리 사이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지성의 각축장에서 오간 수많은 진단과 제언들은 결국 ‘한국은 누구와 함께,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최종 질문으로 수렴된다. 그 선택의 결과가 가져올 파장과 책임의 무게를 가늠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 주어진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일 것이다.

— 서지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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