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과 ‘케데헌’ OST, 미국 음악 평단을 사로잡다: K-POP 사운드스케이프의 새로운 지형

2025년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순간, 음악계에 반향을 일으킨 낭보가 전 세계적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저명 음악지 ‘컨시퀀스(Consequence)’가 선정한 ‘2025 최고의 노래’ 목록에, 넷플릭스 영화 ‘케데헌(DEHEN, The Keeper of Echoes)’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과 함께 K-POP 그룹 르세라핌의 곡이 어깨를 나란히 올랐다. 글로벌 뮤직 씬을 선도하는 미국의 매체에서 K-POP의 사운드와 정체성을 단순 소비재가 아닌 ‘음악적 혁신’의 프레임에 올려놓은 순간이다.

‘케데헌’ OST는 영화 안에서 음파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그려보라는 듯한, 잔향과 현음의 여운이 느릿하게 펼쳐지는 질감을 가진 곡들로 채워져 있다. 극중 주요 테마곡은 피아노의 명징한 저음부와 일렉트로닉 사운드 패드가 교차하며 긴장과 해방의 파동을 반복한다. 르세라핌의 수록곡은 기존 걸그룹 음악의 익숙한 작법에서 완전히 벗어난 비트 구성과, 광활하게 퍼지는 리버브, 종종 속삭이듯 들어오는 보컬 멜로디로, 마치 밤공기에 실린 바람처럼 청자의 감각을 자극했다. 컨시퀀스 지는 이러한 미학적 시도를 ‘혁신적인 심포니’이자 ‘감정이 실린 파동’이라 치환했다. 실제로 여러 외신들도 이번 선정이 ‘K-POP의 다음 챕터’를 알리는 상징이라 해석한다.

르세라핌과 ‘케데헌’ OST의 목록 진입은 단순한 글로벌 흥행의 자랑거리를 넘어, 새로운 음악 지형도가 그려지고 있음을 상징하는 이정표다. 컨시퀀스의 마이클 러드윅 음악평론가가 ‘동아시아 음악의 심층성’을 언급하며, “이 곡들은 청각적 장르의 교차지점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고전 아닌 탈장르적 실험의 집합체”라고 평한 점은 흥미롭다. 특히 최근의 미국 및 유럽 음악 평단은 K-POP의 내러티브적, 미술적 요소들에 주목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빌보드, NME, 피치포크 등의 올해 리뷰들을 살펴보면, ‘음향적 접근법의 다양화’와 ‘무대 연출의 예술성’을 주요 화두로 다루는 기사가 유독 많았다. 르세라핌의 선정은 이러한 트렌드를 대표하는 사례로 기능한다.

음향적으로 볼 때 르세라핌의 곡은 전자음의 미세한 잔향과 팀버의 대비, 그리고 극적으로 분할된 다이내믹 레인지가 특징적이다. 무대에서 구현되는 순간, 각각의 박자가 공간을 가르고, 조명의 밝기와 함께 파동처럼 번져나간다. 이들이 택하는 퍼포먼스는 트렌디한 이미지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현실과 환상, 동양적 정서와 세계 보편적 코드를 뒤섞는 이미지, 어둑한 무대 위를 휘도는 빛과 미묘한 표정, 그리고 무기가 되기도 하는 고요와 폭발의 리듬이 공존한다. 이러한 감각의 중첩은 최근 국내외 페스티벌에서도 구현될 때마다, 관객의 청각은 물론 촉각까지 점유하는 음악 경험을 제공한다. K-POP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공기와 잔향의 미학’을 획득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한편, ‘케데헌’ OST는 르세라핌과 다른 결의 사운드 톤을 갖고 있다. 영화 자체의 음향 설계는, 단편적인 멜로디를 반복해 서정과 긴장, 희망과 허무 등 극의 키워드가 ‘음파’로 구체화되도록 유도한다. 실제 메인 테마곡 ‘Echoes of Keeper’는 신시사이저와 현악 사운드의 교집합에서 따스하고도 서늘한 아우라를 절묘하게 포착한다. 음악만 들어도 시각적 분위기가 함께 연출되는 듯, 청각적 시네마토그래피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러한 음향적 세계관 풍경은 국내 팬들뿐만 아니라, 해외 청취자에게도 긴 여운을 남겼다.

최고의 곡 선정을 둘러싼 국내외 파장은 놀라울 만치 광범위하게 다가온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일본 오리콘 뉴스 등 굴지의 언론들도 ‘글로벌 팝씬에서 명확히 자리매김하는 K-POP’에 관한 분석을 연달아 내놓았다. 이들은 ‘과감한 시도, 콘셉트와 스토리라인이 음악을 끌고 가는 독특한 방식, 창작집단(프로듀서-퍼포머-비주얼 아티스트) 간의 경계허물기’ 등 K-POP이 갖는 다층적 특수성을 공통적으로 꼽는다. 이번 컨시퀀스 평단의 결과도 이런 특수성을 대표적으로 입증하는 셈이다.

무대 위 바람에 흩날리는 사운드,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멜로디, 조명 아래 새기는 보컬의 텍스처가 스테이지를 하나의 캔버스로 만들 때, 우리는 단순히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예술의 세계를 체험한다. 르세라핌과 ‘케데헌’의 선정은 더는 우연이 아니며, K-POP과 한국 콘텐츠, 이들이 만들어가는 ‘음악적 접경지’에 대한 외부의 진지한 코멘트다. 예술이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며, 그 경계 위에서 잔상처럼 퍼져가는 새로운 음악 장면—이제 우리는 그 현장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 서아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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