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건강의 상식’을 다르게 보다 – 당신의 운동은 정말 건강한가

남들보다 조금 더 건강해지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 바쁜 일상 속에서도 운동화를 신는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엔 ‘운동이 곧 건강’이라는 믿음이 단단하다. 적어도 중앙일보가 짚은 ‘격렬한 달리기’가 주는 메시지를 듣기 전까지는 그랬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라톤 등 격렬한 강도의 달리기 습관을 가진 이들에게서 예상 밖의 사망률 증가 현상이 관찰됐다. 놀랍게도 ‘운동을 아예 하지 않는 사람’과 통계적으로 대등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 낯선 결과는 지금까지 우리가 믿어온 ‘보다 많이, 더 강도 높게’라는 운동 공식의 결정적인 균열이다. 실제 기사에 등장하는 건강 40대 직장인이 10년간 꾸준히 마라톤을 했지만 최근 건강검진에서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높아졌다는 사례는 뭉클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어릴 때부터 “열심히 뛰면 건강해진다”는 말만 믿었던 그는 요즘 들어 운동을 어지간히 바꿔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이처럼 건강을 좇다 오히려 해가 되는 ‘역설의 운동’은 대체 왜 일어나는 걸까.

이번 연구의 핵심은 ‘운동의 양과 질’을 고민할 때, 건강에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며 오히려 ‘적정선’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경고다. 미국 내 5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와, 덴마크에서 1만 명을 장기 추적한 코펜하겐 심장 연구도 연이어 이와 비슷한 결과를 내놨다. 적절한 범위(예를 들어 주 1~2회, 30분 정도의 가벼운 조깅)가 심혈관질환, 뇌졸중, 당뇨, 조기 사망률 모두에서 최적의 효과를 냈다. 하지만 ‘과용량’의 운동은 부정맥, 심장질환, 만성 피로, 심지어는 정신 건강에도 적신호를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실 삶은 누구에게나 ‘최선’보다 ‘지속 가능한 평범함’이 더 오래 남는다. 최근 서울 송파구에서 만난 직장인 박진수(48) 씨 역시 마라톤 훈련을 하다 심방세동 진단을 받고, 올해부터는 강도 낮춘 걷기 운동으로 바꿨다고 한다. 그는 “내 욕망과 체력이 항상 같이 가지는 않더라”며 “참다못해 멈추고나니 매일이 다시 소중해졌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사례들은 ‘운동은 무조건 많이 할수록 좋다’는 단순한 도식 앞에서 좀더 자기 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일깨운다.

이를 뒷받침하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균형과 절제가 핵심임을 강조한다. 대한운동학회 이창훈 박사는 “개개인마다 근육·혈관 상태, 유전적 소인, 삶의 스트레스 상황이 다르니 나만의 운동 강도와 빈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한다. 또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구자근 교수는 “중년 이후 고강도 운동을 시작했다면 혈압·심박 체크와 잦은 건강 진단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복지와 건강을 외치는 사회, 이제는 ‘운동만 하면 다 해결된다’는 매뉴얼을 벗고 내 몸이 나에게 말하는 신호에 더 민감해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지나친 경쟁 체제, 성과 지상주의가 체육에도 번지며 운동조차 위협적인 ‘자기 증명’ 단계가 돼간다. 그러나 중요한 건 지금 곁에 있는 가족, 나 자신, 그리고 한 해 한 해 쌓아가는 건강한 일상이다. 마라톤에 열중하는 청년이든, 시골 마을에서 매일 산책을 즐기는 어르신이든, 각자의 속도와 방식 그대로 ‘나답게’ 걷고 뛰며 오늘도 내일도 오래 살아가기. 그것이 진짜 사람 중심의 건강이 아닐까. —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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