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 무관심, 방치가 만든 ‘여중생 모텔 사망’의 사회적 책임
경남 창원의 한 모텔에서 한 20대 남성이 오픈채팅방을 통해 중학생들을 만나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온라인 채팅을 기반으로 성인과 미성년자와 만남이 이뤄지고 성착취 등 2차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데도 제대로 차단은 안 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모텔에서 20대 남성 A씨가 흉기를 휘둘러 중학생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A씨 역시 모텔에서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숨진 중학생 B양의 친구인 C양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채팅방에서 알게 돼 2주 전 처음 만날 당시 동석했다고 한다. A씨는 이때부터 B양에게 호감을 표시했고, 이날도 C양과 함께 B양도 불러낸 불러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양이 남자 친구가 있다고 하자 격분해 흉기를 휘둘렀다고 한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7643
10대 청소년의 사망이라는 극단적 비극의 중심에 사회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여중생이 모텔에서 성착취 범죄의 피해 끝에 사망한 사건은 단순히 충격적인 일회성 비보로 지나칠 수 없다. 모텔, 익명 결제, 미성년자 접근의 사각지대, 그리고 무관심한 사회 관행이 겹치며 범죄의 온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사건은 모텔 업계의 허술한 신원 확인, 범죄 예방을 위한 사회적 감시 시스템 미비, 그리고 디지털 성범죄 유입경로 등 복합적 문제가 결합한 결과물이다. 현장 취재와 여러 관련 기사들을 통해 분명해지는 것은, 단지 모텔만의 문제가 아닌 청소년 보호와 성범죄 대응의 근본적 취약성에 대한 총체적 진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경찰조사 결과, 해당 모텔은 미성년자 출입 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고, 범죄자는 사전에 아무런 제재 없이 피해자와 모텔까지 이동했다. 오랜 기간 반복된 익명화, 즉석 어플·SNS 통한 만남, 온라인 거래 내역 감시 미흡 등이 이번 범죄에 연쇄적으로 작동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기반시설의 허점과 엄격하지 않은 단속, 즉 정부의 규제와 감시의 이중적 미비가 청소년을 범죄의 표적으로 만들었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뒷북 단속을 반복하는 동안, 업주들 사이에서는 단속 피하기 위한 방편만 교묘해졌다.
여성가족부와 교육부는 수년째 청소년 보호 대책을 내놓으나, 현장에서 작동하는 체감도는 낮다. 이미 2022년, 2023년에도 유사한 모텔 내 미성년자 성범죄 사건이 반복적으로 보도됐다. 촘촘한 신분확인 장치와 CCTV 확대 운영, 산업적 자정노력과 병행된 민관 협력체계 마련 없이는 뿌리 깊은 문제를 근절할 수 없다. 구글·텔레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성착취물 접근 차단, 또래 사이의 위험신고 활성화, 부모·교사들의 적극적 모니터링이 언급돼 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인권 침해 우려로 강력 단속에 유보적 시각이 팽배하다. 정치권은 소나기 피하듯 일시적 입법에 머물며 뚜렷한 정책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망사건을 접한 사회 일각에서는, ‘피해자 책임론’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과거의 가치관이나 가족 해체만을 원인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청소년 소외, 교육 불평등, 구조적 빈곤에 대한 체계적 대책이 없다면 폭력과 범죄 피해는 언제든 반복될 수밖에 없다. IT·Tech 산업이 제공하는 익명성, 무분별한 성인문화 확산, 공공의 규제 거버넌스 취약들이 결합해 “대한민국은 정말 미성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단일 사건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국회는 청소년 성범죄 방지법, 성매매 특례법 개정, 숙박업소 규제강화 등 논의만 무성하다. 이해관계자 간 갈등, 산업 보호 논리, 청소년기 인권 논쟁이 입법의 속도를 방해하는 지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위장 단속, 실명 인증 강화, 모텔 출입 기록 실명제 등 보다 실효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중의 경각심이 강조될수록, 정치권의 실질적 해법 제시는 더욱 절실하다.
궁극적으로는 약자에 대한 책임윤리 회복이 사회적 의제로 자리 잡아야 한다. 업주·지자체·경찰·교육계·입법부 할 것 없이 공동의 책임과 실질적 협력이 요구된다. 미성년자 피해의 온상으로 지적받은 업계의 변화만큼이나, 자녀·학생의 위험신호를 놓치지 않는 촘촘한 사회망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일회성 단속이나 언론의 충격 보도로는 근본을 바꿀 수 없다. 권력, 산업, 사회 모두의 구조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 윤태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