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종교의 경계에 선 통일교: 국가권력과 시민사회의 긴장
윤석열 대통령이 종교재단의 정치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해산 조치”까지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국내 정치 질서와 종교의 자유, 그리고 국가권력의 통제권 사이에서 또 하나의 중대한 이정표를 의미한다.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정치와 종교’의 결탁 우려는 근대국가의 출범과 함께 반복적으로 등장해왔으며, 이번 통일교 조직을 겨냥한 대통령 발언도 단순한 사안 이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일교는 설립 초기부터 독자적인 신념체계와 함께, 국가·사회 전반에 걸친 영향력을 공공연히 표방해왔다. 일본 내 유력 정치인들과의 관계, 한국 내에서의 사회운동 및 자금력 행사는 오래전부터 논란의 대상이었으며, 최근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살 사건 이후 통일교의 정치적 연루 의혹이 국제외교에까지 그 파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의 발언 직후,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측은 “사실 관계에 근거하지 않은 부당한 해산 논의”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와 동시에 종교자유 침해 논란이 재점화됐고, 시민사회와 진보 진영에서는 국가권력이 정교분리 헌법 원칙을 위협한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볼 때, 종교 단체의 정치 개입 여부와 재단 해산 문제는 각국의 역사·법률·사회구조에 따라 매우 상이하게 전개된다. 예컨대 일본의 ‘옴 진리교’나 러시아의 ‘여호와의 증인’ 금지 사례처럼, 폭력적 범죄 혹은 헌법적 질서 위협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있을 때 집단 해산이 이루어진 전례가 존재한다. 반면 프랑스의 정교분리(laïcité) 원칙 역시 국가가 종교기관의 공적 활동 개입에 극도로 민감하게 대응하는 토양이 됐다. 그러나 대다수 국가에서는 종교의 기본적인 신앙·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해산이나 극단적 규제 조치에는 신중을 기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현재 한국 내 통일교를 둘러싼 논란 역시 1980~90년대 이단논쟁, 2000년대 이후 신흥종교 관련 소송과 집회 그리고 최근에 불붙은 ‘과도한 헌금’, 해외 정치자금 의혹 등 다층적 양상을 보인다. 이번 대통령 발언은 이러한 장기적 사회 논쟁의 집적이면서, 동시에 ‘한국 대 일본’ 사이에 형성되는 지정학적 신경전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일본 정부가 아베 전 총리 사망의 배후로 통일교 관련 단체와의 관계를 일부 인정하는 분위기를 보이는 등 한일 양국 모두에서 압박 강도가 커지고 있는 것은 단순한 국내 문제로 볼 수 없음을 의미한다.
한미동맹, 한일관계, 그리고 한국 사회 내 반종교 정서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이번 사안의 본질은 국가와 사회를 규정하는 권력의 정당성 논리에서 비롯된다. 즉, 통일교와 같은 거대 단체가 헌법이 부여한 종교 자유의 테두리 안에서 어느 정도의 정치적 영향력을 허용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 전반의 재논의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해산 논의와 실제 집행 사이에는 상당한 법적·정치적 장벽이 존재하며, 특히 여론의 적극적 동의와 사법적 판단이 없다면 졸속 추진에 따른 후유증도 적지 않을 것이다.
최근 국제사회의 시각도 두 갈래로 나뉜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종교의 자유 보장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며 대통령의 발언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반면에 일부 시민단체는 사회 혼란, 반민주적 자금동원, 정치-종교 결탁 등의 우려를 근거로 명확한 제도적 정비와 단호한 조치를 촉구한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현대사회가 아직도 강고한 ‘집단주의적 규범’과 ‘서구적 개인주의 가치’가 극명히 충돌하는 심정적 경계 지대임을 방증한다.
외교적 측면에서는 통일교 이슈가 최근 한일 안보협력 및 경제협상 정세와 맞물려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양국은 더 이상 단순히 ‘과거사’만이 아닌, 정치체제·사회운영방식까지 놓고 직접적 가치 대립을 피할 수 없는 구도에 있다.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국내정치의 단기적 효과를 넘어, 향후 한일관계, 동아시아 지역질서, 나아가 대미 외교 전략의 현실적 변수로까지 작용할 공산이 크다.
종교와 정치, 그리고 국가권력의 경계는 언제나 긴장과 불안정의 지대에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선택이 자칫 국제사회의 비판적 주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국가권력의 합리적 행사과 종교의 자유, 그리고 건전한 시민감시의 조화—이 고전적 난제를 풀기 위한 냉정한 국제 감각과 역사적 통찰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 오지훈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