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음식이 품은 지방의 맛, 그리고 잊혀진 감각을 깨우는 함평군의 실험

한 해의 흐름이 바뀌는, 이른 겨울로 접어드는 이 시기, 도시와 시골을 가로지르는 음식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최근 기사 ‘함평군, 절기 음식으로 전통 식문화 지킨다’는 로컬 음식이 다시 주목받는 가장 감각적인 이유를 짚어준다. 절기마다 변하는 식재료와 손맛, 그리고 공동체의 리듬은 과연 지금 우리의 테이블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함평군의 시도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사계절과 생활을 꿰뚫는 지속 가능한 트렌드로서의 ‘절기 음식’ 부활이라는 점에서 라이프스타일의 맥을 건드린다.

절기 음식은 단순히 연례 행사의 일부가 아니다. 국내외 트렌드 분석에서도,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은 자연과 진정성, 로컬리티를 다시 갈망하고 있다. 함평군이 ‘동지 팥죽’, ‘삼복 초계국수’, ‘추석 송편’ 등 계절 고유의 음식을 복원해 지역민과 관광객이 참여하는 행사를 거듭하는 것도, 이제 ‘지방성(locality)’이 소비 심리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트립어드바이저, 인스타그램 소비자 데이터에서도 ‘절기 음식’과 ‘로컬 페스티벌’ 해시태그 점유율이 무섭게 증가하는 것을 보면, 지금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은 대도시 중심의 글로벌 미식 트렌드와는 또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확신이 든다.

함평군의 접근법은 단순한 고정불변의 전통 계승이 아니라, 효율성 대신 ‘경험’과 ‘공동체’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감각적이다. 절기음식 체험행사에서 보이듯, 지역민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과정, 손맛의 복원을 넘어 각각의 음식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공유하는 것. 이는 곧 ‘스토리텔링’이라는 키워드와 맞닿아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텍스처와 플레이트의 시각적 만족을 넘어서, 음식을 둘러싼 이야기, 사람과 계절, 풍경의 리듬까지 경험하고 싶어한다. 절기 음식은 일상에서 사라진 손맛을 복원하는 동시에, SNS와 미디어의 미적 표현력을 만나는 지점에서 동시대적 감각을 일으킨다.

최근 발표된 ‘현대인의 로컬푸드 트렌드 보고서’(실버스푼 연구소, 2025)에서는 “이제 소비자는 음식 자체가 아니라, 음식이 주는 맥락과 교류, 그리고 회귀적 안정감에 반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함평 절기 음식 사례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동지팥죽 한 그릇을 나누며 오가는 이야기, 설날 떡국과 정월대보름 오곡밥을 만드는 동네 잔치가 곧 ‘함께 하는 경험’이라는 소비 행태로 집약된다. 이런 집단적 체험이 불러오는 소속감, 계절의 흐름 속에서 되살아나는 전통의 재해석 — 이것이 지금의 MZ세대가 가장 열광하는 ‘로컬리티 신드롬’의 본질적 동력이다.

이와 관련해 TV, 유튜브마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민감한 채널들(‘맛있는 녀석들’, ‘수요미식회’,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이 지방의 절기 음식, 소규모 식음축제를 집중 조명하는 현상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편, 소비자들은 단지 과거를 복원하는 복고적 태도에 머물지 않는다. 소셜 미디어상엔 ‘절기 음식 도시락’, ‘퓨전 절기 디저트’ 등 전통에 현대적 심플리시티를 가미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감각이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함평군 또한 젊은 층의 미감을 저격할 수 있도록 절기음식을 비주얼적으로 재해석하고, 플리마켓·테마 박스 기획 등 다양한 크로스오버 실험을 펼쳐나가는 점이 눈에 띈다.

결국, 전통 식문화 계승이라는 명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성과 계절성, 그리고 현대인의 생활 리듬에 절묘하게 스며드는 방식으로 함평군은 일상의 감각을 새롭게 쓰고 있다. 절기 음식 한 그릇에 담긴 계절의 온도는 반복되는 도시에 지친 소비자에게 癒와 기억, 그리고 새로운 경험의 테이스트를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함평 절기 음식 트렌드’가 전국적으로도 ‘하우스 푸드’, ‘소도시 미식 투어’와 같은 감각적 라이프스타일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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