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헌정 유린의 밤… 남은 과제는 ‘사법적 단죄’
우원식 국회의장이 헌정사상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가 할퀴고 간 국회 본청 계단을 ‘해설사’처럼 짚어 내려갔다. 그의 손끝이 가리킨 곳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었다. 불과 몇 시간 전, 군화와 총구에 맞서 국회의원과 시민들이 맨몸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역사의 현장이었다. 우 의장의 언급처럼 시민들이 흔들던 ‘응원봉’ 불빛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헌법 수호의 의지를 밝힌 상징적 횃불이었다. 2025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은 헌정 질서가 멈춰서는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의 근간을 뒤흔든 ‘헌정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사태는 국회와 국민의 저항으로 일단락됐지만, 이제부터는 더욱 냉철한 ‘사법의 시간’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조계를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사건의 타임라인을 복기하는 것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12월 3일 오후 10시 27분, 윤석열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종북 세력의 국가 전복 시도’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헌법이 규정한 계엄 선포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는 즉각적인 논란에 휩싸였다. 선포 직후, 국방부 장관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하고 계엄군이 서울 시내 주요 지점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계엄군의 국회 진입 시도는 이번 사태의 위헌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대목이다. 헌법 제77조 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계엄군의 국회 진입은 바로 이 국회의 고유 권한을 물리력으로 무력화하려는 시도였기 때문이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자정을 넘긴 시각 국회로 집결, 본회의장 입구를 몸으로 막아섰고,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국회로 모여들었다. 결국 12월 4일 새벽 1시, 국회는 재적 192명 중 찬성 190명이라는 압도적 표결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새벽 4시 30분, 대통령실은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를 의결했다고 발표하며 길고 길었던 6시간의 비상 사태는 막을 내렸다.
사태 수습의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왔지만, 법조계의 시선은 이제부터 시작될 수사와 재판 과정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명백한 ‘형사적 단죄’의 대상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가장 핵심적인 혐의는 형법 제87조의 ‘내란죄’다. 내란죄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에게 적용되며, 수괴는 사형, 무기 또는 무기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규정된 중범죄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의 계엄 선포 행위 자체가 헌법기관인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고 헌법 질서를 파괴하려는 ‘국헌 문란’ 목적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계엄 선포의 요건, 절차, 목적 모두 헌법을 위반했다”며 “이는 명백한 내란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행위이며, 대통령 본인과 계엄 선포에 동조하고 실행한 국방장관, 계엄사령관 등 관련자 전원이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대통령의 직권남용(형법 제123조), 계엄군의 국회 진입 시도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형법 제144조) 및 국회회의장모욕죄(형법 제143조) 등도 함께 거론된다.
문제는 수사의 주체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불소추 특권(헌법 제84조)에 따라 재임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기소를 할 수 없다는 의미일 뿐, 수사 자체는 가능하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례다. 따라서 검찰이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행정부가 지휘권을 가진 현 검찰 체제하에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결국 정치권에서는 ‘특별검사(특검)’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밖에 없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 비윤계에서도 특검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어, 관련 법안 처리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검이 도입된다면, 계엄 선포의 기획 단계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에 걸친 광범위하고 성역 없는 수사가 진행될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절차 돌입이 불가피하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된 것은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국회의 불신임이 명확히 표현된 것이다.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는 탄핵 사유 중 가장 명백하고 중대한 경우에 해당한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헌법재판소가 최종 탄핵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새벽의 국회 표결 결과는 이미 탄핵소추 의결정족수(200석)를 훌쩍 넘긴다는 점에서, 탄핵안 발의 시 가결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헌정 유린 사태를 막아낸 국회가 이제는 헌정 질서를 정상화하기 위한 사법적, 정치적 절차에 착수해야 하는 책무를 안게 된 것이다.
우원식 의장이 안내한 국회의 상처는 단순한 물리적 흔적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언제든 위협받을 수 있다는 준엄한 경고이자, 동시에 위기 앞에서 헌법을 수호하려는 시민들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 증거다. 국회 앞을 밝혔던 ‘응원봉’의 불빛은 꺼졌지만, 이제 그 불씨는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사법적 단죄와 정치적 책임의 과정으로 옮겨붙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헌법 시계가 멈췄던 그날 밤의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에게 엄중한 법의 심판을 내리는 것. 그것이 바로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가 지켜낸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길이다.
— 김하늘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