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의 시대, 태블릿 PC가 바꾼 야구대표팀의 WBC 캠프 현장
일본 오키나와 캠프장, 아직 차가운 이른 아침. 대표팀 사무국이 준비해놓은 태블릿 PC와 대형 모니터가 벤치 한가운데 놓였다. 이 훈련장면은 단순한 장비 지원의 의미를 넘는다. 야구대표팀 선수단은 이번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비에서 정보분석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전날 상대투수의 투구영상을 모니터에 띄우고, 주요 구종 분포를 실시간으로 체크해 전략회의를 이어가는 장면은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전지훈련 풍경이다. 전통적 방식이라 할 수 있는, 코치가 구두로 설명하던 시기를 지나 선수 개개인이 직접 데이터를 탐색하고 분석을 토론한다.
과연 이 변화가 실제 경기력에 어떻게 투영되는가. 대표팀 내부에 따르면, 태블릿 PC를 활용한 전력분석 프로세스는 타석 접근법의 변화를 유도했다. 예컨대 좌완투수 상대 데이터를 여러 각도에서 직접 반복 재생하며, 특정 변화구 낙폭이나 릴리즈포인트의 미세한 차이까지 플레이어 스스로 체크한다. 대표팀 내 야수 중 한 명은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예습하고, 수비 시에도 상대 주자의 스피드와 슬라이딩 경향을 다른 선수와 즉석에서 상의할 수 있다”고 전한다. 현장감은 더 치열해졌고,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정보의 축적이 팀 전술에 실질적으로 녹아들고 있다.
MLB와 일본 프로야구는 이미 수년 전부터 데이터 분석의 시스템화를 추진해왔다. 특히 2023 WBC에서 미국 대표팀이 태블릿으로 상대 투구 연구를 반복하는 장면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되며 국내 현장에도 자극을 줬다. 이번 대표팀 역시 영상 분석 코치의 전담 배치 아래, 각 포지션별 전력 요약 보고서를 실시간 제작해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실제로 포수진의 사인콜 개선, 야수의 수비 셋업 위치 조정, 투수의 공배합 변화 등 모두 이 훈련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개선된 부분으로 꼽힌다. 다른 대표팀 관련 보도를 살펴보면, 투수 박세진이 일본 리그 타자의 약점 분석에 큰 도움을 받았다는 점, 그리고 내야수 김태현이 해외 강타자를 상대로 컷 플레이의 범위와 타이밍을 사전에 체크했다는 추가 사례도 확인할 수 있다.
경기의 양상이 과거처럼 직감과 경험에만 의존하던 때와는 다르다. 개개인의 데이터 이해도와 활용능력이 평소 경기력과 팀 전술의 질을 결정짓는 세대.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 등 프로 구단들도 최근 캠프에서 각종 IT 기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대표팀과 비슷한 분석 루틴을 구축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데이터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데이터 구축 전담 직원까지 파견해, 선수 피드백과 훈련 결과를 빠르게 반영한다. 야구를 ‘데이터 스포츠’로 명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편, 현장에서는 분석과 직감 사이의 균형 문제도 다시 제기된다. 실제 포스트시즌처럼 단기간 승부에서 데이터가 때로는 선수 고유의 타이밍감각을 억제하는 리스크도 분명하다. 그러나 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데이터가 선수의 선택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별로 한 번 더 생각하고 교감하게 만드는 계기”라며 분석 도구의 긍정적 변화를 강조했다. 선수단 내 가장 젊은 연령대조차, 태블릿 PC의 스크린을 통해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정보를 받아들이며 성장의 폭을 넓히고 있다. 경기장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팬들 역시, 데이터 기반 분석 시스템의 현장 적용기를 다양한 기사와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결국 대표팀 캠프 풍경의 변화는 한국야구가 세계 스탠다드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는 신호탄이자 향후 프로구단의 운영방향까지 예고한다.
승리의 씨앗은 변화의 흐름을 신속히 받아들이는 데서 비롯된다. 태블릿 PC와 데이터 분석은 이제 선수 개인의 무기를 넘어서 팀 전체의 전략자산으로 승화되고 있다. 대표팀의 집요한 정보 분석과 현장 적용력이 정점에 달했을 때, WBC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한 단계 도약한 야구가 펼쳐질 것이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