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교체형 서비스, 한국서 혁신 돌파구 될 수 있을까

현대차 출신 스타트업 창업자의 발언에서 출발한 전기차 배터리 교체형 서비스가 다시 한번 국내 자동차 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며 사용자가 마치 건전지를 갈듯, 10분 만에 배터리만 교체해 운전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차 운영 모델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전기차 시장은 완속 충전 기반의 인프라 투자와 빠른 충전 기술 경쟁이 주요 쟁점이었으나, 중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배터리 교체형 서비스(배터리 스와핑)가 새로운 실험 대상으로 부상했다. 국내의 경우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상승하고 있지만, 도급자산 가치 대비 충전 설비 확보가 미진하고 대도시 외 지역의 충전소 숫자도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최근 정부와 완성차 업계, 그리고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는 스타트업들이 교체형 서비스의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구조적 과제의 해법 모색과 맞닿아 있다.

산업 측면에서 보면, 배터리 교체형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도입되기 위한 가장 큰 전제는 표준화와 투자 분담 구조다. 세계 최대 배터리 교체 서비스 사업자인 니오(NIO)는 중국 내 약 2,300여 개 배터리 교환소를 구축해 연간 7백만 건 이상 배터리 교체를 지원한다. NIO는 차량-배터리 분리 판매(BaaS, Battery as a Service) 방식을 도입, 차량 구매비용 절감 효과와 배터리 관리 효율성에서 고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유럽의 르노 역시 조에 EV 등 일부 차량에 교체형 배터리를 실험적으로 도입한 바 있으며, 스웨덴의 볼보 등은 대형 상용차를 중심으로 교체형 플랫폼 연구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국 완성차 업계는 아직 배터리 일체형 설계와 보증 체계가 절대 우위인 상황이어서, 교체형 서비스 상용화가 본격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기술적·제도적 장벽이 크다.

현대차, 기아 등 국내 1, 2위 완성차 기업은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며, 직접적인 배터리 교환형 서비스보다는 고성능·대용량 배터리 탑재와 초급속 충전에 방점을 두고 있다. 반면 최근 배터리 스타트업 및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은 배터리 교체 인프라 구축과 상용 서비스 론칭을 위한 협업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물류·배송용 전기 이륜차와 소형 상용차, 공유지향 소카(SOCAR)·쏘카 등에서 서비스 가능성이 빠르게 검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도심형 라스트마일 배송, 택배, 단거리 물류 분야에서 배터리 교체 시스템이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기업 실적 측면에서, 중국 NIO는 2024년 누적 23만 대 배터리 교환형 차 판매, 전용 스테이션 투자 효과 등에서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성장세를 기록했다. 반면 현대차, 기아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BYD 등 가성비 전기차 생산사와의 가격 경쟁이 격화되며, 투자 우선순위를 효율화에 두고 있다. 기존 국내 배터리 산업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3사가 제조·공급망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으며, 교체형 배터리에 특화된 모듈화 전략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기차 배터리 총 소유비용(TCO) 절감, 유지보수 편의성, 잔존가치 극대화 등 교체형 서비스 도입이 약속할 수 있는 기회 비용이 점차 현실적 논의가 될 수 있는 기반 형성이 요구된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전기차 시장이 완성차 일체형에서 배터리 교체형 생태계로 전환하려면 우선 표준화(차종별 호환), 배터리 소유권·관리 책임 구분, 안전 및 품질 인증 기준, 차량 보험 및 리스 상품 설계 등 다각적 제도 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 민간 기업 간 인프라 투자 리스크 최소화와 수익 분담 방안 마련, 중소 서비스 사업자와의 연계 플랫폼 개발, 교환소 운영 노하우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 이날(2025년 12월 현재) 정부도 전기차 생태계 다변화, 그린 모빌리티 시장 구조 혁신을 골자로 배터리 교체형 시스템 시범 사업을 확대할 방침을 밝힌 바 있으나, 시장 중심의 투자와 사용자 요구가 맞물리는 성공 방정식의 완성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이륜차 등 도심형 모빌리티 영역에서, 장기적으로는 배터리 규격과 자동차 설계의 혁신을 동반할 때,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제조사 모두 새로운 시장 성장동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조민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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