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이해란의 31점 핵폭발이 의미하는 ‘메타 반전’ – BNK에 당한 쓰라린 패배 뒤집다
한 팀이 단 3일 만에 완전히 뒤집어진 모습을 보여준 사례는 경기 흐름의 변화와 메타의 교환, 그리고 선수 심리적 반동까지 동시에 드러낸다. 이번 WKBL 시즌에서도 ‘이해란 31점 폭발’이라는 상징적 한 방은 여자프로농구에 던져진 변수와 트렌드, 패턴 변화의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12월 6일, 용인 GS스포츠센터. 삼성생명 블루밍스가 BNK 써니스를 상대로 80-65, 15점 차 대승을 거두며 불과 사흘 전 당했던 졸전의 그림자를 화끈하게 걷어냈다.
현장에서는 삼성생명 이해란의 외곽포·돌파가 어떻게 적재적소에 터졌는지가 핵심 이슈였다. 특히, 이해란이 3점슛 3개를 포함해 13개의 야투를 성공시키며, 상대 높이를 무너뜨렸고, 31점으로 커리어 하이라이트를 찍었다는 점이 단연 눈에 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단순히 개인 득점 폭발이 아니라 전체적인 삼성생명의 경기운영 패턴, 그리고 BNK가 얼마나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는지다.
이해란은 최근 3경기에서 평균 12.7득점에 그치며 공격 존재감이 반감됐었다. BNK와의 첫 맞대결에서는 삼성생명이 49득점에 그치며 고작 6명을 로테이션에 쏟아부었지만 조직력 난조, 주전 쏠림 현상, 빠른 볼 운반 부재, 세컨드 찬스 점유율 저하 등 90년대 스타일만 반복한 졸전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번 리매치는 전후반에 고른 공 배분, 볼운동량 증가, 이해란 중심 문미란-김한별-박하나의 컷인·스팟업 지원, 후반 쿼터별 공수 템포 조절로 단조로운 픽앤롤 패턴에서 벗어나 보다 유기적이고 예측 불가한 오펜스를 보여줬다.
BNK 역시 사전 준비는 분명했다. 최근 수비 패턴을 봤을 때, 신한은행·우리은행 등 상위팀 상대로 스위치 디펜스와 하이브리드 지역방어를 섞는 등 메타 적응력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삼성생명의 템포 조절과 알짜 리바운드, 측면에서의 미드레인지 옵션 활용에는 수차례 맞지 않았다. 김한별-이하은 등 빅맨 자원의 외곽 수비 로테이션은 한 박자 늦었고, 박지수의 결장으로 리바운드 장악력이 저하됐던 경기들과 유사했다. 개인 득점에 의존하다 집단 오펜스 리듬을 놓치는, 명확한 단점이 다시 노출됐다.
이해란은 경기 후 “지난 대결의 패배가 아직도 생생했다. 동료들이 믿음을 줬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며, 심리적으로 잠재됐던 동기 부여 요인, 코칭스태프의 심리적 유도 등의 요인을 시사했다. 익숙한 흐름 속 새롭게 출현한 ‘핫 슈터’ 패턴, 그리고 세컨드 유닛의 득점 분산이 결국 삼성생명 사이드의 흐름, 즉 시즌 초반 약점으로 꼽혔던 얇은 로테이션, 단조로운 공격 전개라는 메타적 한계를 극복시켰다 볼 수 있다.
동시에, 최근 WKBL 전체에서 ‘토종 포워드 리더십’과 ‘즉각적 리드 체인지’ 트렌드가 두드러진다는 빅 픽처도 읽을 수 있다. 이 정도 득점 폭발을 국내 선수(특히 클래식 윙)가 완성해낸 경우는 드물었다. 작년 삼성생명 김단비, 우리은행 박지현 등이 보여줬던 홈 탄력, 지속적 오펜스 가동, 드라이브인-킥아웃 주도 등과 오버랩되는 국면이라고 할 만하다.
반대로 BNK는 주축 선수 부상 여파, 세컨드 옵션 득점 부족, 그리고 압박 상황에서 단조로운 공격 패턴이라는 약점이 반복되었다. 남은 시즌, ‘복수에 이은 복수전’이 반복되는 구도로, 각 팀별로 신속한 전술 세팅/메타 적응이 곧바로 승패로 직결되는 상징적인 사례다.
전체적으로 삼성생명은 바텀업 리빌딩의 완료 단계는 아니지만, 이해란-박하나-문미란 축의 공존 방정식이 해법을 찾은 모양새다. 경기 속 스팟업 슈터의 즉각적 시프트, BNK의 미드포스트-컷인 플레이 미스매치 등, WKBL의 공격 메타가 어떻게 패스트 브레이크-외곽 중심에서 더욱 다양한 옵션을 확장해야 하는지 지금 더욱 명확해졌다. 반등이냐 추락이냐, BNK의 다음 설욕전 구도가 ‘리벤지-서스펜스’의 서막임을 예고한다.
— 정세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