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음률, 음악의 공간에 스미다: ‘건축! 음악을 품다’ 융복합 예술 음악회 현장 조명
12월의 찬 공기가 인천 송도 바다를 타고 흐른다. 그리고 그 흐름 끝에 아트센터 인천에서, 소리와 빛, 그리고 공간이 이루는 감각의 융합이 펼쳐진다. 오는 16일, ‘건축! 음악을 품다’라는 이름 아래 융복합 예술 음악회가 무대에 오른다. 단순한 클래식의 재현을 넘어선, 건축과 음악이 공명하는 새로운 예술적 풍경이 이 도시에 펼쳐진다. KBS 뉴스가 전한 이 소식은, 프로그램 라인업의 철저한 기획과 시대정신, 그리고 ‘공간’의 울림이 어떻게 음악과 만나는지를 사건의 표면이 아닌, 깊이가 있는 지점에서 보여준다.
무대 위에 놓인 첼로와 피아노, 브라스와 목관의 고동이 아트센터 그랜드홀 특유의 음향적 깊이와 융합되어 울린다. 공연은 단지 음악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국내외 저명 건축가와 음악인이 협업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리히터의 미니멀리즘 음악부터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한국 현대음악 그리고 미디어아트가 함께 어우러져, 건축의 물리적 경계 바깥까지 관객의 감각을 확장한다. 거대한 유리와 콘크리트의 곡면, 무대 위에서 투명하게 흐르는 음향.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며 음악에 새로운 ‘공간적 울림’을 부여한다.
이 같은 예술적 시도는 이미 뉴욕 링컨센터, 런던 사우스뱅크 등지에서 ‘사운드 아키텍처(Sound Architecture)’ 프로젝트로 명명되어 실험되어 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드문 장르 간 융복합의 대표적 사례로, 음악회가 단순한 연주회를 넘어 미술, 무대 디자인, 첨단 미디어아트, 심지어 철학이 만나는 장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최근 BBC(https://www.bbc.com/culture/article/20230416-why-architecture-and-music-are-connected) 및 영국 가디언 등 해외 주요 외신에서도 건축과 음악, 도시 설계의 접점을 짚으며, 공간이 인간의 감각과 예술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주목해왔다. 우리나라 역시 국립극장, 서울예술의전당 등 다양한 공연장에서 실내건축과 무대음향의 결합을 실험해왔으나, 이번처럼 ‘건축 그 자체’를 테마로 내세운 융복합 공연은 흔치 않다.
이번 음악회에는 파리, 빈, 서울 등 다양한 도시의 건축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특별 섹션도 마련되어 있다. 각 곡은 해당 건축의 미학과 음향적 특성에 맞춰 새롭게 편곡·연주되며, 대형 미디어아트 스크린을 통해 도시와 건축물의 이미지가 실시간으로 투영된다. 무대 공간 자체가 음악의 한 악기로 작동하는 듯, 청음 경험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예를 들어, 바우하우스 양식의 간결함은 미니멀한 피아노 단선율과 만난다. 플랑드르 고딕의 장식성은 중첩된 스트링 사운드로 확장된다. 음악회 제작진 인터뷰에 따르면, 사운드 엔지니어와 건축미학 전문 큐레이터가 프로젝트 초창기부터 적극 협업해, 무대 배치와 음의 잔향, 조도와 색감까지 치밀하게 조율했다고 한다.
공연 전후에는 건축과 음악, 공연 미학에 관한 토크콘서트, 미디어아트 설치전, ‘내가 듣는 건축’ 파퓰러워크샵 등도 마련된다. 이는 음악회가 ‘수동적 향유’에 머물지 않고, 관객 개인이 살아온 공간의 기억, 오감의 체험을 무대와 공유하도록 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모빌 아트와 사운드 퍼포먼스, 서울 오페라하우스의 공간음향 시리즈 등에서 나타나듯, 여러 장르의 예술이 공간과 감각, 청중을 주체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는 디지털화 이후 공간과 시간의 감각이 해체되는 시대에, 예술이 인간의 본능·정체성·공동체 경험의 핵심이 되고자 하는 시도로 읽힌다.
이번 아트센터 인천 공연의 특별함은 ‘융복합’이라는 말만으론 다 포착되지 않는다. 음향·공간·조명·비주얼·공연 미학을 예술적 긴장과 미묘한 조화로 엮어낸 창작진의 역량, 그리고 열린 무대 위 관객 한 명 한 명의 경험이 예술 그 자체가 된다. 공연장을 에워싼 사운드와 빛의 리듬, 그리고 사람들의 움직임. 익숙한 공간이 미지의 음향 세계로 확장되는 그 체험은, 곧 ‘우리의 예술’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묻는다.
‘건축! 음악을 품다’는 동시대 문화가 요구하는 물음, 즉 ‘예술적 영역 간의 경계는 어디까지 허물 수 있는가?’, ‘공간이 사운드와 융합할 때 예술은 어떻게 재조명되는가?’에 대한 한 편의 대답이 된다. 음악과 건축, 그 경계에서 태어난 또 한 번의 예술적 실험은, 더 큰 무한한 상상을 향해 열린다. — 서아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