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도서, 겨울의 서재에 흐르는 따뜻한 파장들

서울의 겨울은 바람이 벽을 뚫고 들어와, 사람들의 마음까지 시리게 한다. 그런 계절에 서재 한편에 조심스레 놓인 새로운 책 한 권, 그 표지의 색감과 미묘한 활자들이 공간을 가득 메우는 따스함을 대신한다. 이번 주, 여러 출판사에서 내놓은 신간 도서들은 어쩌면 독자들의 쓸쓸한 일상에 소리 없이 스며드는 위로다.

이번주 주요 서점과 포털의 신간 목록엔 김애란의 신작 에세이,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임경선 작가의 신간, 그리고 여전히 사랑받는 이기주 작가의 기운이 감도는 산문들이 나란히 줄지어 서 있다. 오랜 팬들을 가진 베스트셀러 작가들 뿐 아니라, 생경한 이름의 신인 작가들도 한껏 도전적인 표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내민다. ‘겨울의 성장기’, ‘나를 위로해주는 단어들’ 등 제목만 들어도 심장 한켠이 따뜻해진다.

그 가운데 김애란의 에세이는, 바이올린을 켜듯 세상의 잔상이 사라졌다 되돌아옴을 반복한다. 그녀는 삶의 균열에서 흘러나오는 미립자적 감정선들을 포착해 인생의 풍경을 그린다. 털끝만큼의 달큰한 환상과, 식은 커피잔 옆에서 피어나는 무심한 아침들을 글로 엮는다. 책장을 넘기며 내려온 겨울 햇살 한 줄기마저 작가의 감성 안에서 따뜻하게 녹아내린다.

다른 한편, 임경선 작가는 이번에도 깊은 자기 고백과, 일상에서 건져올린 생활 철학을 내세운다. 그는 자신만의 서툴음과 불완전함을 솔직하게 펼쳐내면서도, 독자에게 우리가 서로 닮아 있다는 묘한 동질감, 그리하여 조금은 덜 아플 수 있다는 묵직한 위로를 건넨다. 그런 감성적 여운은 누군가의 일상 곳곳에 ‘토닥토닥’ 손길로 남는다.

동시대의 산문들이 던지는 파장은 사회적 파열음이 도처에서 퍼지는 시기와 묘하게 맞닿아 있다. 소셜미디어가 빠르게 스크롤되는 속도만큼 인간관계와 감정들도 가벼워지고 있다. 사실, 책이란 잊혀진 금요일 밤의 달빛처럼 여전히 우리 곁에 있지만, 누구도 잘 바라보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주 신간들은 어쩌면 아날로그적 감성을 되살리려 애쓰거나, 첨단과 느림의 틈에서 경계인으로 서 있다.

다른 매체의 신간 보도와 리뷰를 종합해보면, 올해 연말은 ‘공감’과 ‘위로’가 문단을 수놓는 키워드다. 북스 조선이나 교보문고 북뉴스, 한국 출판마케팅연구소의 추천 도서 목록에서도 ‘나’를 둘러싼 작은 경험, 관계의 재해석, 그리고 코로나 이후 더 깊어진 자기 이해 등을 담은 작품들이 대거 추천되고 있다. 도시 생활의 외로움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심리 에세이, 청춘의 분투를 시처럼 노래하는 젊은 작가들의 산문집, 그리고 역사와 사회를 깊이 파고드는 다큐멘터리 서적까지, 이번 주 책들은 시대의 감정을 울리고 있다.

실제로 ‘책’의 가치가 급변하는 흐름 속에서, 신간 도서들은 다시금 독서의 본질적 힘을 역설한다. 힘겨운 하루를 살아내고, 서점 한 켠의 책등에 손을 얹는 순간, 인생의 결이 잠시 멈추고, 사색하며 혀로 굴리는 단어처럼 자신만의 감정에 잠기는 시간. 이번 주 신간에는 그런 멈춤의 여백과, 서정적인 리듬이 깊게 배여 있다.

작년부터 이어온 ‘책의 재발견’, ‘감성 산문’의 트렌드는 단지 개인의 위로를 넘어, 사회적 연대와 동질감 확장의 여지마저 남긴다. 최근 여러 출판 현장에서 만난 독자들은 저마다 외로움의 그림자를 데리고 걷지만, 한 문장, 한 행을 품고있노라면 때로 이방인이 아니라 이곳의 주민임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나의 사소한 이야기가 사실은 모두의 이야기였던, 그런 연대 말이다.

대중예술·음악·영화가 빠르게 변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무겁게 마음을 움켜쥐는 것은, 끝내 종이 위에서 살아 숨 쉬는 문장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주 신간 도서들은 겨울의 도시와 방 안을 은은하게 데우는 ‘지속되는 위로’이자, 시대의 감각을 천천히 들여마시게 해주는 창문이다.

정독이 어려운 시대, 책을 읽는다는 그 행위는 어쩌면 저마다의 작은 저항이다. 빠른 속도에 스쳐지나간 마음을 붙잡고, 빛바랜 언어에 새 숨을 불어놓는다. 창밖의 겨울은 아직 낯설지만, 새 책 한 권의 문장은 이 계절을 통과하게 하는 가장 따스한 불씨가 되어줄 것이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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