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여야 대결 무산, e스포츠와 정치의 이질적 조우가 남긴 것들
스타크래프트. 이 한 단어에 담긴 의미와 영향력, 그 속엔 단지 게임을 넘어선 문화 현상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 정치권에서 벌어진 ‘여야 스타크래프트 대결’ 시도는,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대중적 열망이 어떻게 정치적인 이슈와 맞물리면서 언뜻 흥미롭고 또 한편으론 씁쓸한 논란을 남기게 됐다. 각종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여야가 국회 e스포츠 게임대회(대표적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준비했으나, 여권 지지층 내 일부 강경한 반발에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결국 이 대결은 무산됐다. 정치와 e스포츠의 연결 고리로 기대를 모았던 이벤트가 무너지면서, 양측 모두 e스포츠와 게임 커뮤니티가 지닌 순수함을 외면한 채 정치적 셈법에 휘둘린 모양새가 연출됐다.
사건의 뼈대는 간단하다. 최근 ‘정치인이 주도하는 e스포츠 대회’가 국회에서 추진됐다. 그중 스타크래프트라는 히트 타이틀은 단순한 게임을 넘어 한국 게임 문화의 근간이자, 현실 정치세력이 2030 세대와 소통할 방식으로 부각된 대표적 아이템이었다. 국민의힘 등 여권 의원들이 참가 의사를 밝히며 팀을 꾸렸고, 민주당 측 역시 이에 화답하는 듯했다. 그러나 대회 일정이 임박한 시점, 온라인상 민주당 지지층 중심으로 ‘정치적 상대와의 게임 이벤트는 현실적 정치 이슈를 가리고, 상대를 미화한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그 결과 민주당 의원들의 줄줄이 불참 선언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논란의 핵심은 게임 자체가 아니라, 게임이라는 상징적 공간이 정치의 프레임 안에서 어떻게 소비되어왔는가에 쏠렸다.
e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스타크래프트는 그 문화적 무게와 신화를 감안할 때, 국내 정치 이벤트에 끌려나오는 순간 이중적 함의를 갖는다. 2000년대 PC방 신드롬과 함께 세대적 소통창구였던 이 게임은, 이미 수많은 아마추어 대회와 프로 리그, 수백 개 커뮤니티를 다져왔다. 최근에도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로 리그가 재정립되고 있으며, 여전히 20~40대 남성 게이머 사이에선 공고한 팬덤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e스포츠 이벤트는, 일견 긍정적 문화 접점 시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곧 그 이중성이 드러났다. 정치가 접목된 경연에서마저 진영별 프레임이 위력을 떨쳤고, 게임 커뮤니티에서조차 ‘정치권의 이벤트 이용’이라고 경계하는 시선이 확산됐다.
스타크래프트가 내세우는 ‘실력 기반 경쟁’은 본질적으로 메타(meta)와 전략, 빠른 의사결정, 치밀한 운영능력을 요구한다. 마치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힘겨루기와 얼핏 닮은 듯하지만, 실제로는 게임판엔 상대의 전략을 읽고, 새로운 빌드 오더(build order)를 실험하는 창의성과 스포츠맨십이 각인된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서 정치권은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양쪽 진영 모두 팬덤 지지층의 눈치에 휘둘리며, 실질적인 소통이 아닌 ‘정치 이벤트의 소모품’으로 e스포츠를 소비했다. 이에 대해 e스포츠 커뮤니티 반응은 분명했다. 정치가 스타크래프트를 ‘정치적 퍼포먼스’로 소비하는 게 아닌, 진정 문화적 장르로 인식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남았다고 꼬집었다.
동시에 이번 논란은 e스포츠 종목의 사회적 위상과도 연결된다. 게임은 2020년대 들어 4대 스포츠(야구, 축구, 농구, 배구) 못지않은 팬덤과 메타가 형성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외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 발로란트, 배틀그라운드 등 다양한 e스포츠 타이틀이 각자의 전략성과 흥행성을 바탕으로 메타적 기반(픽률, 맵 이해도, 매크로/마이크로 운영법 등)을 다져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적 시선이나 제도적 인식 면에선, 정치권의 표심 확보 수단으로 가볍게 휘둘리기도 한다. 이번 사례는 e스포츠의 자율성과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커뮤니티의 비판 의식이 분명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와 비슷한 역사는 국제적으로도 종종 반복되고 있다. 미국·유럽의 대형 e스포츠 대회에서도 정치 세력이 메시지 삽입을 시도하지만, 까다로운 규정과 커뮤니티의 자정작용으로 순도 유지에 공을 들인다. 오히려 한국 정치권의 ‘스타 대전’ 무산 사례는, 게임과 e스포츠의 사회문화적 정체성이 어떤 조건에서 훼손되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장면으로 남는다. 동시에, e스포츠가 이제는 정치 이벤트의 한 때뿐인 소재가 아니라,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키는 성숙한 커뮤니티로 성장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정치권이 e스포츠와 게임 문화를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실제 소통과 공론의 장으로 인식할 메타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진영 논리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게이머와 팬덤의 순수성과 전략적 사고방식, e스포츠가 지닌 고유의 문화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벌어지는 ‘GG'(Good Game) 정신, 스포츠맨십은 정치판에도 적용돼야 한다. 단순한 이벤트보다, e스포츠가 가진 긍정 에너지와 창의성을 반영한 새로운 소통법을 기대한다. — 정세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