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 의지로 살아난 제주, 원정 1차전서 드러난 ‘잔치집’ 수원의 과제들
2부리그 수원FC 원정, 제주유나이티드의 집념은 단순히 점수판을 넘어서 경기 내면의 ‘전환점’을 그려냈다. K리그1·2의 운명을 가르는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 이날 제주는 2-1로 수원에 앞섰지만 결과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경기 흐름을 바꾼 전술적 대응과 피치 위 선수 개인의 집중력이다. 경기 초반부터 제주가 보여준 것은 물러설 수 없는 조직력과 빠른 라인 전환이었다. 4-3-3의 기본 틀 속에서 순간적으로 한쪽 날개를 내세운 역습 전개, 수비 시에는 5백에 가까운 밀집 수비로 빠르게 전환하며 수원의 루프 패스와 측면 크로스를 미리 차단했다. 이슈는 전반 15분, 제주의 빠른 측면 돌파가 상대의 균열을 유발했고, 선제골의 토대가 됐다.
특히 김경재와 유리 선수의 활약은 전방부터 후방까지 이어지는 연계 플레이에서 평균 이상의 퍼포먼스를 기록했다. 김경재는 하프라인에서 직접 상대 압박을 풀고, 전진 패스 연결로 공격 전환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유리는 최전방 움직임뿐 아니라 순간 침투, 그리고 간결한 공간 창출로 상대 수비 라인을 흔들었다. 상대적으로 수원은 선수 개개인의 긴장감이 잔류 절박감에 비해 다소 느슨했다. 특히, 미드필더 라인 기동성 저하와 ‘풀백-윙어’ 간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반복되어 중원 장악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제주가 2선 압박 구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었고, 전방 침투 타이밍을 세밀하게 조율할 여유가 생겼다.
후반전 수원의 라인 올리기 시도는 긍정적이었다. 60분 이후 적극적인 공격 교체와 전진 배치로 분위기를 바꿨고, 한 차례 만회골까지 이어갔다. 하지만 마무리 과정에서 마치 ‘도약 전의 주저’처럼 패스 선택이나 슈팅 찬스에서 망설임이 드러났다. 수원의 후방 빌드업 미숙과 상대 포워드 압박에 대한 대비 부족은 승부의 판도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약점으로 남았다. 그와 달리 제주 골키퍼 김동준의 수차례 선방은 위기마다 팀에 심리적 안정감을 더했다.
관점은 명확하다. 제주에게는 이번 경기 승리 자체가 전술적 완성도를 증명한 것이며, 무엇보다 선수들의 정신력이 직전 반등보다 더 큰 에너지원이 됐다. 수원은 2차전까지 남은 짧은 시간 동안 중원 밸런스 복구, 측면 돌파 루트 다변화, 그리고 무엇보다 골 결정력 향상을 위한 심리적 정리가 시급하다. 최근 3시즌 연속 승강 PO에 나선 팀들의 탈락률이 60% 이상이라는 통계는, 이 한 경기의 승패를 단순 잔류 경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다른 매체들과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제주의 변화는 10월 이후 벤치와 라커룸이 일체된 위기 대응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부상자 복귀 시점과 선수 로테이션 재정비가 이날 체력 우세로 연결되었음은 현장 코치진의 한마디에서도 드러난다. 반대로 수원은 이승우 등 에이스 자원 분전에도 불구하고 경기 내내 지나친 전방 의존에 머물렀으며, 하프라인 이하 빌드업의 불안이 90분 내내 반복됐다. 2차전서 이 부분의 개선 없이는, 홈에 돌아가는 이점도 장담하기 어렵다.
K리그 승강 PO는 본질적으로 ‘정신력과 전술’이 교차하는 여정이다. 제주가 정신적 응집력과 순간 대응으로 경기 흐름을 장악했다면, 수원은 엇박자 속에서도 타이트한 전방 압박으로 활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를 안았다. 2차전 결과가 어떤 서사를 만들어낼지 아직 예단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번 시리즈에서 ‘경기력의 본질’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사실이다. 중심을 잃지 않은 집념과 tactical plan, 그리고 현장 변화에 적응하는 힘이 남은 90분을 지배할 테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