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페이커’ 향한 청소년 e스포츠 열기, 종로구가 쏘아 올린 변화의 신호탄

“한국 e스포츠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는 어디에 있는가?”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트렌디한 e스포츠 시대에, 종로구는 이 질문에 명확한 해답을 제시했다. ‘제2의 페이커 찾기’라는 키워드는 대충 흘려들은 유행어가 아니다. 페이커 이상혁, 지금 이 순간에도 젊은이들 사이에선 살아있는 전설이자 꿈의 롤모델이다. 종로구가 주최한 ‘청소년 e스포츠 대회’는 그 페이커의 뒤를 이을 인재를 키우는, 대회 이상의 구조적 변화 실험이었다.

대회의 주요 종목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등 현 메타에서 10대들에게 가장 뜨거운 게임들이었다. 참가자 연령대에서 드러난 패턴도 흥미롭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저학년의 참가율이 월등히 높았고, 비공식 루트로 팀을 꾸려 참가 준비를 돕는 ‘아웃풋형 멘토’ 현상도 포착됐다(이미 절반은 실제 아카데미 e스포츠 생태계!). 여기에 지역별 소규모 대회가 분산 개최되는 최근 유행과 일치해, 장기간 ‘스테이지 경험’을 쌓을 기회가 넓어진 점이 이번 대회의 모범 답안이다.

경쟁 분위기 자체도 이전 세대와 다르다. 단순 개인 랭킹전 문화에서 ‘밴 픽 운영법’이나 ‘팀 시너지 메타’ 같은 원포인트 레슨이 대회 현장에 적용된다. 일명 ‘페이커형 멀티플레이어’와 반대로 각 포지션 전문화 전략, 교차 라인 스왑 등 프로 리그에서 자주 쓰는 메타도 흔히 등장했다. 이런 부분은 ‘경쟁이 곧 성장’임을 확실히 각인시키며, 기존 학교 스포츠(축구, 농구)와는 또다른 진입 장벽 없이 집에서도 실력을 바로 증명할 수 있음을 폭넓게 인식시킨다. e스포츠는 이미 놀이를 넘어 청소년 문화, 더 나아가 진로 준비의 중요한 수단임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주목해야 할 다른 변수도 있다. 지역자치단체 주도의 대회 개최는 예산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의 변화 신호다. 종로구는 전통적 학군·문화도시에 e스포츠라는 21세기형 콘텐츠를 공식적으로 접목했다. 주요 도시에서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e스포츠 대회가 2024년부터 쏟아지고 있으며(참고: 부산시 e스포츠 챌린지, 수원 청소년리그), 이런 촘촘한 기반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교육 인프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를 만든다. 실제로 참가 학생 부모들 사이에서도 ‘게임은 시간낭비’라는 옛 인식 대신 실전 토너먼트에 참여해 얻어가는 경험값(커뮤니케이션, 멘탈매니지먼트, 리더십)이 훨씬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내외 시장 환경과도 맞닿는다. 중국, 미국, 동남아 주요 도시 중심지에서 진행되는 청소년 e스포츠 리그들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고 있으며, 한국 역시 그 흐름에 맞춰 발 빠른 교육-산업 연계 전략을 적극적으로 실험 중이다(‘LCK 아카데미 시리즈’, 경기도교육청 e스포츠 리그 참고). 게임리터러시와 e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크로스오버, 장래 직업 초이스의 다양성까지 함의가 넓다.

결국, 이번 종로구 대회는 ‘페이커’ 같은 영웅을 꿈꾸는 청소년 개개인뿐 아니라, 새로운 스포츠와 기술의 장벽을 직접 허무는 사회적 실험무대다. e스포츠생태계의 역할, 지역 청소년 시설의 변화, 온라인 커뮤니티가 실전으로 흘러드는 패턴이 모두 집약된다. 패턴만 놓고 봐도 역동적인 메타, 혁신적 선수 육성 구조, 사회적 인식의 진화가 한 데 어우러지는 현장이 바로 이곳임을 강조하고 싶다. 앞으로 한국 e스포츠 씬의 중요한 리더십과 생태계 변혁, 그리고 ‘제2, 제3의 페이커’는 이런 지역 대회에서 이미 예열되고 있을 것이다.

— 정세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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