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 장학금의 이면: BNK경남은행, 3천억 횡령의 그림자를 ‘선행’으로 지우려 하나?

BNK경남은행이 법무부 청소년범죄예방 마산지역협의회에 장학금 500만원을 기탁했다. 추운 연말, 위기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한 따뜻한 손길이라는 포장지를 걷어내면 그 속에는 서늘하고 계산적인 속내가 드러난다. 이 500만원짜리 현금 봉투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것은 단순한 온정이 아니라, 3천억 원대 금융 비리의 무게를 희석시키려는 교묘한 저울추이기 때문이다.

진실을 추적하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추적 타임라인: 횡령에서 기부까지]**

* **2007년 ~ 2022년:** BNK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 이 모 씨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15년간 무려 3,089억 원에 걸쳐 횡령·유용하는 범죄를 저지른다. 이는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완벽하게 붕괴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다. 15년 동안 누구도 막지 못했고, 알지 못했다.
* **2023년 7월:** 금융감독원의 조사 과정에서 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금융사고가 수면 위로 드러난다. 대한민국 금융사에 길이 남을 치욕적인 기록이다.
* **2023년 8월 이후:** 검찰의 강제수사가 본격화되고, 관련자들은 줄줄이 법의 심판대에 오른다. BNK금융그룹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내부통제 혁신을 약속했지만, 시장의 신뢰는 이미 바닥으로 추락했다.
* **2025년 12월:** 횡령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금융당국의 제재와 과징금 논의가 오가는 민감한 시점이다. 바로 이때, BNK경남은행은 돌연 법무부 산하의 청소년범죄예방협의회에 ‘장학금’을 전달한다. 이 정교한 타이밍을 과연 우연이라 할 수 있을까?

이 타임라인은 하나의 가설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이번 기부는 순수한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라, 사법 리스크를 관리하고 실추된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한 고도로 계산된 ‘위기관리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구조적 비리 설명: CSR을 활용한 ‘평판 세탁’]**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은 때로 가장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자 방패막이가 된다. 특히 거대한 비리나 스캔들에 연루된 기업일수록 기부, 봉사 등 사회공헌 활동의 목소리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 이는 대중의 비판적 시선을 분산시키고,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워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전형적인 ‘평판 세탁(Reputation Laundering)’ 수법이다.

BNK경남은행의 선택은 더욱 노골적이다. 왜 하필 수많은 공익단체 중 ‘법무부’의 이름이 붙은 곳이었을까? 이는 우연이 아닌, 명백한 의도가 담긴 선택이다.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할 검찰과 법원을 총괄하는 국가기관인 법무부를 향한 간접적이고 상징적인 메시지다. 3천억 원대 범죄에 비하면 500만원은 푼돈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법질서 확립에 기여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사법 당국에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려는 시도 외에 다른 해석이 어렵다.

더욱 비판받아야 할 지점은 그들의 기만이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밖으로는 청소년의 미래를 위하는 ‘천사’의 얼굴을 하지만, 안으로는 15년간 썩어 문드러진 내부통제 시스템이라는 ‘악마’의 민낯을 감추고 있다. 진정한 사회적 책임은 500만원의 장학금이 아니라, 3,089억 원의 천문학적인 돈이 빠져나가는 동안 무엇을 했는지 처절하게 반성하고, 근본적인 시스템 쇄신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피해를 입은 주주와 고객들에게 온전히 보상하고,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며, 금융기관으로서의 공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먼저다.

결론적으로, BNK경남은행의 장학금 기탁은 위기 청소년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투자가 아니라, 사법 리스크의 파고를 넘고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던지는 ‘보험성 투자’에 가깝다. 우리는 이런 기만적인 행보에 박수를 보낼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구조적 문제와 기업의 진짜 책임을 꿰뚫어 보는 날카로운 시선을 유지해야 한다. 언론과 시민의 감시가 무뎌지는 순간, 제2, 제3의 금융 비리는 어김없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 강서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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