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新실질금리 산출로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신호 될까
일본은행(BOJ)이 최근 실질금리 산출 방식을 변경했다. 새로운 산출법은 그동안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적용하지 않고 명목금리 기준으로만 평가하던 관행에서 탈피해, 기대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미래지향적 실질금리’에 초점을 맞춘다. BOJ는 이 기준 변경을 통해 정책 방향 신호를 더 명확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질금리 대폭 조정이 가져올 수 있는 영향, 특히 엔화 약세와 글로벌 금융자산 흐름에 미칠 여파가 금융시장 내외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수년간 구조적으로 유지됐던 초저금리와 엔화 약세 국면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일본 엔화를 대출받아 고금리 자산에 투자한 ‘엔 캐리트레이드’의 주요 동인이었다. 이에 따라 엔 캐리트레이드는 일본 내 저금리 유지 여부, 명목금리와 실질금리 간 괴리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최근 실질금리 산출방식 변경은 단순 회계적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명목금리에만 의존하던 금융기관 입장에서, 이제는 기대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금리 수치가 대외 시그널로 작동하면서, 대규모 포지션 정리 가능성 마저 점쳐지고 있다.
동일한 맥락에서, 국제 금융시장은 BOJ 통화정책 변화의 신호를 읽으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새 실질금리 산출이 BOJ의 긴축 신호 혹은 금리 정상화 의사 표명과 연결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구체적으로, 2025년 들어 엔화가 달러 대비 155엔 내외까지 급락하며 약세 기조가 심화된 가운데, 적어도 기대 인플레이션을 반영할 경우 실질금리는 이미 마이너스 수준을 일부 해소하는 흐름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는 엔화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하며, 그간 누적된 외화 캐리포지션의 점진적 청산 압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BOJ의 새로운 실질금리 산출 공표 이후 뉴욕·런던·홍콩 등 주요 금융센터에서는 엔화 숏 포지션 축소 움직임이 감지된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엔화 롱포지션이 빠르게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금융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옵션 내재변동성(VIX)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BOJ의 방향성 신호에 주목함을 반영한다. 한·중 등 아시아 역내 통화 역시 엔화 변동성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금융시장의 위험선호 심리에 일시적 변화가 관측된다.
위험 요인 역시 도사리고 있다. 우선 실질금리가 갑작스레 반전될 경우, 일본 내 수요 회복과 인플레이션 고착화 시나리오가 당초 기대와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또한, 엔 캐리트레이드 포지션 청산 과정에서 신흥국 통화나 레버리지 자금 흐름이 급변하면, 일부 지역 금융시장에 변동성 충격이 전이될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따르면 엔화를 기초로 한 글로벌 레버리지 규모는 약 3조 달러로, 글로벌 자산운용사·헤지펀드의 포트폴리오 리스크 관리에 있어 BOJ 정책 변화가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시장 내에서는 BOJ가 앞으로도 기대 인플레이션 수준, 일본 실물경제 회복세, 미·일 금리차 등을 종합 고려해 실질금리 산정방식을 더 정교하게 조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동시에 BOJ의 정책 판단력이 엔화 환율뿐만 아니라, 글로벌 채권·주식 및 복합금융상품 시장의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있다. 향후 FOMC와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이벤트, 및 일본 내 소비자물가·임금 상승 흐름에 따라 실질금리 산정기준 조정이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결국, 일본은행의 새로운 실질금리 산출방식 도입은 단순한 지표 변경 이상의, 아시아 금융허브 국가의 정책실험이다.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이 금융시장에 비일관적 충격을 줄 가능성, 엔-달러 환율 방어진화 문제, 국내외 투자심리 변화 등 복합적 변수들을 가늠할 필요가 있다. 엔화 약세 국면의 전환 신호가 될지, 아니면 단기 소동에 그칠지는 앞으로의 전개에 달렸다. 정책 메시지의 미묘한 변화가 환율과 실물경제, 그리고 글로벌 자산시장 전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는 안목이 지금 이 시점 금융시장 참여자에게 요구된다. — 임재훈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