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가드의 서울 이별, K리그와 스타 마케팅의 현실적 명암

FC서울은 올 시즌을 끝으로 제시 린가드와 결별을 공식화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출신의 미드필더 린가드는 지난해 11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서울에 입성해, K리그와 구단 모두에게 글로벌 마케팅 효과와 전술적 시너지를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계약 연장 없이 구단을 떠나게 되면서, 이번 결정이 갖는 의미와 K리그 내 스타 영입 전략의 근본적 한계를 다시금 되짚게 한다.

린가드의 이적은 단순한 외국인 선수의 이탈이 아니다. 2023년 FC서울은 오랜 침체 국면에서 탈피하고자 ‘린가드 프로젝트’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전까지 K리그에서 EPL 경험을 지닌 선수의 영입은 이례적인 사례였다. 팬심은 폭발했고, 유니폼 판매와 신문 스포츠면도 린가드의 등장에 맞춰 재편됐다. 그러나, 전술적 현실은 화려한 개막 세리머니와 달랐다. 린가드는 공식전 14경기(리그 11경기, FA컵 3경기)에서 0득점 1도움에 그치며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였다. 단 한 번도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한 점, 적응과 체력, 경기력 측면에서 반복된 우려가 실적으로 이어졌다. 주력, 압박, 공간 창출 측면에서 K리그의 빠른 템포와 특유의 밀집 수비 전술에 불협화음이 심했다.

현장에서 체감한 린가드 영입의 전략적 효과는 분명히 존재했다. 이적 직후 구단 SNS 팔로워가 10만명 가까이 급증하는 등 글로벌 인지도는 상승했고, 미디어 노출 효과도 컸다. 하지만 필드 위에서 그런 수치가 승점으로 전환되기란,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후방 빌드업에만 머무르는 격이었다. 단면적 마케팅 성공에 비해 전술적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팬 사이에서는 기대와 실망, 환호와 비판이 공존하는 이중 구조가 지속됐다.

린가드의 부진은 K리그와 해외 스타 영입 트렌드 간 괴리를 다시 부상시킨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K리그에서 해외 유명 선수 영입이 시도됐지만, 상당수가 잦은 부상, 적응 실패, 팀케미 부족 등으로 빛을 못 봤다. 옥스포드 형 바아, 이반 페리시치 등도 초반 기대감은 높았으나, 전술적 융합 실패로 조기 결별했다. 린가드 또한 EPL 특유의 공간과 속도, 전방 압박에 최적화된 선수다. 그러나 K리그는 수비라인 간격이 촘촘하고, 피지컬 접전이 심한 지역적 특성을 보인다. 린가드의 크로스, 패스, 드리블은 K리그의 집중 수비와 촘촘한 미드필더 라인 사이에서 효과적으로 발휘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린가드의 실패를 단순히 전술적 부적응이나 선수 태도 문제로 환원할 수는 없다. FC서울의 이번 영입은 리스크와 리턴의 균형을 택한 야심작이었다. 전술 전문가 사이에서도 린가드의 팀 내 활용법에 논란이 분분했다. 측면보다는 중앙 2선에서 창의성을 살리려 했으나, 기존 미드필더들과의 호흡, 움직임, 롤(역할) 배분의 한계가 노출됐다. 린가드가 공을 잡아도 동료들과의 기대지점이나 플레이 타이밍이 정교하게 맞지 않았고, 김진규-팔로세비치 조합과 연계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부상 이슈와 심리적 피로 누적, 코칭스태프의 전술 수정이 맞물리며 린가드의 역량 극대화는 끝내 불발로 귀결됐다.

K리그 전체 차원에서 보면, 글로벌 스타 영입은 리그 브랜딩과 엔터테인먼트, 스폰서 유치에는 긍정적이나, 경기력 향상 및 장기적 팀 구조 재편에는 별다른 기여를 보장하지 않는다. 최근 일본 J리그의 사례를 보더라도, 마르키뉴스, 앤더슨 로페즈 등 제대로 된 전력 보강에 성공한 선수들은 철저한 현지 적응력과 팀 내 역할 이해도가 뒷받침됐다. 따라서 린가드 건은 더 이상 상징적 영입이 아닌, 미래지향적 선수 발굴 시스템과 데이터에 근거한 전술 매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린가드의 K리그 도전은 결과론적 실패다. 그러나 이 실패는 곧 국내 축구가 성장통을 거치며 국제적 경쟁력 강화로 나아가는 전 과정에서 불가피한 교훈이기도 하다. FC서울은 이번 사례를 자산 삼아, K리그는 단순한 이름값보다 더 ‘현장성’ 있는 선수와 시스템 영입, 팬과 함께 성장할 역동적인 전술 혁신으로 보답해야 한다. 린가드는 떠나지만, 그가 남긴 물음표는 K리그의 또 다른 변화와 혁신, 축구계에 의미 있는 새 브리핑을 예고한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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