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글로벌 신차 전략과 ‘K-구매허브’의 파급력: 지속가능 모빌리티의 신제안

‘2년 내 40개 신차’와 ‘한국 구매허브’ 신설이라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발표는 2025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이 기업이 추구하려는 전략적 전환의 방향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아시아경제 단독보도에 따르면, 벤츠 그룹은 향후 2년 안에 전기차(EV), 하이브리드차, 내연기관 신규 라인업을 전 세계 동시다발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한국을 글로벌 구매 네트워크의 중심축으로 삼는 ‘구매허브’ 설립 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한국의 자동차 부품·소재 기술력이 세계 표준에 부합함을 인정한 결정이다.

벤츠의 신차 40종 출시 계획은 업계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 수치다. 기존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연간 10종 내외의 신차, 페이스리프트(model year change), 전동화 파생 모델을 제한적으로 내놓는 데 그쳤다. 벤츠의 공격적 라인업 확충은 ‘MB.EA·AMG.EA’, ‘VAN.EA’ 등 EV 전용 아키텍처와, E-Fuel 하이브리드 시스템, 그리고 디지털 콕핏 중심의 소프트웨어 정의차량(SDV: Software Defined Vehicle) 구조 혁신 등 강도 높은 기술 혁신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해 독일 뮌헨 IAA 모빌리티에서 벤츠는 언리미티드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AI 기반 주행 보조, 카본 뉴트럴 부품,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선포는 그 로드맵을 가속화하는 선언과 같다.

다른 한편, ‘K-구매허브’ 설립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과 전기차·친환경차 부품 조달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에 중대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벤츠의 한국 시장 의존도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했다. 2022년 기준 벤츠코리아는 연간 8만대 수준을 꾸준히 기록하며 수입차 시장 1위를 견지하고 있다. 국내 부품 협력사도 크게 늘었고, 주요 전장 부품 및 배터리 소재 물량에서 한국 공급망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양극재·음극재·BMS, 스마트 센서 등 고부가가치 부품군에서 국내사의 성능·공급 안정성이 높게 평가받으며, 글로벌 커머셜 EV OEM들의 한국 진출도 확대되는 추세다. 글로벌 반도체·이차전지 생태계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면 구매허브는 한국 제조업의 질적 도약을 의미할 수 있다.

업계 주요 경쟁사인 BMW, 아우디, 폭스바겐, 그리고 도요타 및 현대차 등도 동일한 트렌드 즉, 전기차 플랫폼 전환·디지털 인포테인먼트 강화·배터리 기술 내재화 및 브레인(주행제어 SW)의 고도화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벤츠의 전략이 두드러지는 부분은, 완성도 높은 EV 네이티브 플랫폼(MB.EA) 기반 제품군을 압도적 스케일로 확대하는 동시에, AI, 커넥티비티, OTA 기술에 ‘SDV’ 표준을 획기적으로 접목한다는 점이다. 테슬라가 이미 소프트웨어 풀스택(Full Stack)과 오토파일럿 기술을 통해 EV 시장의 틀을 바꿔놓았지만, 독일 유수 완성차 전통 기업의 대대적 기술 전환은 내연기관차 주력 사용자를 점진적으로 친환경차 영역으로 흡수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벤츠의 선택에는 분명한 환경적 메시지가 내포돼 있다. 2030년 이후 탄소중립, 혼합재료 및 바이오 소재 내장재, 수소연료 기술에 대한 비전도 동시에 제안된다. 이는 유럽연합(EU) 및 미국, 일본의 엄격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이런 관점에서, 벤츠가 한국을 구매허브로 삼는 것은 이중적 의미가 있다. 첫째, 전기차 배터리와 첨단 부품 공급에 있어 한국이 ‘지속가능 생태계’의 핵심임을 공식화한 것이고, 둘째, 아시아 시장 전체로의 기술 이전(technology transfer) 및 공급망-시장(수출) 간의 선순환 고리를 강화한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러한 전략적 확장이 오히려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 등 팬데믹 이후 경기 불확실성, AI 기반 자율주행 상용화(E/L4) 일정 지연, 충전 인프라 표준화 정체 등 복잡한 변수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시장 낙관론’에 치우친 결정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특히, OTA·클라우드·AI 정상화에 따른 대규모 악성 코드(플랫폼 해킹) 리스크, 그리고 SDV 표준화 경쟁에 뒤처질 경우 예기치 못한 시장 이탈 현상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내 부품기업 다변화 역시 품질·가격·납기·환경 기준에서 글로벌 메이저 벤치마킹이 병행돼야만 진정한 ‘구매허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최근 현대차 그룹이 북미·유럽·인도에서 자체 R&D 센터와 구매 통합 플랫폼을 가동하는 점이 시사하는 교훈이다.

향후 벤츠의 이같은 발표가 국내 자동차 업계, 특히 내연기관 기반의 중소·중견 부품사의 친환경·디지털 전환 투자 확대라는 파급효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또, 벤츠의 대규모 신차 출시가 그간 시장 내 고가 브랜드의 차별적 지위를 ‘대중적 확장성’과 어떻게 조화시킬지, 그 과정에서 한국의 공급망·기술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면밀한 주행 데이터와 실증(POC)이 요구된다. 차세대 모빌리티 혁명은 친환경과 기술 혁신이 동시에 가속화될 때, 그리고 글로벌 시장과의 실질적 상생 네트워크가 구축될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 안시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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