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X관, 기술의 감각과 스토리텔링의 충돌: 극장에서 길을 잃은 영화의 본질

늦가을 바람이 관악산 능선을 타고 내려오던 어느 날, 한 편의 영화가 4DX관에서 상영된다는 소식은 나름의 설렘을 안겼다. 그러나 설렘 이면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질문도 함께 떠올랐다. 실체 없는 파도처럼 영화는 이제 감각의 과잉 속으로 밀려들고 있지만, 관객의 마음이 따라갈 준비는 돼 있는 걸까. 4DX관에서의 일반 영화 상영—얼핏 들으면 혁신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그리 간단치 않다. 최근 연합뉴스에 보도된 내용처럼, 극장은 기술로 관객을 억지로 끌어들이는 듯하지만 관객들은 그 안에 설득력 있는 경험을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4DX 상영관은 이제 한국 영화계에서 하나의 혁신을 넘어 상업 전략이 되어버렸다. 좌석이 흔들리고 바람이 불고, 물방울이 날리고 번쩍이는 빛이 눈앞을 스친다. <범죄도시4>나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같은 재난∙액션 장르는 그나마 이런 감각적 요소와 어울린다. 그러나 최근 ‘4DX관에서 보는 일반 영화’라는 흐름은 종종 장르와 기술의 불협화음을 만들며 오히려 영화의 몰입감을 방해한다. 실제로 가족 멜로 영화나 잔잔한 휴먼 드라마를 볼 때, 주인공의 감정선이 고조될수록 내 의뢰와는 상관없는 바람이 분다. 극장 안 그 뒷좌석에서 느꼈던 어색한 진동처럼, 기술의 혁신이 영화의 본질마저 흔드는 아이러니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우리는 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가? 어둑한 암전 속에서 빚어지는 미세한 감정의 떨림, 배우의 슬픈 이목구비에서 번져 나오는 온기, 스크린 너머 삶의 단면들이 내 안의 기억과 교차하는 찰나. 이것이 영화의 힘이고, 극장이 가진 독보적 매력이다. 최근 나날이 넷플릭스와 OTT가 인기를 끄는 시대에 극장은 ‘체험’으로서의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4DX, 스크린X, 아이맥스 등 ‘확장된 감각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정말 관객의 정서적 니즈와 맞닿아 있을까.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에서 4DX 관련 리뷰를 살펴봐도 평가는 엇갈린다. 액션 장르나 판타지, SF 블록버스터에서는 ‘일부 장면에서 감정이 극대화된다’는 의견이 있지만, “억지로 연출된 이동감이 감상을 방해한다”, “감동이나 멜로 장르와 4DX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2025년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의 4DX 시사회 현장에서는 잔잔한 시골 풍경에서 불필요하게 흔들리는 의자에 불만을 토로한 관객들의 목소리가 여실히 드러났다. 기술은 감각의 날개를 달아줄 뿐, 영화가 품고 있는 서사의 깊이나 감정의 결은 관객의 내적 공명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새삼 강조된다.

할리우드에서는 4DX가 ‘영화산업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오랜 시간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두드러진 상업성, 가격 상승에 대한 비판과 함께 기술의 남용이 영화 본연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트렌드를 좇는 한국 극장가 역시 그 파도에 뒤처질 수 없다는 듯, 무분별한 상영관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장 경제의 논리와 관객의 심미적 경험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혁신은 단순히 새로운 감각의 자극이 아니라, 사람들이 왜 극장을 찾는가에 대한 본질적 물음을 던지는 데서 시작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다. “감각적 경험’과 ‘심정적 공감’ 사이의 절묘한 접점이 바로 미래 극장 산업의 핵심”이라고. 우리는 지금 ‘극장에서는 더 큰 화면과 더 강렬한 의자 진동이 있어야 한다’라는 막연한 믿음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진 않은가. 신기루처럼 흩어지는 감각의 파도 속에서, 우리의 내러티브 욕구는 점점 외면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일까. 극장의 화려한 기술 쇼 뒤편, 어디선가 조용히 터지는 한숨이 더 크게 들린다.

이제 필요한 건 기술력 그 자체가 아니라, 이야기와 관객, 그리고 시대의 정서적 맥락을 잇는 유연한 상상력이다. 영화가 스크린을 넘어 내 마음으로 흘러 들어오는 그 순간, 진정한 ‘체험’의 가치는 완성된다. 4DX관의 모든 의자 진동을 잠시 내려놓고, 영화의 최초 목적, 그리고 관객이 얻게 될 진정한 만족이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 계기가 필요하다.

지금 이 시대의 극장이, 그냥 흔드는 의자에 지나지 않는 공간이 아닌, 삶의 감정선과 깊이 만나는 창이 되기를 바란다. 내일도 극장 앞 하얀 불빛은 켜지겠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떤 영화적 떨림을 만나게 될까. 대답은 극장 안 관객의 마음에 있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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