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 메리노의 거침없는 헤더와 전술유연성으로 EPL 정상을 굳히다
축구는 예측 불가능성, 단 한순간의 집중력, 그리고 이 모든 퍼즐을 꿰맞추는 전술적 숙련도의 싸움이다. 2025년 12월, 아스널이 브렌트퍼드를 2-0으로 제압하며 18경기 무패, 리그 선두를 수성하는 모습은 단순한 승리의 반복 그 이상이다. 특히 이번 경기는 미켈 아르테타 감독의 치밀한 전술 설계와, 올 시즌 EPL의 새로운 헤딩 괴물로 군림하고 있는 메리노의 결정력이 절묘하게 교차하며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아스널의 이번 브렌트퍼드전 전술은 전형적인 4-3-3 기반이면서도, 상대의 두 줄 수비를 분쇄하기 위해 윙 포지션을 유동적으로 활용했다. 마르티넬리와 사카는 측면에서 1대1 돌파에 의존하기보다는, 오히려 중앙으로 컷인하며 메리노와 외데고르의 후방 침투를 지원했다. 전반 초반, 브렌트퍼드는 수비 블록을 촘촘하게 쌓아 역습을 노렸지만, 아르테타 감독은 로테이션 패스를 이용해 상대의 압박을 분산시켰다. 여기에 메리노의 특유의 대각선 침투와, 세트피스에서 보여준 헤더 능력이 이후 경기 흐름을 완벽히 지배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결정적인 순간은 후반 53분, 코너킥 상황에서 메리노가 마치 박지성의 한일 월드컵 때처럼 순간적으로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며 머리로 정확히 득점한 장면이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그가 올 시즌 아스널에 가져다준 높이와 공간 장악력이 얼마나 소중한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흥미로운 점은, 메리노의 헤딩 득점 이후 곧바로 어시스트까지 기록하며 멀티 포인트를 완성했다는 것이다. 그의 활동 반경, 그리고 전환 상황에서의 인텐시티는 최근 EPL에서도 손꼽힌다. 최근 ‘더 애슬레틱’, ‘BBC Sport’ 등 현지 주요 매체들도 메리노의 포스트 플레이와 타이밍 조절, 그리고 공중볼 경합에서의 우위가 경기 분위기를 좌우한다고 평가했다.
브렌트퍼드 역시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최근 5경기 연속 실점이 없던 탄탄한 수비라인과, 역습에 특화된 미드필더진이지만 아스널의 탄탄한 빌드업은 그들마저 혼란에 빠뜨렸다. 탈압박 시 능력치가 크게 향상된 라이스의 중원 장악과, 클리어런스 타이밍을 바꾼 아스널 풀백의 눈치 싸움이 결국 브렌트퍼드의 옵션을 제한했다. 이번 경기는 피지컬만이 아닌, 두뇌 싸움이 핵심이었다.
18경기 무패 행진의 핵심은 개인기뿐 아니라 팀 플로우의 직조에서 찾을 수 있다. EPL 레전드였던 ‘무패의 아스날(Invincibles)’ 시절에 비견되기엔 이르지만, 현재의 아르테타 아스널은 타이트한 압박-빠른 좌우 전환-공격 템포의 3박자 조율이 인상적이다. 메리노와 외데고르의 더블 링크 플레이는 2024-25 시즌 EPL 미드필드 트렌드에 정확히 부합한다. 수비 형 미드필더가 공간을 넓혀주고, 전방 미드필더가 찬스를 창출하는 입체적 움직임이 된다. 이미 ‘텔레그래프’와 ‘가디언’은 이러한 미드필드 조합이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토트넘 등 경쟁팀들과 비교할 때 가장 공격적으로, 또 효율적으로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무패 행진의 동력에는 아르테타 감독의 전문가적 디테일의 힘도 결정적이다. 그는 선수들에게 명확한 액션 플랜을 부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브렌트퍼드전에서도, 사카의 윙백 로테이션부터 티어니의 후방 빌드업 롤 전환까지, 작은 움직임 하나도 세밀하게 연출됐다. 이는 체계적 훈련과 데이터 분석에 기반을 둔 현대 축구 변혁의 전형이라 할만하다.
이번 승리로 아스널은 승점 1위를 지켰으며, ‘우승 DNA’가 빠르게 팀에 내재화되고 있다. 단, 잉글랜드 특유의 크리스마스 시즌 혹독한 일정 속에서도 과부하 관리, 로테이션 문제, 부상자 발생에 대한 리스크 관리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또한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와 같은 상위권 팀과의 직접 대결에서 보여줄 변주 전략이 리그 최종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결국, 아스널의 오늘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메리노라는 새로운 에이스의 등장과, 아르테타의 유연한 전술 리더십, 그리고 선수단 전체가 만들어내는 역동적 에너지가 어우러져 있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