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의 낯선 달콤함 뒤에 숨은 위험, 내가 마신 한 잔에 담긴 경계심

해외여행이 일상처럼 스며든 요즘, 여행지의 이국적인 풍경과 냄새, 거리의 빛과 사람이 주는 감각적인 자극이 우리를 끝없이 유혹한다. 낯선 도시의 한 카페 테이블, 알록달록한 칵테일잔 위로 퍼지는 서양 재즈와 이방의 공기가 오감을 일깨운다. 하지만 그 감미로운 경험 속에는 우리가 쉽게 감지하지 못하는, 짙고 음산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최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해외여행 중 일상적으로 즐기는 음료 한 잔이 어느새 위험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실감하기 어려운 현실이 드러났다.

빈번해진 해외여행은 단순한 문화 체험을 넘어, 선택적 먹거나 마시는 행위를 통한 문화적 교감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낯선 도시의 한밤, 시원한 얼음잔 속 알코올 너머로 마주치는 흐릿한 시선과, 무심한 바텐더의 손길에도 우리는 무방비였다. 기사에 언급된 “음료에 마약을 넣어 범죄에 이용하는 수법”은 여행객이 가장 약해지는 틈을 정확히 파고든다. 경찰과 대사관의 경고처럼 주의를 환기하는 목소리는 언젠가 남의 일 같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조심스레 일러준다.

각국 현지언론과 외교부, 그리고 다양한 여행 커뮤니티에서 잇따라 전해지는 경보는 실감나게 뇌리에 각인된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남미의 인기 휴양지, 그리고 유럽의 유흥 밀집지역에서 발생한 여러 유사사례는 단순한 루머가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 2024년 싱가포르, 일본, 프랑스와 스페인 등지에서 벌어진 음료 수사 관련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는 직접 밑장빠기식으로 음료를 채워주며, 순간의 방심을 놓치지 않았다. 이런 범죄의 표적은 주로 자유여행객, 특히 혼행족과 여성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여행지의 낯선 친절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다가 예기치 않은 피해를 입은 사례도 적지 않다.

참조한 복수의 기사들은 범죄 수법이 한층 교묘해졌음을 지적한다. 밤의 오픈테라스, 호텔 바, 해변 샌드바 같은 열린 공간에서조차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며, 심지어 동행인의 음료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경각심이 더해진다. 일부 여행국에서는 ‘Drink Spiking’이라는 용어로 이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삼아 시민 캠페인을 진행한다. 졸피뎀이나 GHB, 케타민 등 액체형 향정신성 약물은 무색무취로 음료에 타기 쉽고, 피해자는 자신이 범죄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사실마저 인지하지 못한 채 현실과 꿈 경계를 넘나들게 된다.

그러나 이런 소식만으로 공포를 키우기보다, 우리 여행자들은 조심과 용기가 함께하는 감각적인 준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 내 손에 쥔 한 잔의 온도, 테이블 위 둥근 얼음 위로 번지는 이슬방울도, 이제는 잠깐의 방심이 아닌 신중함으로 감지해야 한다. 여행의 첫걸음마다, 새로 만나는 모든 장면과 마주하는 모든 사람에게서 목적지의 맛과 색깔을 깊이 음미하되, 그 안에 스며드는 불안의 냄새에도 예민해져야 한다. 단순히 ‘남이 준 음료를 받지 않는다’라는 지침을 넘어, 여행지의 오랜 문화나 풍습, 현지의 음료 제공 방식까지 살펴야 우리의 미각과 모험심이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다.

한편, 각국 여행정보 공지사항에는 긴급상황시 즉각 대사관이나 현지 경찰에 신고하는 절차, 저마다의 위급 연락망, 그리고 약물이 의심될 때의 대처 요령 등이 안내되어 있다. 현지의 밤을 마음껏 만끽하고 싶다면, 소중한 순간을 서로 확인하며 지키는 동행이 얼마나 든든한지 새삼 곱씹게 된다. 혼자라면 내 테이블, 내 음료, 내 몸의 변화를 한 번 더 돌아보는 자신만의 안전의식이 더욱 요구된다. 경찰청과 대한민국 소비자 연맹 등에서 올해 발표한 안전여행 가이드와, 여행자보험 상품에 포함된 ‘경범죄, 마약 범죄 지원 조건’까지 하나하나 세심히 챙긴다면 이상적인 여행의 완성도는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온전히 나를 위해 떠난 여행이 타인의 악의로 얼룩지는 일은, 여행 기자로서 수없이 취재해온 티켓팅과 미식의 설렘, 그리고 이색적인 삶의 순간들을 더욱 소중히 느끼게 한다. 늘 그랬듯, 안전과 자유, 낯선의 경이로움이 조화를 이루는 그 공간에서, 우리는 여전히 한 잔의 음료를 들고 고요한 행복을 마실 수 있기를 소망하며, 다음 여행지에서도 또 다시 삶의 신선함을 맛보길 바란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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