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의 ‘후각’을 지배하라: 센코의 1000만불 수출탑이 던지는 모빌리티 혁명의 청사진
지난 12월 3일, 국내 센서 기술 기업 ‘센코(Senko)’가 2025년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1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산업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가스 센서 전문 기업의 쾌거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식의 이면에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도로 위, 즉 전기차와 수소차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기술 패권 경쟁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이 숨어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체를 감지하는 센서 기술이 어떻게 모빌리티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가장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바로 수소전기차(FCEV)다. 현대차의 넥쏘(Nexo)가 도로를 누비고 수소 충전 인프라가 확대되면서 ‘수소’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연료가 아니다. 그러나 수소는 무색, 무취, 무미의 특성을 가지며 공기 중 농도 4% 이상에서 폭발할 수 있는 극도의 가연성 기체다. FCEV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최후의 보루가 바로 수소 누출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초정밀 센서인 이유다. 센코가 개발한 전기화학식 수소 센서는 수소 분자가 센서 전극과 반응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전류 변화를 감지해 공기 중 수백만 분의 일(ppm) 단위의 극소량 누출까지 잡아낸다. 차량 내부의 연료전지 스택, 연료 탱크, 배관 등 곳곳에 장착된 이 ‘전자 코’는 0.1초 이내의 빠른 반응 속도로 위험을 알려 운전자의 안전을 확보한다. 이는 단순한 부품을 넘어 수소 모빌리티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이다.
전기차(EV)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센서의 역할은 더욱 극적으로 변한다. 최근 몇 년간 전기차 화재의 주범으로 지목된 ‘배터리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은 업계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셀 하나의 결함이 연쇄적인 폭발로 이어지는 열폭주 현상은 전조 증상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기존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은 주로 전압, 전류, 온도 변화를 감시하지만, 이는 이미 열폭주가 상당히 진행된 후의 결과값을 측정하는 방식에 가깝다. 하지만 진정한 기술 혁신은 문제 발생 ‘이전’의 시그널을 포착하는 데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열폭주 초기 단계에서 전해액이 기화하며 일산화탄소(CO), 수소(H2) 등 특정 가스를 미량 방출한다. 센코와 같은 기업이 보유한 초미세 가스 감지 기술을 BMS와 결합하면, 온도 변화보다 훨씬 먼저 이상 징후를 감지해 운전자에게 경고하거나 냉각 시스템을 최대치로 가동시키는 등의 선제적 조치가 가능해진다. 이는 테슬라,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차세대 BMS 기술로 앞다투어 연구하는 분야이며, 국내 부품사의 기술력이 글로벌 표준을 선도할 기회가 여기에 있다.
센서 기술의 전장은 비단 안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차량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생활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실내 공기질은 중요한 상품성으로 부각되고 있다. 센코의 또 다른 주력 제품인 초미세먼지(PM 2.5) 센서는 이미 제네시스, 기아 등 국산 고급차량의 공기청정 시스템에 탑재되어 외부의 오염된 공기 유입을 차단하고 실내를 쾌적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테슬라의 ‘생화학무기 방어 모드’가 마케팅을 넘어 실제 소비자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했던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향후 자율주행 시대에는 차량 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이에 따라 실내 환경을 제어하는 환경 센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센코의 ‘1000만불 수출의 탑’ 수상은 단순한 개별 기업의 성과를 넘어선다. 이는 모터와 배터리, 반도체로 이어지는 미래차의 핵심 경쟁력 목록에 ‘초정밀 센서’가 당당히 이름을 올려야 함을 증명하는 사건이다. 보이지 않는 위험을 감지하고, 보이지 않는 편안함을 제공하는 이 작은 부품들이 모여 거대한 모빌리티 혁신을 이끌고 있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후각’과 ‘촉각’을 개발해낼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친환경 모빌리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청사진의 한 조각이 바로 이번 수상에 담겨 있다.
— 안시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