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결정에 드러난 한은의 보수적 선회, 환율과 집값이 끌고 통화정책이 밀린다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는데 그쳤으나, 의사록과 총재의 코멘트에서 사실상 금리인하 기대감을 철회하는 신호를 내비쳤다는 점이 시장 참여자와 전문가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데이터상으로 지난 1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3%를 기록하며 목표치(2%)를 여전히 상회한다. 무엇보다도 한은이 그간 시사해온 정책 스탠스와 달리, 이번 회의에서는 미래의 금리 인하보다는 물가와 환율, 부동산 시장을 제어하는 데 초점을 분명히 했다.

통화당국의 이 같은 신중한 행보는 무엇보다 11월 들어 달러/원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340원을 일시적으로 상회하며 외환불안 우려가 커진 데 기인한다. 올해 초만 해도 원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인하 신호를 내비치면 동반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지만, 최근 미국 고용 및 물가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와 미 연준의 정책금리 차이가 연말까지 최소 2%p 이상 벌어질 수 있다고 분석, 이 차이가 한국의 외국인자금 유출 및 환율 변동성 확대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점에 주목한다. 실제 외환시장에서는 1,350원대 저항선이 여러 차례 시험됐고,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예: 골드만삭스, JP모건 등)들은 원화 가치 약세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동시에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도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재촉했다. KB국민은행 주택시황지수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값은 2023년 하반기 저점을 지난 뒤 2024년 상반기 들어 서울을 중심으로 빠르게 반등했다. 특히 전세가격 회복, 갭투자 활성화 등 부작용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운용상의 쏠림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한은 내외의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2024~25년 부동산 가격이 추가로 3~7% 가량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이에 따른 가계 부채(2024년 9월 기준 1,872조원) 증가 및 금융권 건전성 저하 이슈를 경고한다.

금융시장 반응도 민감했다. 채권금리 시장에서는 금통위 결과 발표 직후 매도세가 강화되며 국고채 금리가 10bp 내외 상승, 연내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음을 즉각 반영했다. 은행권 역시 신규 대출금리 산정에 신중을 더하기 시작했다. 5대 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올해 초 대비 0.2~0.4%p 반등하는 등 투자심리와 소비 변수에도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반면 외환시장에서는 한때 금리동결 신호가 원화 강세 요인이 될 것으로 해석됐으나, 금리차의 단기 해소 가능성이 미미하다는 점에서 원화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른 주요국과의 비교가 중요하다.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은 각각 점진적 긴축 해제 혹은 ‘데이터 의존적'(data dependent) 정책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한은의 스탠스는 상대적으로 더욱 보수적이다. 일본은행의 경우 최근 통화완화 기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음에도, 단기금리 인상 신호는 제한적이다. 이러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차별화된 행보는 국내 정책 당국이 스스로의 환경과 리스크 요인을 반영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처럼 가계부채가 GDP 대비 100%를 상회하고, 수출경기 변동성에 환율파급력이 큰 경제에서는 조기 인하는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향후 전망은 여전히 데이터에 달렸다. 미국의 실업률, PCE 물가 등 주요 지표가 연준의 추가 인상 혹은 동결을 시사한다면 한은도 동반 안정 스탠스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국내로선 2025년 상반기 물가가 2%대 중후반 혹은 그 이상에서 장기간 머문다면, 금리 인하 시점을 연말 이후로 미루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 부동산과 원화 환율이 정부 및 한은의 정책 신뢰도의 열쇠로 작동하게 될 것이란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보다는 현금 유동성 유지에, 가계 역시 대출 증가 속도조절과 소비 신중론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번 금통위 논의는 한국은행이 금리정책 결정에 있어 단순히 경기나 인플레이션만이 아니라 환율과 부동산, 대외 불안요소까지 포괄적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중도적 시각에서 볼 때, 최근 한은의 변화는 경제 주체 모두에게 조정과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책적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이다.
— 박서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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