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된 페이커와 T1, 3연속 롤드컵 우승이 남긴 e스포츠 메타의 진화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 롤드컵 3연속 우승, 누구도 넘지 못한 그 벽을 T1이 페이커와 함께 또 한 번 넘었다. 이건 숫자만의 기록이 아니다. 개인이 아닌 팀, 팀을 넘어서 리그 전체의 메타가 이 승리에 응축됐다.
Faker,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이미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에서 문화현상의 핵이다. 하지만 이번 2025 롤드컵은 그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북미·유럽 팬들조차 탄성을 내뱉게 만든 T1의 전략은 한 마디로 메타 적응력의 완성형. 챔피언 밴픽(선택 금지), 오더(콜) 변화, 라인 스위치, 팀파이트 구도 설계까지 빈틈이 없었다. 최근 기복을 보였던 LCK 팀들 가운데서도, T1의 이 적응력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특히 흥미로운 건 페이커라는 베테랑을 중심으로 세대교체와 팀 구조 변화가 매끄럽게 이루어진 점이다. 각 라인별 플레이메이커가 이슈가 될 때마나 그는 미드에서 밸런서를 잡고 있었고, 본인의 컨디션에 의존하지 않고 성장하는 신예들과의 시너지로 오히려 팀 역학이 강화됐다. Zeka·Chovy 등 신인 미드라이너들과의 직접 비교에서도 경험치로 다 커버하는 모습, 국제대회에서의 카리스마, 게임 흐름을 깨버리는 순간 판단력이 메타의 패턴까지 바꿨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T1이 보여준 빌드업도 면밀히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시즌 초반 2~3위권을 오가던 T1은 스플릿마다 주요 메타 변동, 패치마다 다변화되는 챔피언 활용으로 유연하게 대응했다. 그것이 단순히 ‘페이커만 믿는다’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전략을 바꾸는 유기적 전술 변화라는 점, 이는 지난 2년간의 DRX·GEN-G의 실패 원인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고착화된 승리 공식이 통하지 않는 현재 롤드컵 메타에서, T1은 주요 패치마다 게임 전체의 템포와 오브젝트 경합 비중, 시야 장악 구조를 매번 업데이트해왔다. 전통적인 ‘조합의 힘’이 아니라, 매치업마다 팀원 개개인의 강점이 유동적으로 발현될 수 있게 시스템화했다는 평가다.
진영 선정과 1세트 운영, 그리고 티어리스트(챔피언 강함 순위)의 극단적 활용도 T1 우승의 숨은 키워드. 이번 결승전에서 상대를 완전히 읽어낸 밴픽과 DRX와의 2022년도 롤드컵 결승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강력한 소통과 판단력의 ‘스냅’을 보여줬다. 지표로도 드러난다. 1세트 19분, 2세트 24분 컷, 3세트 기세 몰이 등 모두 공격적인 오브젝트(용, 바론) 컨트롤이 관건. 글로벌 골드 격차가 3,000을 넘기 전부터 한타를 설계하는 패턴은, 이번 대회에서 T1만의 시그니처였다.
e스포츠 씬 전체 관점에서, 이 우승은 단순한 팀의 커리어를 넘어 메타 해석과 실행, 선수 세대교체, 전략적 조직운영의 모범사례를 남겼다. 북미나 유럽, 중국 LPL 팀들의 화려한 개개인 피지컬도 결국 조직 시스템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심리전·피지컬 격차 탈피, 데이터 기반 분석 → 실전 적용의 연결고리에서 T1은 경쟁자 대비 한발 더 앞섰다. 이젠 LoL 메타는 ‘챔피언 포커스’가 아니라 ‘팀 포커스’, ‘팀워크 해킹’ 시대임을 상징한다.
또 하나, 이번 Roll meta의 진짜 혁신은 페이커 개인의 전술적 성장이다. 올해 그는 대회 내내 보다 넓어진 챔피언 폭을 바탕으로 상대 주요 조합에 완전 대응, 운영법 다각화, 심리적 압박 유발 등 LoL에서 셀프 성장의 정점을 찍었다. 최전성기라 불리던 2015·2016년과 비교해도 플레이의 결이 다르다. 더 많은 라인 로밍과 팀 합류 타이밍 설계, 풀코스 오더 메이킹이 녹아있다. 경쟁자들이 한 챔피언에 의존할 때 오히려 미드 정글, 탑동선까지 융합적으로 시야와 한타를 연계하는 그림은, 앞으로 LoL 메타가 어디로 갈지까지 가늠하게 한다.
e스포츠 산업의 흐름상, 이번 T1의 3연속 우승은 더 큰 확장성을 갖는다. 국내외 투자 트렌드, 리그 프랜차이즈화 성과, 미디어 밸류 모두 직격탄처럼 상승할 것이며, LoL e스포츠의 문화적 영향력은 올해로 정점이 아니라 재도약점에 도달했다고 보인다. 메타의 진화가 결국 T1과 페이커 같은 압도적 패턴 브레이커들을 통해 증명된 셈. 이제 롤드컵에선 단일 포지션 스타의 개인기로는 정상에 닿을 수 없다. 팀 전체가 언제든 흐름을 읽고, 즉시 전술을 재배치할 수 있을 때 3연속이라는 역사가 가능하다.
e스포츠 관전의 재미도 이제는 플레이를 넘어서 패턴 분석과 메타 판별에 더 무게가 실린다. Faker 그리고 T1의 3연패, 이것이 e스포츠라는 게임 장르를 넘어 전 세계적 스포츠 문화로 자리 잡는 이유다. 촘촘히 구성된 조합과 데이터, 태생적 카리스마와 팀워크, 그리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유연성이 명확히 우승의 방정식임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T1과 페이커, 그들은 더 이상 한 시즌의 챔피언이 아니다. e스포츠의 메타를 바꾸는 진짜 선수들이라는 이름값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시간이다.
— 정세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