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산안 극적 타결의 의미: 정치 정상화 신호탄인가, 일시적 휴전인가

2025년도 정부 예산안이 여야 합의에 따라 국회를 통과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6일 여야의 예산안 합의에 대해 “모범적인 모습”이라며 야당에 감사를 표했다. 사상 초유의 정치적 대치가 반복됐던 올해 정국에서, 예산안의 법정시한 내 타결은 이례적이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협치의 한 단면을 긍정적으로 조명하지만, 여야 간 이해관계 타협의 내밀한 동기와 향후 전망을 냉철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국채 발행과 복지축소 논란 등 주요 쟁점에서 일부 항목은 여야 각자 양보의 흔적이 역력했으나, 물밑에선 강경파의 고심과 정책적 긴장이 팽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 현안과 사회복지 예산에서 일부를 관철했고, 국민의힘 역시 국정과제 사업의 핵심 예산을 지켜냈다. 예산 규모는 대체로 정부안 대비 약간 삭감됐지만, ‘소소한 합의’에 머물지 않고 각 당이 주요 입장 차를 어느 정도 좁혔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지난 수년간 여야 갈등으로 인해 추경안, 예산안이 법정시한을 넘기는 일이 반복되며 입법부의 정상 작동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쌓였다.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예산안이 미처리됐던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는 정치권 내부의 ‘공적 책임’ 의식이 되살아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쟁점 예산, 예컨대 노인복지·청년정책·지역균형발전 예산에 대한 두 당의 만족도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재정건전성을 강조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서민과 취약계층 생활안정을 강조하며 일부 예산통과의 아쉬움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현장에서의 합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상임위 간 이견 조율과정에서 합리적 조정 절차가 작동했음을 확인시켰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를 단순한 쇼맨십이 아닌 실질적 타협이라고 평한다. 정동영 전 의원은 현지 방송에서 “민주적 공존이라는 국회 본연의 기능 복원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부 평론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비용 최소화’라는 셈법에 따른 일시적 휴전(political ceasefire)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번 합의 이후 정치적 파장도 크다. 첫째, 예산안 논의 과정에서 가시화된 여야 대화 재개 신호는 강대강 정치 국면을 완화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둘째, 핵심 정책 예산에 관한 최종 협조로 인해 양당 내부 강경파와 실용파 간 전략적 균열이 발생할 여지도 생겼다. 셋째, 대외적으로 ‘협치’ 이미지 확보가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모두에게 긍정적 효과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은 국가책임 재정과 국정 추진의 명분을, 야당은 실리 확보와 견제의 정치적 실적을 챙기는 모양새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선 ‘모범’이라는 수사는 권력투쟁이 잠시 숨 고르기에 불과할 수 있다. 국회패싱 논란,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여부, 쟁점 법안 처리, 검찰개혁 등 굵직한 사회·정치 이슈들은 여전히 잠재적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더구나 이번 합의가 민주적 절차, 사회적 약자에 대한 충분한 배려, 투명한 예산 심사라는 기준에서 완전무결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소득하위계층 복지 증액, 지역균형사업 예산 분배, 4차산업혁명 투자 등엔 여야간 미묘한 조율의 흔적이 남아있다.

향후 남은 과제는 예산 집행의 투명성, 민생 경제 회복, 그리고 정치적 대화의 상시화다. 예산안 타결 과정에서 확인된 정치적 타협의 역동성은 한국 정치문화의 성숙도를 다시 묻는다. 진정한 협치란 상호 불신 속에서도 원칙적 대화가 반복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2025년 예산안 ‘모범적 합의’의 한순간에 머물지 않고, 국회 본연의 기능, 즉 국민 대표기관의 의무와 책무가 진정 회복될 수 있을지, 당분간 여의도 정치권의 움직임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 서지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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