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의 정치화? ‘이대통령 예능’ 논란이 팝컬처에 남기는 메시지

‘예능이 대통령을 삼키다.’

2025년 대한민국 엔터 산업. TV는 여전히 킬러 콘텐츠가 넘실대는 무대. 하지만 지금, 그 무대 위에 등장한 ‘이대통령 예능’이 뜨거운 구설수로 오르고 있다. 정치와 오락의 벽은 흔히 얇다지만, 이번 파문은 그 경계선 위로 아슬아슬하게 불타오르는 중.

국민의힘이 공식적으로 “이대통령 예능 프로그램 방영을 중단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단박에 스튜디오의 온도는 영하 아래로 떨어졌다. 정치는 뒷전이어야 했던 엔터의 장르에서 대통령의 얼굴이 나온 순간, 파장은 달랐다.

이 움직임의 본질을 읽으려면 맥락이 중요하다. 최근 들어 정치인, 고위공직자가 예능 포맷에 등장하는 일이 많아졌다. 시청률은 보장됐다. 직접 정치 현장의 거친 이미지 대신, ‘인간적인 대통령’, ‘유쾌한 소통’이라는 프레임이 대세를 탔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그게 위험 신호다.

방송가 내부에서는 뚜렷하게 갈린 반응이 읽힌다. 한쪽은 “시대 변화”라고 말한다. 케이팝 아이돌, OTT 오리지널, 숏폼 스타의 대통합이 이미 이루어지는 중이고, 대통령 역시 시대의 미디어 트렌드, 콘텐츠-참여자의 융합 현상에 뛰어들 뿐이라는 해석이다. 반대로 비판 세력은 이걸 ‘방송권력의 철저한 정치화’로 본다. 출연 주체가 대통령일 때, ‘오락’이라는 포장지는 곧바로 정치적 쟁점으로 뚫린다. 트렌디함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신호.

현장 연예계 종사자들은 섬세한 말투로 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숏폼’과 ‘신선함’은 정통 미디어 산업의 생명줄이지만, 과도한 정치-연예의 결합은 자칫 진영 갈등의 확장판이 될 수 있다. 글로벌 OTT 플랫폼들 역시 이런 정치-콘텐츠 믹스에선 신중한 척도를 유지한다. 미국이나 일본도 정치인 예능 출연엔 늘 논쟁이 뒤따랐다. 국내 예능 프로듀서들은 “엔터테인먼트 본연의 본질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선을 그으며, 이번 이슈가 향후 예능 기획의 ‘금기 라인’을 새롭게 긋게 될 거라 전망한다.

예능과 대통령. 이 조합이 유난히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정치가 곧 시청률 게임에 동원될 때 생기는 기형적 공감대 때문이다. ‘예능적 연출’이 현실 정치의 이미지 마케팅으로 흡수되는 순간, 대중은 진짜와 가짜를 점점 구분하기 어렵게 된다. 5분짜리 숏폼, 댄스 챌린지, 트렌디 편집 속도에 정치인의 진심이 실릴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이제 연예산업이 곱씹어야 할 숙제다.

여기서 주목할 지점은 ‘방송 자율성’이다. 누구든 시청자는, 콘텐츠의 판을 바꿀 자유를 누려야 한다. 예능을 통한 정치 프레임전은 콘텐츠 본연의 고유성, 산업의 실험정신, ‘놀이터로서의 TV’라는 근본적 가치를 희생시킬 수 있다. 이 균형 감각의 실종이야말로, 기간산업으로 성장한 K-콘텐츠의 크리에이티브 엔진에 제동을 거는 실질적 위협.

플랫폼의 힘이 곧 트렌드라는 시대다. 짧고 강렬하게, 반복과 속도, 화려함이 곧 제 2의 언어로 쓰인다. 2025년의 예능은 더 똑똑해졌고,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제 대통령이 예능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도, 콘텐츠의 진화인지 소모성 흥행인지 냉정한 판별이 필요해졌다. 콘텐츠와 수용자, 제작자 모두에게 관찰과 선택의 렌즈가 요구된다.

결국, 대통령의 예능 출연이 파도라면, 그 파고를 가르는 건 산업 전체의 자정력이다. 오락의 선을 정치가 넘는다 말하는 지금, 시청자들은 무엇이 ‘진짜 엔터’이고 무엇이 이미지 관리용 ‘정치 콘텐츠’인지 끝까지 냉정하게 본다. 예능과 현실이 뒤엉켜가는 오늘, 팝컬처의 미래를 결정짓는 건 단 하나—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기획하며, 어디까지 허락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그 자체다.

— 조아람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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