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기차 시장, 200만대 시대 진입이 의미하는 구조적 변화

2025년 유럽 전기차(EV) 판매량이 200만 대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전자신문 등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최근 유럽연합(EU) 역내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신차 판매 비중은 20% 선에 근접했다. 즉, 연간 신차 1,000만대 중 200만대가 전기차로 등록되는 구조로 변모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2023년 유럽 전기차 판매는 약 175만대로 집계됐는데, 2024~2025년 초반 전기차 침투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기존 전망치를 적어도 10% 이상 상회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시장조사업체(IEA, ACEA, S&P Global 등) 자료를 통해 확인된다. 독일,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 등 기존 내연기관 중심 국가에서마저 전기차 점유율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점은 기술 및 정책 구도상 변화의 신호탄이다.

판매 급증의 배경에는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 확대와 인센티브 준, 전용 충전 인프라 보강, 그리고 테슬라, BYD, 폴스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들의 전기차 신차 라인업 대규모 투입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2024년 하반기 현재, 유럽 내 신차 중 전기차(베터리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선택 비중은 독일 18%, 프랑스 17%, 영국 24% 등으로 확인됐다. 이는 2020년 동일 지표(각국 평균 6~7%)와 비교하면 약 2.5~3.5배 수준 성장이다. 유럽연합의 2035년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금지 정책 예고 및 각 제조사별 전동화 로드맵도 영향을 미쳤다. 테슬라는 유럽 현지 생산을 강화하며 모델Y, 모델3 중심으로 1~2위 시장을 유지하고 있고, 중국 BYD는 가격 경쟁력과 자체 배터리 노하우로 독일·노르웨이 등 고비중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 중이다. 유럽 토종업체(폭스바겐·스텔란티스·르노 등)는 자국 중심 유럽시장 내 전동화 전환율을 높이려 연구개발과 생산공정 재구조화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시장 성장세의 이면에는 가격 인상 압력, 충전 인프라 확충 속도, 배터리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존재한다. 2023~2024년 전기차용 리튬·니켈·코발트 등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와 일부 국가의 보조금 축소, 전력망 과부하 문제가 신차 수요 및 구매심리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독일은 전기차 보조금 정책 종료 후 신차 판매 증가폭이 일시적으로 둔화됐으나, 전체적인 구조 변동은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ACEA에 따르면 올 1~9월 누적 전기차 신규등록 대수는 프랑스 32만대(+48%), 영국 29만대(+38%), 이탈리아 7만대(+24%) 등 전년대비 2자리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경제 전반에서 친환경 전환은 명확한 방향성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기업 전략 측면에서 테슬라는 기가팩토리 베를린을 본격 가동하며 유럽시장 대응력을 끌어올렸고, BYD·포드·BMW 등은 현지 협력사 확보, 가격 조정, 배터리 기술 국산화 등으로 시장확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전통 강자였던 토요타·혼다·벤츠 일부 라인업은 하이브리드 집중 또는 생산중단을 선택하며 전기차 전환의 속도 조절에 나섰다. 투자 소식도 활발하다. 최근 폭스바겐과 르노, 스텔란티스 등이 전기차·배터리 생산 부문에 2025년까지 300억 유로(약 43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른 부품·완제품 생태계 변화 역시 불가피하다. 외신에 따르면 신규 전기차 기업의 등장과 기존 부품사의 사업재편, 유럽 내 부가가치 사슬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정책 변동과 시장지표를 종합해볼 때 유럽 전기차 시장은 향후 3~5년 내 구조적 전환이 거의 불가역적 단계에 진입할 전망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충전소 부족·전력 공급망 문제·경제 상황에 따른 소비 회복 탄력성 등 리스크도 적지 않다. 또 한편으론 배터리 자체 공급체계 안정, 인플레이션·금리 부담 완화, 소비 인센티브 재개 여부 등이 성장세 유지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U와 각국 정부, 글로벌 OEM, 배터리·반도체 기업, 중견 부품사 각 주체별 경쟁 전략과 정책 실행 속도에 따라 유럽 전기차 시장의 최종 판도가 결정될 것이다. 한편, 한국 자동차·부품 업계 역시 유럽 내 전동화 전략 강화, 현지 제휴 확대, 친환경 인증 대응 등을 통해 시장 환경 변화에 긴밀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 박서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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