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롤(LoL) 점프: 케스파 컵 생중계와 e스포츠 OTT 판의 새로운 레벨업

디즈니+가 ‘2025 리그 오브 레전드(LoL) 케스파 컵’ 생중계에 나서며, OTT 시장에서 e스포츠 팬을 정조준했다. 이미 북미, 유럽 지역의 e스포츠 중계권 경쟁에서 아마존 프라임이나 넷플릭스처럼 대형 OTT 기업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케스파 컵 규모의 공식 LoL 대회를 자체 생중계로 확보한 건 디즈니+가 첫 사례다. 이번 생중계는 LCK 플레이오프, 국제 대회 진출팀 선발전까지 직결되는 초중요 전국구 무대. 케스파(한국e스포츠협회)와 라이엇게임즈, 그리고 미디어 판권사 디즈니가 교차 주도하면서, 시장 판도가 재편될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가장 먼저 주목할 지점은, 디즈니+가 LoL 같은 메가히트 글로벌 게임의 국내 e스포츠 중계 비즈니스에 본격 진입했다는 점이다. 그간 e스포츠 중계 플랫폼은 트위치,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전통적 게임 중심 OTT 3강체제로 짜여 있었는데, 이번 상승작 용수철은 지난 2~3년 새 글로벌 OTT 서비스가 e스포츠 판권에 군침을 흘리며 판 자체를 바꿔 온 최근의 추세를 국내에서도 본격 반영한 결과물이다. 디즈니+ 입장에선 동시 생중계, VOD, 오리지널 콘텐츠 다각화로 신규 유저 유입 확장 효과가 있고, 케스파와 라이엇은 플랫폼 다변화와 글로벌 접근성을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다. 이 흐름의 연장선에서, 최근 유럽의 로켓 리그 e스포츠, 북미의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 등 타 게임 프랜차이즈 리그도 넷플릭스, 아마존 등 주류 OTT에 연달아 진출 중이다. 과거 스포티파이와 유튜브 뮤직이 음악 IP 확보 경쟁을 벌인 것처럼, 이제 e스포츠 콘텐츠도 플랫폼 전쟁의 핵심 아젠다가 된 셈.

시청자 입장에선 장점이 또렷하다. 고화질, 멀티뷰, 다국어 해설 등 OTT 특유의 기술력이 기존 스트리밍 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한다. 결제 경험이 익숙한 디즈니+ 유저나 일반 OTT 구독자라면 새로운 e스포츠 관전관을 경험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십(LCS)이나 유럽 LEC, 밸런티어 챔피언스 투어(VCT)도 OTT 생중계 도입 후 전체 시청시간이 평균 16% 이상 상승했다는 라이엇 공식 통계가 있다. 반대로, 디즈니+가 케스파컵 단독 중계권을 도입했다면 트위치, 유튜브에서만 보던 고정 시청층이 플랫폼 이탈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판의 충돌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

하지만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첫째, 구독 기반 시스템의 과금 거부감이 e스포츠 팬덤 내에서 만만치 않다. 케스파컵은 서포터 등급에 따라 일부 경기 또는 전체가 차등 제공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있어, 오픈 플랫폼 체계에 익숙했던 e스포츠 시청자들 사이 반발 여론이 감지된다. 동시에, 생방송 특유의 시청 소통·채팅, 밈(meme) 유행성 콘텐츠 면에서 OTT가 트위치 채팅 경험을 단숨에 대체할지 의문이다. 그리고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등 국산 OTT들과의 협상전도 판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반면, 케스파는 국제대회 티켓 부여와 연동 효과, 라이엇은 판권시장의 수익 극대화, 디즈니는 1020 중심의 신규 팬베이스 확장이라는 명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중계권료와 판권구도, 메타 변화도 불붙고 있다. 최근 롤 월드챔피언십(월즈) 대회 중계권료는 50억 원을 훌쩍 넘겼고, 자막 자동번역, 리플레이 시스템, IP 기반 부가상품 제공 등 추가 수익 설계가 이뤄지는 중이다. 해외에선 아마존 프라임이 ‘프라임 비디오 롤링’ 브랜드로 브라질 현지 e스포츠 판권을 가져가며 광고-구독 연동 신모델을 테스트 중이고, 넷플릭스는 게임 내 전용 경기 하이라이트 VOD를 자체 채널화했다. OTT-게임업계 동반 성장 메타는 이제 분명한 흐름. 그리고 한국은 그 격전의 중심.

마지막으로 변수는 팬덤, 콘텐츠 자유, 플랫폼 간 생태계 이식 가능성이다. 디즈니+가 과연 하드코어 게이머와 라이트 유저를 모두 아우르며, 오프라인 밈·채팅 유행, e스포츠 밴드 문화, 단일화된 팬덤 거점으로 실제 자리 잡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확실한 건, 케스파와 라이엇, 디즈니가 합작해 앞으로 2~3년간 플랫폼 생태계 구도 자체를 실험하는 ‘퍼스트 무버’가 됐다는 점이다. 아프리카TV, 웨이브 등 다른 국내 플랫폼은 협상전, 차별화된 시청경험, 팬덤 기반 오락 메타 등 파생 경쟁이 불가피하다. 디즈니의 이번 이니시에이팅은 단순 이벤트가 아니다. 메타의 중심이 OTT로 완전히 스위칭한다면, 국내 e스포츠 생태계의 모든 땅 밑 뿌리까지 흔들릴 수 있다. 다음 판을 주목해야 할 시간이다.

— 정세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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