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도, 변화의 시작선: ‘야구 주머니 실종’이 삼성 마운드에 남긴 것
도드라진 이색적인 장면. 올겨울, 삼성 라이온즈 투수 후라도의 ‘불룩한 배’, 즉 야구인들이 농담 삼아 이야기하던 ‘야구용 주머니’가 사라졌다. 시즌 내내 마운드 위에서 당당하게 흔들리던 뱃살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고, 이는 단순한 체형 변화 그 이상이었다. 팬들이 포털 게시판에 “후라도 진짜 맞아?”라는 반응을 쏟아냈던 건, 한 명의 외인 투수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보여준 변화가 내놓는 메시지 때문이다.
시즌 후반 내내 삼성 마운드의 버팀목이었던 후라도. 2024시즌 28경기 164.2이닝 12승 6패, 평균자책점 2.85, 준수한 탈삼진과 안정적 볼넷율. 마운드 위에서 ‘대장’ 역할을 자청했지만, 꾸준히 지적되던 체력과 집중력 부분에 있어 한계를 드러내곤 했다. 덩치에서 비롯된 피로누적과 스피드 저하가 후반부 실점 패턴에 연관됐다는 점, 프런트와 선수 본인 모두가 인식하고 있었다. 후라도 역시 시즌 마지막 인터뷰에서 “오프시즌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리그 최고의 외인 투수 반열에 오르는 데 있어 체형 관리와 근육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건 팬들뿐 아니라 현장 스태프도 거듭 언급해 온 부분이다.
실제로 유사한 사례는 적지 않다. 2023시즌 KT 위즈의 벤자민, 두산의 로하스 등이 변화된 체형으로 시즌에 들어서며 퍼포먼스가 눈에 띄게 달라진 바 있다. 빠르고 유연해진 투구 메커니즘은 구속과 제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후라도의 야심찬 변화도 이 같은 맥락. 스프링캠프를 앞둔 현장 관계자들은 지난 동계 웨이트 프로그램에서 후라도가 팀 내 유소년 선수들과도 스피드 훈련을 소화했다고 전한다. 단순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투구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장시간 치밀하게 설계된 ‘체형 리빌딩’의 일환이었다.
‘야구 주머니의 실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과거에는 덩치와 파워를 겸비한 투수들이 강속구와 피칭 이후 흔들리지 않는 무게중심으로 장점을 만들어냈지만, 최근 KBO의 흐름은 기술적 디테일을 바탕으로 한 긴 이닝 소화와 불펜 세이브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 무거운 체격이 오히려 수비 전환이나 번트 커버 등 경기 중 여러 움직임에서 약점으로 드러난 예가 많다. 후라도의 변화는 삼성이라는 팀의 방향성—단순히 파워만이 아닌 스피드 기반 야구에 맞춘 마운드 싱킹—과 뚜렷하게 궤를 같이한다.
상대적으로 변화구 구사 비중이 높았던 2024년 삼성 투수진 가운데, 후라도는 직구 구사율과 헛스윙 유도에서 안정적 페이스를 보였다. 그러나 후반기 피로가 누적되니 공끝의 힘이 떨어졌고, 타구 속도가 늘었다. 특히 8월 이후 피안타율이 10% 가까이 상승했다는 기록은, 체락 및 유연성의 한계가 의심되는 부분이었다. 이번 오프시즌 변화가 ‘급격한 슬로우 구종’ 비중을 어떻게 달라지게 할지, 또 슬라이더-체인지업 조합의 깊이가 얼마나 더 날카로워질지 구단과 현지 스카우트 모두 주목하고 있다.
이제 후라도에게 남은 숙제는 ‘유지’와 ‘적응’이다. 새 몸으로 시즌 내내 동일한 강도를 견딜 수 있을지, 빠른 템포에서의 이닝 소화 능력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고도의 전술적 계산이 필요하다. 한화 이글스의 파트릭, LG 트윈스의 켈리 등 동시대 KBO 외인 투수군이 겪은 고질적 한계—적응속도와 인바운드 피칭 중간값 붕괴—를 미리 예단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후라도의 변화는 단순히 삼성 팬들에게 던진 깜짝 선물 그 이상, KBO 전체 투수진이 지향해야 할 ‘진화된 자기관리’의 신호탄이다. 전통과 변화의 교차점에서 ‘야구 주머니 실종’은 결코 가벼운 사건이 아니다. 결국 성적은 마운드 위에서 결정된다. 쉴 틈 없이 흐르는 2025년 KBO의 흐름 위에서, 후라도는 탈피한 몸으로 그랜드 슬램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