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선구자’ 스트레이 키즈의 빌보드 200 1위, 세대·문화 역동성의 상징이 되다
스트레이 키즈가 미국 빌보드 200 차트에서 8연속 1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K팝 역사의 일대 전환점으로 평가할 만하다. 빌보드는 단순한 음반 판매량을 넘어 세계적 대중음악 시장의 ‘주요 무대’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 8연속 정상은 BTS 이후 K팝 아이돌이 거둔 성취 중에서도 이례적인 기록임이 분명하다. 실제로 이번 성과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차트 상승에 있지 않다. 한국 청년 예술가들의 글로벌 시대 경쟁과 협업, 그리고 변화하는 세계 음악시장 속 한국 대중문화의 위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의 빌보드 1위 소식이 언론에 오를 때마다 적지 않은 이들이 ‘또 하나의 기록’으로만 흘려보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 스트레이 키즈 사례는 다르다. 그들은 수년간 일관된 자작곡, 공연 중심의 성장, 팬덤 ‘스테이’와의 긴밀한 소통 등 새로운 성공 공식들을 시도해왔다. 실제로 미국 빌보드의 집계에서 단순히 외형적인 판매량이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스트리밍, 현지 팬덤, SNS 참여율 등이 함께 반영된다는 점에서 ‘문화 동력’으로서의 경쟁력까지 입증됐다 볼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많은 청년 예술인들에게 ‘글로벌 무대도 현실화 가능한 진로’라는 신호로 작용한다.
스트레이 키즈의 성공 배경을 좀 더 구조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음악 산업의 변화와 청년층 노동 구조의 상호작용을 엿볼 수 있다. 최근에는 전통적 대기업 직장보다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본인의 재능과 개성을 살리고자 하는 청년 세대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류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기댄 결과가 아니다. 자발적으로 기획, 창작, 프로듀싱에 참여하는 ‘크리에이터형’ 예술 노동이 대중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노동의식 변화와 맞닿아 있다. 스트레이 키즈 역시 각 멤버가 음악 제작 과정에 깊이 관여해 벤처 마인드를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다른 K팝 그룹들과의 비교도 필요하다. BTS, 블랙핑크 등 이미 여러 차례 글로벌 차트 정상에 오른 선배 그룹들이 한류의 외연을 넓혀 왔다면, 스트레이 키즈는 비교적 탄탄한 자작 콘텐츠 역량과 글로벌 ‘팬덤 경제’의 집중화를 통해 다시 한번 한국 음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최근 뉴진스, 세븐틴 등 성장세가 돋보이는 다른 팀들과 더불어 한국 대중음악계가 ‘창작 다양성’과 ‘지속성장’이라는 사명 아래 모색하는 여러 시도들이 실제로 결실을 거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과정에서 청년 세대가 누리는 다중 직업성, 협업 중심 환경, 글로벌 네트워킹 역량 또한 한층 강화된 점도 눈에 띈다. 최근 서울공연예술고나 K팝 예술 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단일 스타가 아닌 ‘팀 단위 창작자’라는 새로운 직업 롤모델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실제 현장에서는 영어, 일본어 등 다국어 능력과 프로듀싱 기술, 자기 표현력까지 중시되는 모습이다. 이런 변화는 청년 노동시장에서 음악, 댄스, 미디어 등 다양한 문화산업 진입 통로가 확장되는 계기로 작용한다.
한편, K팝의 세계화와 거대 팬덤 현상에는 분명 부작용 또한 존재한다. 팬덤이 거대해질수록 음악 아닌 외적 요소에 더 많은 경제적·사회적 에너지가 집중될 수 있다. 이는 ‘팬덤 경제’의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빌보드와 같은 해외 차트에서의 성공이 내실있는 예술 생태계 개선이나 대중음악 산업 내 노동권 확대로까지 이어지는지에 대한 점검 역시 필요하다. 특히 K팝 산업에서의 장시간 노동, 불공정 계약 등 기존의 문제들이 ‘성공 스토리’에 가려지지 않도록 중도적 시각에서 조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 성과는 사회 전체가 주목해야 할 진정한 뉴스임에 틀림없다. 청년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로 세계와 소통하며, 한국의 대중음악 시장이 내수 중심에서 글로벌 경쟁자로 진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음악이라는 매개를 넘어, 사회 구조와 노동 문화 전반에 긍정적 파장을 낳고 있다. 아이돌의 성공이 극소수 꿈 많은 청소년의 찰나적 행운으로 국한되지 않고, 보다 많은 청년이 ‘콘텐츠 창작 노동’의 일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회 인식과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다.
스트레이 키즈의 빌보드 8연속 1위는 단순한 음악 차트 기록이 아니다. 세계라는 무대에 선 청년 세대의 용기, 그들이 이루는 협업의 힘, 한국 문화산업의 구조 변화가 응축된 결과물이다. 앞으로의 길이 더욱 다양하고 평등한 창작의 무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 강지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