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교육정책의 대전환 앞에서 한국이 직면한 과제

교육부가 OECD와 손잡고 개최한 국제토론회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한국 교육정책의 미래 방향을 진단하고 새로운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번 행사는 세계 각국의 정책전문가와 국내 교육 현장, 산업계, 학계 인사들이 모여 ‘AI 활용과 인재 양성’을 핵심 의제로 논의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교육계 최대 현안 중 하나로 부상한 AI 교육 확산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점이 눈에 띈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서 교육부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이어, 초·중·고 교육과정에 AI 등 신기술 교육을 확대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공개했다. OECD는 ‘한국 학생의 기술 역량(global competence) 수준이 높지만, AI 도구 활용과 윤리적 감수성이 병행되지 않으면 미래 사회 적응력에 한계가 있다’는 정책 권고를 내놓았다. 현장 발언에서는 초등학교 단계부터 체계적 AI 교육이 시작되어야 하며, 교사 재교육과 표준화된 교육자료 개발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AI 활용 교육 강화는 단순한 커리큘럼 개편을 넘어, 입시 중심 체제와 현장 기반 교수학습 패러다임 전체를 바꾸는 구조적 혁신을 요구한다. 현재 한국의 공교육은 여전히 암기-수능-학벌 순환의 전통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2023년부터 시범 운영 중인 ‘AI 교과서’ 역시 학교 간, 지역 간 적용 편차가 심각하며, 교원 역량과 물리적 인프라 미비로 인한 격차가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경기 대형 학교와 지방 소규모 학교 간 AI 교육 보급률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일부 현장에서는 교사들이 AI 활용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거나 역량 부족으로 인해 소극적으로 도입하는 사례가 많다.

OECD가 권고한 바와 같이, AI 소양은 단순한 기술 훈련을 넘어, 학습 윤리, 데이터 리터러시, 디지털 시민성 등 복합적 역량이 병행되어야 실효성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과 핀란드, 싱가포르 등은 정부 주도 표준 AI 교육 과정을 마련하고, 교원연수 프로그램과 디지털 취약계층 지원 예산을 별도로 운영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 신기술 도입을 둘러싼 교육계 내부 갈등(교사노조의 우려와 교원단체의 주장 대립), 정치권의 단기성과 목표 압박, 산업계와의 연계 부진 등이 해결해야 할 난점으로 부각된다. 실제로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AI 도입 시 교원 감축과 학습권 침해 우려를 밝힌 반면, 자유주의 교육단체는 오히려 빠른 전환을 주장하며 정책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도 AI 교육 확산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예산 편성과 입법 뒷받침 방식에서 뚜렷한 입장 차이를 드러낸다. 특히 정부여당은 민관협력을 강조, 예산 배분의 유연성을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교육 불평등 심화와 교원 처우 보장을 중심에 둔 접근을 촉구한다.

이 과정에서 ‘AI 자체를 교육의 주체로 보는가, 도구로 보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규범 논쟁 또한 확산되고 있다. AI가 교사와 학생의 역할을 전면적으로 대체하거나 위축시키지 않도록 하는 선제적 가이드라인 제정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정책담당자의 말처럼, AI는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며, 궁극적으로 ‘삶과 사회를 이해하는 비판적 사고력’,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길러야 한다는 점을 정책 전반에 일관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학습 빈곤층’으로 불리는 소외 계층 학생에 대한 AI 도구 접근성 보장, 교사와 학생 모두를 위한 윤리적 지침과 감수성 교육 강화가 병행되어야 포용적 디지털 전환이 실현 가능하다.

최근 발표된 다양한 연구에서도 AI 교육 확산의 성공 조건으로 △교원 연수 의무화 △지역·계층 간 인프라 격차 해소 △학생 맞춤형 데이터 활용 역량 강화 △평가체계와 입시의 디지털 전환 동시 추진 등이 강조된다. 정책 당국이 표방하는 ‘2026년 전면 AI 교육 체제 구축’ 목표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기존 경직된 입시·평가 방식, 기술 도입에 대한 학교 현장의 심리적 저항, 사회적 합의 부족 등 복합적 장애요인에 대한 현실적 대책 수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입법 차원에서도 관련 법률 개정과 예산의 안정적 확보, 교원 배치 기준 개선 등 후속 조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국, 한국 교육정책은 AI라는 새로운 함의를 사회 전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율하여, 교육 현장과 정책, 입시, 사회·경제 구조의 유기적 연계를 이루어낼 것인가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국제적 비교와 국내 여론 모두, 기술 변수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과 평등성, 공공성, 미래 시민사회의 토대라는 근본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정치권과 교육당국이 단기 정책 성과주의를 넘어 실질적 혁신과 사회적 신뢰 회복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AI 시대 교육정책의 성패는 이에 달려 있다. — 최은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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