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빈의 스트리트 런웨이, 일상과 럭셔리의 경계를 걷다

패션은 거리에서 시작된다고 믿는 이들에게 지난 며칠간의 이슈는 꽤 달콤하다. 바로 배우 김우빈이 한남동 횡단보도를 런웨이로 변신시켰기 때문. 공식 석상이 아닌, 사소한 이동의 순간조차 피팅룸을 방불케 했던 김우빈의 스타일링은 단순한 출근길 패션 그 이상이었다. 루즈핏 울코트, 미니멀한 톤온톤 셋업, 여기에 존재감을 더하는 굵은 체인 액세서리가 교차 신호등마저 패션 아이콘으로 바꿔놓은 이 장면. 네이트의 포토기사는 이번에도 패션 매니아들의 스크랩북을 채우기 충분했다.

연예인의 오프더레코드 룩이 이렇게 쉽게 주목을 받는 건 K-셀럽 문화의 독특한 트렌드. 패션위크 프런트로 못지않은 거리의 스냅들이 SNS 타임라인을 점령하는 요즘, 김우빈의 ‘횡단보도 워킹’은 ‘누가 길 위에서 가장 쿨한가’라는 질문에 새로운 해답을 보여준다. 극단적으로 과하지 않고, 그렇다고 해도 밋밋하지도 않게 – 소재감 하나, 실루엣 하나에서 흐르는 ‘멋의 공식’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재미있는 건 국내외 패션 매체들 역시 최근 김우빈과 같은 셀럽들의 일상포착 사진을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하퍼스바자, GQ, 그리고 서울패션위크의 공식 채널까지 ‘거리 스타일’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하는데, 이젠 브랜드 런칭 쇼보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워킹스냅이 더 강력한 화제성을 갖는 형국. 이런 변화에는 밀레니얼, Z세대 소비자들의 태도 변화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동안 피팅 모델만 차지하던 런웨이가 일상과 연결되고, 평범한 공간이 브랜드의 뉴 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김우빈의 스타일을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여다보자. 이번에 포착된 코디는 전형적인 블랙&그레이 팔레트지만, 알맞게 힘을 뺀 실루엣과 고급 소재감이 압도적이다. 매트한 울 재킷 위에 투박한 연출력이 아닌, 스마트한 액세 액센트가 들어가 있으니,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리즘의 교본이라 할 만하다. 브랜드나 가격보다 그가 보여주는 ‘분위기’와 ‘자유분방함’이야말로 차세대 패션 지표. 최근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에브리데이 럭셔리’와 ‘릴렉스드 핏’ 트렌드에 집중하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실제로 버버리, 루이비통 등 명품 하우스도 스트리트 파워에 주목, 최신 캠페인부터 오프라인 매장 비주얼까지 ‘일상 속 무심한 멋’에 스팟라이트를 비추고 있다.

반면 그러한 비범함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김우빈 역시 일상이라는 캔버스에 자신의 캐릭터를 입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기자가 최근 톱모델 강소영, 배우 이현이와의 인터뷰에서 확인했던 답변도 결을 같이한다. “평범하게 보이지만, 내게 어울리는 핏과 무드를 고집해요. 그러면 평소길이 그냥 무대가 돼요.” 이 말이 곧 오늘날 star-power street 룩의 핵심이다. 셀럽 스타일을 좇는 대중과, 자신만의 데일리룩을 고민하는 이 모두에게 한 명의 남자가 건네는 스타일링 공식. 패션은 결국 누가, 어디서, 어떻게 입느냐의 예술임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길 위 패션이 이토록 큰 영향력을 가지는 사회는 흔치 않다. 이는 다른 어떤 카테고리보다 역동적이고, 예측불허인 유행의 파도를 설명해준다. 오늘 김우빈의 횡단보도 위 워킹이 이슈가 됐다면, 내일은 또 어떤 셀럽이 어느 골목길에서 신드롬을 일으킬지 모르는 일이니까. 패션의 미래? 어쩌면 다음 신호등 앞, 여러분의 한 컷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오라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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