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추첨의 허상, 선수 퍼포먼스와 경기 집중이 승부 가른다
월드컵 본선 조추첨 결과가 발표되면 언제나 뜨거운 논란이 불거진다. 각국 미디어와 팬들은 ‘죽음의 조’를 외치거나, 반대로 ‘행운의 조’에 들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기사에서는 4년 전 손흥민의 태도와 현 상황을 오버랩하며, 조추첨의 결과 그 자체보다 실전에서 ‘무엇을 준비할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실제로 2022년 카타르월드컵 조추첨 당시 국내외 분석은 한국이 극단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고 진단했다. 브라질, 포르투갈, 가나, 우루과이와 같은 유럽-남미 강호들, 피파 랭킹만 봐도 역대급 토너먼트라고 예측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우루과이전 치열한 수비와 역습, 가나전 단기 변동성, 포르투갈전의 끈질긴 후반 집중력이 모두 실질적으로 조별리그 판도를 뒤흔들었다. 즉, ‘조편성 탓’이 아닌 매 경기의 디테일과 선수들의 퍼포먼스가 결과를 갈랐다.
실제로 브라질전이 ‘비극’으로 불리지만, 당시 브라질도 저조한 몸 상태와 수비 조직력 불안 등 작은 변수에 흔들렸다. 반면 손흥민과 동료들은 상대 약점 공략, 전방 압박 시도 등 적극적인 시나리오 변형을 보여줬다. 조추첨이 어떻든 ‘운’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 기사에서도 손흥민이 “조추첨 평가엔 큰 의미 두지 않는다”며 선수 중심 사고를 보인 점이 돋보인다. 축구는 이름값이나 랭킹이 아닌, 결국 90분 내내 누가 더 냉정하게 임무를 수행하는가에 달린 종목이다.
타 기사들을 짚어봐도, 최근 각국 국가대표팀 감독들 역시 비슷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월드컵 조추첨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선수단 분위기’, [KBS 스포츠]’우리 선수 정신력, 복병 될 수 있다’, [스포츠서울] ‘브라질전 재현, 약점 공략 전술 주목’ 등 여러 매체가 조편성보다 경기 내 전략적 선택, 벤치의 실시간 조정력, 선수 개개인의 1대1 집중력에 주목한다.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도 조추첨 직후 당장 훈련에 돌입, 상대 팀의 최근 경기 영상을 반복 분석하며 전술 이해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 월드컵 그라운드는 예상과 정반대로 흘러가고, 전통적 강호도 완벽히 무너지는 순간이 이어졌다. 그 중심엔 늘 준비된 선수, 상황 적응력이 닿아 있다.
특히 조별리그가 각국 전술 실험, 선수 포지션 롤 변환의 실험장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4년 전 손흥민은 코칭스태프와의 조율로 기존 윙어 포지션이 아닌 세컨드 스트라이커, 심지어 프리롤 기동대 역할까지 수행하며 예상외 변칙 플레이를 선보였다. 새로운 조편성 역시 강제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을 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먼저 스쿼드 뎁스(선수층)와 컨디션 관리, 세트피스 변형 등 실질 전략이 조추첨 결과를 넘어선다. 한국대표팀의 전력이 최근 큰 폭으로 성장해온 것도 데이터 기반 피지컬 훈련 및 상대팀 빌드업에 맞춘 전술 대응력 때문이다.
기자는 현장에서 선수들의 몸짓부터 경기장 안팎의 미묘한 기류까지 체감해왔다. 단 한 명의 부상, 한 번의 세트피스 실수, 교체 타이밍의 오차가 월드컵 무대에서는 대이변을 만든다. 현란한 조추첨 이후의 ‘해석’에 매몰되기보다, 실제 승부의 흐름을 바꾸는 요소를 정확히 짚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팀은 언제나 최악의 상황일지라도, 그라운드 위 1분 1초를 노려 상대 허점을 파고드는 전략적 면모를 보여왔다. 이번 조추첨도 ‘행운’ 혹은 ‘비극’이라는 주관적 평가에 기댈 때가 아니다. 모든 조는 곧 상수(常數)가 아니라, 매 경기 축적되는 변수와 실전 적응의 연속이다. 월드컵은 조추첨의 승부가 아닌, 체계적 준비, 즉흥적 판단, 무한한 집중의 롱런이다. 한국대표팀의 진짜 과제는 이제부터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