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의 윤리, 웹소설 이벤트 논란에서 드러난 경계와 교훈

최근 카카오페이지가 실시한 웹소설 이벤트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문제의 시작은 광고 이벤트 문구에 배우 고(故) 이순재씨의 이름이 언급된 점이었다. 카카오페이지는 해당 이벤트에서 “이순재가 떠오르는 연륜과 카리스마의 인물”을 내세워 이용자들의 관심을 유도했지만, 이 표현이 고인에 대한 적절한 예우를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국민적 공감을 얻으며 급속히 확산됐다. 논란이 커지자 카카오페이지는 발 빠르게 사과 의사를 밝혔으나, 이번 사태가 디지털 콘텐츠 시장과 플랫폼 윤리 전반에 던진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배우 이순재씨는 탁월한 연기력, 오랜 연륜, 인품 모두 대중적 존경을 받아온 인물이다. 이처럼 문화예술계의 상징적 존재에 대해 기업이 단순히 홍보 수단으로서 언급하는 것이 적합한가에 대해, 이번 논란은 경계의 필요성을 공론화했다. 실물 상품이나 간접 광고에서 연예인의 이름이 무분별하게 사용되어 문제가 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고인을 기리는 맥락이 아닌 예능성 홍보에 이름이 등장한 이번 사례는 유사 논쟁 중에서도 파급력이 컸다. 본 사건을 통해 대중문화 관련 플랫폼이 개인—특히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예술인의 이름이나 이미지를 차용할 때 지녀야 할 책임감이 다시 부각됐다.

국내 플랫폼 업계의 광고 및 홍보 기준을 살펴보면, 적법성과 도덕성에 밸런스를 두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법적 문제를 피한다는 수준에 그칠 경우, 사회적 공감이나 정서적 부분까지 충분히 고려하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참고로, 2024년 드라마 홍보 과정에서 유명인의 사망을 이용한 또 다른 사례(예: 故 설리의 발언을 극의 마케팅 포인트로 언급해 당사자 및 유족, 대중의 거센 반발을 샀던 사건) 역시 있었다. 이처럼 고인의 사회적 상징성과 유가족, 팬덤, 시민 전체의 감정까지 포괄적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이 평범한 이벤트 기획에서도 더욱 강조되는 양상이다.

구체적으로 카카오페이지 사건의 배경을 보면, 운영중인 플랫폼에서 이용자 유입을 확대하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면서 기획자와 마케터가 ‘단기적 이목 집중’ 혹은 ‘젊은 층 공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도드라진다. 여러 업계 관계자들은 출판·연예·문화 기업들의 이러한 광고 관행에 대해, 사회 전체의 정서적 견고함과 문화적 예의를 앞서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기업의 사과 방식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도 이전보다 한층 엄격해졌다. 카카오페이지는 신속히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고인과 유족, 팬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직접적인 표현과, 앞으로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 검토 및 교육 강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빠른 사과 그 자체보다는 진정성 담보가 중요한 시대임을 고려할 때, 형태적 조치로 그치지 않는 구조적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 실제로 타 플랫폼의 최근 사례와 견주어 볼 때, 플랫폼 운영진 내 준법·윤리 전문가의 참여 및 외부 감시자 도입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대중문화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인명과 예술적 성과의 ‘명예적 사용’에 대해 보다 명확한 사회적 룰과 합의가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 관련 협회, 시민 단체, 유족 측이 발의한 고인 명의 보호 입법 청원 등도 올해 들어 여러 차례 확인된다. 광고·이벤트 기획 실무자 대상 윤리교육과 실질적 가이드라인 도입이 다수 플랫폼에서 논의되는 동시에, 이용자 역시 자신의 목소리로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견인할 필요가 있다.

이 이슈는 한 기업의 일탈적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디지털 플랫폼 시대 전체의 숙제임을 보여준다. 문화산업의 소비와 기획 전반에서 사람을 중심에 놓는 접근, 그리고 문학·예술인들의 삶과 명예에 방점을 둔 사회적 토론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상업성과 예의, 혁신과 존중의 공존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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