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에서 피어난 경북 농식품의 새로운 빛, 레시피가 전하는 계절의 맛

차가운 바람이 옅게 스며드는 12월, 경북 예천군에서는 식탁 위로 시간을 덧입힌 새로운 맛의 여정이 시작되고 있었다. 최근 실시된 ‘예천군 농식품 제품 레시피 개발 최종평가회’는 단순한 요리 경연의 장을 넘어 농부의 정성과 지역의 자원을 한데 엮는 시간이었다. 반짝이는 쌀알부터 흙 냄새 묻은 제철 채소까지, 예천의 들녘에서 자란 농산물로 빚어진 요리 한 접시 한 접시에는 이 땅의 계절과 기억이 녹아 든다.

예천군이 마련한 이번 레시피 평가회는 단순히 제품 개발에 머물지 않았다. 지역 농식품이 가지는 풍미와 잠재력을 되짚고, 이를 감성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참여한 셰프와 재능 있는 지역 주민들은 전통을 새로운 감각으로 풀어내기 위해 각자의 이야기를 요리에 담았다. 콩의 고소함이 어우러지는 건강한 두부 스프, 은은한 단맛이 퍼지는 청단호박 퓨레까지—요리마다 예천 들과 밭, 그리고 부드럽게 흐르는 내음이 스며 있었다.

현장에서 펼쳐진 레시피 프리젠테이션은 단순한 ‘시식’에 그치지 않는다. 그릇 위에 올려진 한 점, 그저 한 입 거리의 음식을 보는 순간에도 어느 시골 장터의 소란함, 손끝에 묻은 흙의 따스함, 곡식에 쏟은 땀방울의 결이 조용히 스며든다. 예천군의 농식품 레시피 개발 사업은 강력한 레시피 경쟁 시대에도 고유의 정체성과 감각을 놓치지 않는 진정한 ‘로컬’의 힘을 보여준다. 낯선듯 익숙한 재료의 조합, 도시인의 식탁에도 선물하고픈 소박한 풍미는 ‘음식’이 곧 ‘삶’임을 다시금 실감하게 한다.

비슷한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청송과 영양 등 인근 지자체에서도 토종 농산물을 활용한 특화식품 개발, 쿠킹 클래스 개최 등 지역색을 살린 레시피 연구가 다채롭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예천군만의 차별점은 농업과 요리, 그리고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입체적 접근이다. 단순히 상품성을 높이고 흥미로운 트렌드를 따르려 하기보다는, 먹거리와 마을, 계절의 흐름 모두를 깊이 있게 품으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이 장면에서는 마치 푸근한 오후의 햇살처럼 생활과 감각을 감싸며 고유한 공간을 형성한다.

이번 행사에서 선보인 레시피들은 단순한 ‘벤치마킹’이 아닌 지역민 스스로의 일상과 전통을 발현하는 결정체다. 아이들의 도시락 반찬에서 건강을 새긴 콩요리, 정월 대보름을 닮은 약밥 디저트, 할머니의 손끝에서 여물어진 무장아찌까지—음식을 통해 기억을 잇고 대화를 이어 나간다. 미식의 경계는 인위적인 영역에 있지 않다. 한입마다, 재료마다 내포된 시간과 사연, 땀의 농도가 집과 마을, 나아가 지역과 세대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로컬 식문화에 주목하는 여정은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다. 제주도의 감귤을 활용한 디저트 개발, 강원도의 옥수수 상품화 사례 등, 최근 곳곳에서 ‘지역 농산물+로컬 레시피’ 공식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천군은 여기에 더해 사람과 이야기, 그리고 산업과 미래가 서로 어깨를 맞대는 따사로운 어울림을 노린다. 다양한 레시피 경연과 활용법 모색뿐 아니라, 지역민의 참여와 공감을 근간으로 삼으며, 일상 깊이 삶과 이어지는 식문화를 그려낸다.

진정한 먹거리 개발은 결국 사람이 중심이 된다. 이번 평가는 요리 전문가뿐 아니라 주부와 학생, 농업인 등 폭넓은 주민이 다채롭게 참여해 일상 경험, 추억의 조리법, 농산물에 대한 애착 등을 생생하게 녹여냈다. 이는 단순한 신상품 개발을 넘어 마을의 맛과 멋이 후대에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전통과 혁신을 연결하는 귀한 시도라 할 것이다. 아울러 지역만의 고유한 레시피가 상품화될 때 발생할 농가소득 증대, 지역 관광 활성화 등 긍정적인 변화 또한 기대할 만하다.

바람이 노곤하게 감기는 농촌 들녘에서 시작된 소박한 레시피 한 점, 그것이 전국으로 뻗어나가 다양한 식탁에 추억과 감동을 남길 수 있도록. 예천군의 이번 레시피 개발 평가는 단순한 행사 그 이상이다. 정갈하게 손질한 식재료, 오래된 비법과 소박한 상상력이 어우러져 또 하나의 지역 이야기를 빚어낸다. 현장에서 마주했던 부드러운 미소와 한 접시의 따스함은, 음식이란 삶과 사람을 아우르는 가장 부드러운 언어임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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