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훈련의 글로벌 연대, 한기대와 ILO 협력 확대의 사회적 의미

지난 12월, 한국기술교육대학교(한기대)는 국제노동기구(ILO)와의 협력 범위를 공식적으로 확대하는 MOU를 체결하며, 직업교육훈련 분야의 국제적 연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직업교육훈련(TVET)은 국가 산업력의 바탕이자 청년과 노동 취약계층의 자립을 뒷받침하는 현실적 해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협력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교육 체계를 공유하고, 다변화된 노동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시의적절한 발걸음이라 할 수 있다.

현장에서 일과 삶을 병행해야 하는 청년, 경력 단절 부모, 기술 사각지대에 놓인 중장년을 비롯한 다양한 당사자들은 그동안 현실과 동떨어진 직업교육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왔다. 최근 OECD, 세계은행 등도 한국의 TVET 모델이 지속가능성을 위해 변화해야 한다는 оцен을 내리고 있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트렌드는 빠르게 바뀌고, 이를 뒷받침할 인재 양성 역시 지속적인 국제 협력 없이는 한계에 부딪힌다. 이번 ILO와의 파트너십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행 직업교육훈련 시스템은 그동안 정부 주도로 운영되어 왔으나,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수요와 기업 현장 기술에 신속하게 적용하는 데 있어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앞서 2024년 11월 발표된 고용정보원의 보고서는 국내 직업 훈련 참가자의 43%가 ‘실무와의 괴리’를 실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직업훈련원 출신 청년들의 사례에서도 “현장 실습 이론 배분의 불균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렇듯 실질적 효용을 담보하려면, 국제기구와의 긴밀한 연계 속에 세계적 우수사례를 현장에 접목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실제 ILO는 직업교육훈련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방점을 찍어 왔다. 1919년 설립 이래 ILO는 노동권 보호와 디지털 전환기에 맞는 고용 지속성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특히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적합한 교육 콘텐츠와 인증 체계를 공유해 왔다. 한기대의 참여로 한국 직업교육은 더 이상 ‘도입자’가 아닌 ‘공급자’로도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이번 협력에는 공동 연구, 교사 연수, 그리고 다양한 국제직업기능대회(TVET WorldSkills)와 연계한 프로그램 확대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기존 국내 훈련생들에게 국외 현장 연수 기회 제공, 진로 다각화 및 글로벌 커리어 개발에 실질적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협력 확대가 실제 체감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배경이 되어야 한다. 국내 직업교육의 사회적 안전망 강화, 유연한 커리큘럼 개편, 졸업 이후까지 이어지는 직업 지도 체계 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일선 교사와 학생, 지역 공동체가 보다 자연스럽게 글로벌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절차적 투명성과 실행력 있는 지원책이 요구된다. 참고로, 최근 S대 교수진 연구팀은 “국내 직업교육생 100명 중 절반 이상이 해외진출 경험이나 글로벌 인증에 대한 니즈를 갖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만큼, 청년과 직장인 모두에게 이번 ILO-한기대 협정이 가진 기대감은 크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도 운용의 실효성에 우려도 내놓았다. 국제 교육 표준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 격차, 중소·영세 사업체의 인력난 심화, 자격과 인증의 현실적 불일치 등은 꾸준히 제기되어온 문제다. 정책집행의 첫 단계에서부터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실제 참여자들이 느끼는 애로사항을 수렴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ILO와의 교류가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고, 청년 실업난 해소 및 취약계층 재취업 지원이라는 실질적 사회효과로 이어지기까지 지자체, 대학, 기업의 협력적 거버넌스가 병행되어야 한다.

한기대와 ILO가 그리는 지식교육 생태계의 미래는,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사회적 정체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제 ‘누구나 체감하는 변화’다. 교육의 수혜자가 단순히 수강생이나 이론적 연구자가 아닌, 삶의 터전에서 성장하고자 하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한기대, 나아가 우리 사회가 ‘글로벌 직업교육훈련 연대’라는 변화의 물결에 어떻게 응답할지 주목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최현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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