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犬)생의 런웨이, 펫-패션 시장에서 읽는 진화하는 취향과 소비의 온도
색다름을 취향으로 삼고, 개성과 사치를 스타일로 끴는 이 시대. 최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댕댕 런웨이–펫과 함께하는 패션쇼”는 반려견과 패션의 이색 만남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에 또 다른 점선을 그렸다. 클래식한 옷차림 혹은 하이패션을 입은 인간모델 옆에,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워킹하는 견공들. 이들은 하우스브랜드의 네온 컬러 아우터와 스카프, 심지어 미니멀한 니트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펫션(Pet+패션)’이라는 트렌디한 키워드를 현장에 단단히 각인시켰다.
이 행사는 단순한 펫 패션쇼를 넘어 한 사회의 미적 감수성과 소비패턴,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에 미친 반려동물 문화의 뚜렷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한국소비자원과 시장조사기관들이 밝히듯, 2024년 국내 펫패션 시장은 1조 원을 가뿐히 넘겨 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성장했다. 펫을 가족으로 지칭한 ‘펫팸족’은 이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연장선상에서 반려동물에게도 컬러와 소재, 브랜드 스토리, 기능성 같은 패션 소비변수를 대입한다. 단순한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관계를 뛰어넘어, 같은 ‘패션 피플’로서 소통하고 교감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글로벌 트렌드에서도 상황은 유사하다. 파리•밀라노의 런웨이에서도 반려동물은 당당한 동반자, 혹은 액세서리가 아닌 하나의 주체로 조명 받고 있다. 프라다, 구찌, 버버리 등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일제히 펫 전용 라인을 런칭하며 고밀도 섬유와 수작업 디테일, 한정판 스카프까지 내놓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국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나와 반려견이 커플룩을 맞추는’ 경험이 일상적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성수동 현장의 패피들은 -오프라인이든 SNS든- “#댕댕런웨이” “#커플룩” 해시태그로 자신과 반려견의 스타일을 과감하게 공유했다. 소비가 곧 자기표현이 됐다는 점, 이를 통해 취향 공동체가 더욱 촘촘해지고 있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소비자 심리에서 이번 현상을 보면, ‘동물복지’와 ‘차별성’, 그리고 ‘스토리’ 욕구가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20~40대 소비자들은 가격보다는 디자인 완성도, 친환경 소재, 제품에 얽힌 가치까지 꼼꼼히 따진다. 반려견의 편안함을 고려한 입체 패턴, 미세먼지 차단ㆍ기능성 소재, 시즌별 한정판 등 다양한 테마가 빠르게 확산된다. 온라인 셀렉트숍부터 오프라인 부티크까지 어디에서든 ‘나만의 패밀리룩’을 찾는 손길은 늘었고, 반려동물 브랜드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간의 콜라보레이션마저 주목받는다. 이러한 소비의 진화는 패션(인간)과 펫션(동물)의 경계를 허물며,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라이프스타일, 나아가 정체성의 연장선이 된다.
하지만 이런 ‘펫션 열풍’이 과연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도 동시에 제기된다. 과도한 트렌드화 속에서 동물의 복지와 본질이 훼손될 가능성, 소비의 끝없는 속도전에서 소외되는 가치들은 늘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동물을 위한 착용감 중심의 디자인인지, 인간의 미감을 위한 억지스러운 연출인지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 진지하게 판단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동물권 단체들이 “과도한 드레싱은 동물 스트레스 유발”이라는 점을 지속해서 언급하고 있다. 이 현상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 이제 소비자는 스타일과 복지의 균형을 선택하는 진짜 안목을 가져야 한다.
실제로 이번 행사에서 주목받은 로컬 브랜드들의 전략은 변화된 수요에 감각적으로 대응한다. “나와 반려견을 위한 원마일 웨어와 피크닉 아이템, 심지어 플랫폼 슈즈까지…” 트렌드를 리드하는 인플루언서들은 펫 쇼핑팁, 애견 뷰티케어, 맞춤형 식단 등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조합을 선보인다. 패션쇼가 끝난 후 이어진 플리마켓에는 리드줄•운동복•비건 습식사료 등 라이프스타일 전품목이 눈길을 끈다. 한 끼, 한 걸음, 한 장면에도 의도를 담는 ‘펫패밀리’의 취향은 시장의 높아진 ‘안목’을 반영한다. 글로벌 데이터브릿지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앞으로 펫패션을 중심으로 펫 테크와 뷰티, 여행까지 융합된 융복합화 흐름이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과 교감하는 패션은 결국 우리 삶의 확장판이자, 미래 라이프스타일의 섬세한 시그널이다. 소비는 반복이 아닌, 진화이기를 바란다. 탁월한 감각과 책임감, 그리고 나만의 스토리를 입히는 시대. 패션은 오늘도 ‘펫션’을 통해 새로운 정의를 얻게 된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