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합의, 정치 현실과 기대 사이의 균열
2025년도 정부 예산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속히 예산안을 처리한 야당에 공식 감사를 표했다. 여당과 협치하는, 모범적인 국회라는 메시지를 내건 배경이다. 팩트는 간단하다. 2025년 예산안은 정부 원안에서 약 5조 원이 순삭감된 657조 원 수준으로, 개혁적 사업과 논란사업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2주 넘게 이어진 끝에 겨우 통과됐다.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노인일자리, △지역화폐, △청년 일자리, △국방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예산 항목 별로 여야 각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충돌했다. 결과적으로 대다수 쟁점 예산에선 ‘양측 절충+상호 양보’ 모양새를 갖췄지만, 실제로는 상당부분 야당이 관철시킨 안건이 많았다. 모범적 협상이라는 대통령의 평가가 어떤 정치적 함의인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합의 과정을 보면, 거대 야당의 의석 수 우위가 실제 협상 테이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일부 주요 사회복지 예산, 지방재정, 에너지·기후예산 등은 국회 논의 전 정부 취지가 완전히 무시되거나 크게 축소됐다. 여당은 이번 합의가 ‘민생을 위한 타협’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총선이 불과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현실에서 이 평가는 순수하게 봐야 할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각 정당 모두 본격적인 총선 체제에 돌입해 있는 시점인 만큼 예산안 합의 과정 역시 선거용 메시지 다듬기와 맞닿아 있다. 예산안 본회의 표결과정에서 무려 30여 명에 달하는 이탈표가 발생한 점도, 이번 합의가 완전한 공감대 위에서 성사된 것은 아님을 증명한다.
타 언론 보도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각종 민생예산 축소에 강하게 반발했고, 국민의힘은 재정건전성 방어를 전면에 내세웠다(조선일보, 2024/12/03; 한겨레, 2024/12/03; 한국경제, 2024/12/03 참조). 특히 노인·저출산 정책, 청년 일자리 지원 등에서 치열한 공방이 있었다. 정부 예산 원안의 대폭 삭감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있었으나, 실제 예산 구조조정이 각 부처에 충격을 미쳤다. 일각에선 올해도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12월 2일)을 넘긴 점에 주목한다. 여야 모두 시간끌기 정쟁에 치우쳐 논의의 초점이 흐려졌다는 비판이다.
예산 합의 직후 대통령실의 빠른 반응에도 불구하고, 여권 내부에선 협상 결과에 대한 불만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여당 의원 일부는 ‘더 줄일 예산이 많았다’는 입장이고, 예산 소관부처 역시 “국민 부담 커질 수 있다”며 한숨을 내쉰다. 반면 야당은 협치의 상징적 의미를 강조하며 정부의 정책 집행 책임을 역설한다. 당스스로 ‘민생 챙겼다’는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전문가들은 “예산안은 정부 정책 철학과 집권여당-야당 간 권력구조 축소판”이라면서, 올해 협상 역시 향후 정책 추진 동력에 상당한 흔들림을 예고한다고 진단한다(중앙일보 인터뷰, 2024/12/03).
결론적으로, 예산안의 협치형 처리라는 정치적 명분과 실제 예산 구조조정의 내용 사이엔 분명한 간극이 있다. 민생에 미칠 영향, 재정 건전성, 차기 총선 등 여러 리스크가 교차한다. 대통령의 감사표시는 협상 테이블에 선 정치권 모두에 던지는 메시지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이 얻게 될 현실은 길지 않은 시일 안에 드러날 것이다. 합의가 곧 국민적 합의가 아님을, 정치가 예산을 매개로 또 다른 갈등을 재생산함을 주시해야 한다. 팩트는 감정보다 오래간다. — 박희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